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율·이수정·하태경 등 수도권 출마자 작심 발언
"시중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는 여론 나타난 것"
한동훈 톤 바뀌어…"국민께서 걱정할 부분 있어"
[서울=뉴시스] 이승재 기자 = 여당 내 수도권 총선 출마자들을 중심으로 '김건희 여사 명품백 논란'에 대한 사과 요구가 끊이지 않는다. 4월 총선의 최대 승부처인 서울과 경기, 인천 지역 유권자들의 시선이 냉랭한 탓이다. 김 여사의 사과 등이 없을 경우 표심을 돌리기 쉽지 않다는 분위기다.
김경율 비대위원은 19일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명품백 논란에 대한 김 여사의 사과를 재차 요구하면서 "여당에서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처음 나왔다는 것은 부끄러운 부분"이라며 "시중에서 정말 부글부글 끓고 있는 여론을 제 음성을 통해서 나타났다 뿐이지 이게 어떻게 제 생각이겠나"라고 밝혔다.
김 비대위원은 "국민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 만큼 어떤 수단과 방법을 다해서라도 용서를 구해야 될 일이 아닌가. 저는 국민들의 감성이 돌아섰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분명히 상대방의 몰카 공작이었고 그것대로 처벌해야 될 일이라고 생각되는데, 국민들은 각자에게 요구되는 어떤 도덕적인 수준이 있고 영부인으로서의 지위와 역할, 기대치가 있는 건데 그걸 무너뜨린 것"이라며 "국민들로서는 보기 힘든 그런 장면이 동영상으로 나온 이상은 참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앞서 김 비대위원은 비대위에 합류한 직후 '김건희 리스크'라는 표현을 여당 내에서는 처음 직접적으로 언급하면서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이후에는 '명품백 논란'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면서 당내 주류와는 다른 목소리를 내는 중이다.
전날에는 한 방송에 출연해 당 지도부와 각을 세우기도 했다. 그는 윤재옥 원내대표가 김 여사의 명품백 논란을 '정치 공작'으로 규정한 것에 대해 "그게 우리 당내 TK(대구·경북)의 시각"이라고 쏘아붙였다.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한 하태경 의원도 전날 의원총회에서 "수도권 선거 망칠 일 있느냐"며 "함정도 맞고 공작도 맞지만 봐줘도 되는 것은 아니다. 공작이라 그래도 국민들이 안 좋게 보니 고개 숙여야 된다"고 발언했다.
얼마 전 라디오에서는 "디올백 같은 경우는 함정이긴 하지만 부적절했다"면서 "이런 부분에 대해서 솔직하게 사과를 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 어쨌든 공인으로서 바람직한 자세"라고 언급헀다.
여당 '1호 영입인재'로 불리는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도 한동훈 비대위에 김 여사 리스크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요청한 바 있다. 그는 경기 수원정에 출마한다.
이 교수는 지난 17일 라디오에서 "김 여사가 경위를 설명하고, 만약에 선물이 보존돼 있으면 준 사람에게 돌려주고, 국민에게 사과하고 이렇게 하면 좀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는가. 개인적으로 저라면 그렇게 하겠다"고 주장했다.
최근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도 '김 여사 리스크'를 대하는 톤이 미세하게 바뀐 듯하다.
한 위원장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명품백 논란'에 대해 "전후 과정에서 분명히 아쉬운 점이 있고 국민께서 걱정할 만한 부분이 있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수도권 출마자를 중심으로 사과 요구는 계속해서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해당 논란에 대한 민심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사흘 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65%가 윤석열 대통령의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행사를 '잘못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반대로 '잘한 결정'은 23%에 불과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의 경우 64%가 '잘못한 결정'이라고 답했다. 인천·경기는 70%에 달한다. 이는 광주·전라(79%)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이외에 대전·세종·충청(64%), 강원·제주(62%), 부산·울산·경남(59%), 대구·경북(51%) 순으로 뒤를 이었다.
이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 면접 조사 방식으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p), 응답률은 15.8%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정치권에서는 지금까지의 수직적 당정관계와는 다르게 이 사안을 바라보는 기류도 읽힌다. 실제로 대통령실이 한 위원장의 김 비대위원 마포을 출마 발언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는 내용이 한 언론 보도를 통해 전해지기도 했다.
이용호 의원은 이날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대통령실의 입장 변화와 관련된 질의에 "한 위원장이나 윤 원내대표가 갖고 있는 생각이 미리 다 이렇게 나와버리면 나중에 약발이 떨어진다"며 "그런 차원에서 발표를 해도 시기, 골든타임이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