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Univ 찌룩 "서울·지방 차이 확인하려 대학 탐방 시작"[인터뷰]

기사등록 2024/01/12 04:01:00

최종수정 2024/01/12 09:54:05

지방대·수도권 대학 차이 확인하기 위해 대학 탐방 시작

"지방에서 대학 나와도 지역에 자리 잡을 수 있는 지원 필요"

최고 인기 콘텐츠는 '폐교 탐방'…서남대 영상으로 이름 알려

신년 목표는 구독자 10만 달성…"지역 청년들에게 힘 되고파"

스무 살 무렵의 청춘에게 하고 싶은 말 "좋아하는 게 뭔지 생각했으면"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유튜브 채널 'Univ 찌룩'을 운영하는 최지욱 씨가 3일 서울 강남구의 한 사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01.03. hwang@newsis.com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유튜브 채널 'Univ 찌룩'을 운영하는 최지욱 씨가 3일 서울 강남구의 한 사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01.0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전선정 리포터 =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이자 가장 논쟁적인 이슈 중 하나가 '학벌주의'다. '인서울' 해야 한다는 말. 들어보지 않은 고교생이 매우 드물 것이다.

이전보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시대가 됐지만 지방대 비선호 현상은 여전한 모습이다. 대학 입학정원은 2003년부터 2021년까지 18만명 가량 축소됐는데 무려 14만6000명이 지방대학에서 감소했다. 대학 입학 정원에서 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33.7%에서 39.2%로 상승했다.

이렇게 지방 소멸의 시대라는 말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요즘. 주기적으로 지방에 있는 대학 캠퍼스를 찾는 유튜버가 있다. 전국에 있는 모든 종류의 대학교가 그의 콘텐츠나 마찬가지다. 뉴시스는 지난 3일 유튜브 채널 'Univ 찌룩'을 운영하는 크리에이터 최지욱(31)을 만나 대학 탐방을 다니는 이유와 그의 콘텐츠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지방에도 좋은 시설과 교육을 갖춘 대학이 많으니 청년이 지방대를 나오더라도 그 지역서 삶을 가꿀 터전을 잡을 수 있도록 일자리 창출 등을 (정부·지역사회 등에) 도와달라는 취지다."

유독 지방에 위치한 대학 탐방 영상이 많다는 기자의 질문에 최지욱은 이와 같이 답했다. 실제로 그는 인상 깊게 느꼈던 대학으로 한국해양대·가톨릭꽃동네대·대구대를 꼽았다. 각각 부산·청주(충북)·경산(경북)에 위치한 지방 대학이다.

"한국해양대학교는 섬 전체가 캠퍼스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동아리 활동·축제 등 교내 활동을 바닷가에서 하는 모습이 여유롭고 보기 좋더라."

"꽃동네대학교는 가톨릭에서 사회적 약자를 돕기 위해 만든 '꽃동네'와 같은 재단을 공유해 그런 특이한 이름이 붙었다. 물론 가톨릭 아니더라도 입학 가능하다. (웃음) 사회적 약자를 돕기 위해 설립돼 개설 학과는 간호학과·상담심리학과·사회복지학과뿐이다. 학교 분위기가 아기자기하고 '텔레토비'가 연상되는 따뜻함을 품고 있다."

"대구대학교는 특수교육과가 유서가 깊다. 장애인을 위한 제도가 잘 돼 있다. 건물마다 승강기는 기본이고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경사로도 설치돼 있다. 과거에는 학교 셔틀버스가 특정 지역을 순환해 휠체어 이용자분들이 편하게 타고 다닐 수 있도록 지원해 줬다고 한다."

대학 탐방은 지방대와 수도권 대학의 차이를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최지욱은 2013년 네이버 블로그에 대학 탐방기를 게시했다. 한국 나이로 21살(만 19세) 때였다. 2017년 여름부터는 유튜브에 대학 탐방 등 대학 관련 콘텐츠를 올리기 시작했다.

최지욱은 대구 수성구에서 고교 시절을 보냈다. 서울로 치면 '대치동'과 같은 분위기의 동네다. 그래서 유독 '인서울'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했다. 2012년 영남대에 진학한 그는 자신의 학교에 만족했다. 하지만 수도권 대학에 진학하지 못했다는 열등감을 느낀 적이 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최지욱은 열등감이 미래를 방해하게 두지 않았다. 그래서 대학 1학년 재학 중 1년 휴학하고 전국에 있는 모든 대학을 방문하겠다고 결심했다. 2013년 1년 동안 당시 220여 개가 넘었던 전국 4년제 대학을 다 돌았고 캠퍼스 시설과 부지 등 외적인 측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걸 확인했다. 그는 그 후 보다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학교에 다닐 수 있었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유튜브 채널 'Univ 찌룩'을 운영하는 최지욱 씨가 3일 서울 강남구의 한 사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01.03. hwang@newsis.com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유튜브 채널 'Univ 찌룩'을 운영하는 최지욱 씨가 3일 서울 강남구의 한 사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01.03. [email protected]


최지욱의 또 다른 인기 콘텐츠는 부실대로 지정돼 결국 폐교된 학교 탐방 영상이다. 폐교를 방문해 내부를 카메라에 담고 폐교된 이유에 관해 설명한다. 그의 유튜브 채널서 인기순으로 영상을 조회하면 폐교 영상이 374만~124만 회(11일 오후 기준)의 조회수를 달성하며 상단에 위치해 있다.

"폐교에서 연상되는 으쓱한 분위기에 본능적으로 관심을 두는 것 같다. 폐교 콘텐츠를 기획할 때 취재 형식으로 폐교가 된 이유 등의 정보를 최대한 녹여내고자 했다. 폐교는 대부분 비리로 시작된다. 비리로 인해 정부에서 하는 대학 평가(정부 재정지원제한대학 평가 등)에서 낮은 점수를 받고, 정부 재정지원대학으로 선정되면 입학 의사가 있는 신입생이 줄어든다. 그러다 보니 무너지기 마련이다. 정리하자면 폐교가 된 학교의 이야기를 잘 풀어내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많이 사랑받고 있지 않을까 싶다."

콘텐츠의 인기의 요인으로는 폐교에서 연상되는 으쓱한 분위기와 자신의 취재 및 스토리텔링 능력을 꼽았다.

폐교 탐방은 최지욱이 유독 애착을 느끼는 콘텐츠이기도 하다. 그가 유튜버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콘텐츠가 바로 '서남대 폐교 콘텐츠'였기 때문. 2017년 7월께 유튜브를 시작했던 최지욱은 약 1년간 도전했지만 300명의 구독자만을 모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진지하게 채널을 그만둬야 하나 생각을 하던 중 2018년 2월께 서남대학교 폐교가 확정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2018년 3월 1일 완전히 페교된다더라. 폐교되기 전 이 학교를 취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게 남은 마지막 카드였다."

정성 들여 촬영·제작한 영상을 4부로 나눠서 올렸다. 과정은 만만찮았다. 2018년 7월 5일 올린 1부의 조회수가 또 나오지 않았기 때문. 같은달 31일에 올린 2부도 마찬가지였다.

"접어야겠다 싶었다. 다른 길을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2부를 올리고 나서 한 달 뒤에 갑자기 조회수가 오르기 시작하더라. 4주 사이에 10만회의 조회수를 달성했다.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니까 대학을 주제로 유튜브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열렸다고 느꼈다. 너무 기뻤다."

폐교를 탐방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일을 겪을 수도 있겠다는 기자의 질문에 최지욱은 한민학교 취재 당시 겪었던 흥미로운 일에 관해서 설명해 주기도 했다. 충청남도 논산시에 위치한 한민학교는 정식 4년제 대학도 아니지만 대학교인 것처럼 학생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다가 비리 등으로 2014년 2월께 폐교되고 현재까지 방치 중이다.

최지욱은 취재 차 도착한 한민학교에서 각목을 들고 나온 한 노인을 마주했다고 한다. 노인은 한민학교 폐교 후 모습을 담기 위해 왔다는 최지욱의 말에도 거듭 나갈 것을 요청했다. 관계자냐는 최지욱의 질문에 노인은 교수였다고 답했다.

"'근데 왜 여기 계시냐'고 다시 여쭙자 '내가 옛날 생각이 나고 학교가 폐교된 게 아쉬워서 간간히 와서 학교가 잘 있는지 둘러본다. 사람들이 와서 학교 창문 부수고 기물 파손해서 마음이 너무 아프다. 경찰한테 (학교에) 와달라고 매일 부탁해도 안 온다'고 답하셨다."

거듭된 완강한 거절에 결국 최지욱은 맨손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일화를 글로 정리해 2019년 여름 게재된 한민학교 폐교 탐방 영상에 넣었다.

"영상을 보고 재학생으로 추측되는 한 누리꾼이 댓글로 그분 인상착의를 묘사하며 맞냐고 묻더라. 맞다고 답하니까 '그분 교수가 아니라 학생회장이셨다'라고 말씀해주시더라. 거기서 중년도 교육을 받았어서 가능했던 이야기였다."

최지욱은 그 노인이 폐자재를 몰래 팔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했다. 노인은 학교 건물 뒤편에 트렁크를 환하게 열어둔 채로 승용차를 댔다. 그 트렁크 안에는 온갖 각목·가구 등을 비롯한 폐자재를 밀어 넣었던 흔적이 있었다고 한다. 당시를 회고하며 최지욱은 여전히 그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유튜버로서 신년 목표는 구독자 10만 명 달성이다. 대학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 지역 균형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는 장기 목표도 가지고 있다.

"나는 지역 균형 발전과 교육, 청년들의 지역 정착 등에도 관심이 상당히 많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발전시키고 해당 의제에 이바지하고 싶다. 어떤 방식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도 가끔 나가는 강의 같은 것도 이에 속할 것이다. 대구에서 30년간 자라고 살았기 때문에 '지방이 잘 돼야 나라가 산다'는 말에 더욱 공감한다. 그래서 지방 청년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고 싶다. 지방에서도 잘 성장할 수 있게끔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

진로에 대한 고민이 큰 20대 청춘들에게는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꾸준히 역량을 쌓아 나가는게 좋다고 조언했다.

"내가 영남대에 인문계열 자율전공학부로 입학할 때(2012년) 해당 학부에서 가장 알아줬던 과는 경영학과였다. 나는 경영학과에 갈 수 있는 성적이 됐는데도 언론정보학과를 택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언론정보학과에 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정말 신기한 건 지금은 영남대학교 인문계열 중에서 언론정보학과가 가장 인기가 많다는 거다. 결국 사회가 선호하는 건 늘 변한다. 그래서 이 사회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급변하는 트렌드에 자신을 맞추기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고 관련해서 꾸준히 역량을 쌓는 편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일이 되면 귀찮고 싫다는 감정이 드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편집하기 싫다', '자고 싶다', '놀고 싶다'면서도 지금까지 (대학 크리에이터를) 할 수 있었던 건 내가 좋아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아직 배워가는 입장이지만 앞으로 더 성장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게 뭔지 생각해야 한다. 학교에 다니거나 다니지 않더라도 머릿속에 대충이라도 그려놓으면 좋겠다. 항상 생각하진 않더라도 잊을 때쯤 또 생각하고 그러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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