민주, 병립형→준연동형→권역별 비례대표제 검토하나
준영동형, 꼼수 위성정당 양산 비판에 절충형 선택해
25일 의원총회서 선거제 개편 관련 논의 이어갈 듯
[서울=뉴시스] 이종희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총선 70여일을 남겨두고 '게임의 룰'인 선거제도에 대한 입장을 여러 차례 바꾸며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병립형으로 기울다 현행 준연동형으로 선회하는 분위기였는데, 이제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준연동형 비례대표 유지가 꼼수 위성정당을 재현할 것이라는 비판에 병립형과 준연동형제를 절충한 권역별 비례대표제로 선회한 것이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선거제도 개편안을 2월1일 본회의 상정해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협상에 나서고 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민주당은 다수당으로서 선거제 개편의 키를 쥐고 있지만 아직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재명 대표가 지난해 11월 라이브 방송에서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는 발언을 하면서 병립형 회귀가 기정사실화 되기도 했지만 최근 시민사회와 군소 정당들의 반발에 준연동형 유지를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여전히 내부 여론은 팽팽히 맞서고 있다. 병립형을 선택하게 되면 선거에서 다수의 의석을 확보하는데 유리하지만 선거제도 개혁 공약을 스스로 파기하게 된다. 준연동형을 유지하면 국민의힘을 포함해 위성정당 난립을 막지 못하고, 의석 수에서 큰 손해를 볼 수 있다.
이에 민주당은 제3의 방안으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장인 남인순 민주당 의원은 전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그동안 '준연동형제냐, 병립형 회귀냐' 이렇게만 이야기를 해 왔었는데 저는 제3의 대안도 좀 같이 고민을 해 봐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기본적으로 병립형과 같지만 전체 비례 의석 47석을 전국 단위가 아닌 수도권, 중부권, 남부권 등 3권역으로 나눠 비례대표를 선출하는 방식이다. 이 제도는 지역주의 완화에 강점이 있다. 영호남이 하나의 권역으로 묶이면 대구·경북 지역에서 민주당 의원이, 호남에서 국민의힘 의원이 나올 수 있다.
다만, 소수정당이 원내에 진입하기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 기존 병립형 제도는 전국에서 3%의 정당 득표율을 얻으면 비례 의석을 배분받는데, 권역별로 나뉘면 최소 8% 이상 득표를 얻어야 한다.
이런 가운데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은 선거제도 타협안으로 '소수정당 배분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제안했다. 이는 각 권역 비례 의석의 30%를 정당 득표율 3% 이상을 얻은 소수 정당에게 먼저 배분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을 시행하면 소수 정당은 최소 15석을 확보할 수 있다.
제3지대 신당은 민주당의 권역별 비례대표제 제안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새로운미래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전날 "국민께 아무 희망도 되어드리지 못하고 있는데도 이런 상태를 유지하겠다는 거대 양당의 이기주의는 잔인할 정도"라며 "비례대표제에서 최악의 꼼수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종민 미래대연합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은 이날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지난번에 17석을 병립형으로 하고 30석을 연동형으로 했는데 이번에는 거꾸로 30석을 병립형으로 하고 17석만 나눠주겠다는 것"이라며 "지난번보다 완전히 후퇴하는 이런 선택을 어떻게 하느냐"고 반문했다.
민주당은 25일 의원총회를 열고 선거제 관련 논의를 이어간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당내에서 오래 전부터 논의해 온 사안"이라며 "선거제도에 관한 결론을 내리려면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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