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수용시설 피해자 등 11명 진실규명
폭력, 구타 등 노출…"중대한 인권침해"
[서울=뉴시스]임철휘 기자 =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1980년대 당국이 윤락 여성을 보호·계도·직업훈련할 목적으로 운영한 여성수용시설에서 중대한 인권침해가 있었다고 판단하고 진실규명을 결정했다.
진실화해위는 전날(9일) 제70차 위원회를 열고 '서울동부여자기술원 등 여성수용시설 인권침해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을 결정했다고 10일 밝혔다.
이 사건은 윤락을 방지하고 요보호여자를 선도할 명목으로 설치된 서울 동부여자기술원 등 여성수용시설에 피해자 11명이 강제 수용돼 폭력에 방치되고, 의식주·의료적 처우 등 기본적인 생활을 지원받지 못한 인권침해 사건이다.
조사 결과, 경찰과 보건소, 행정기관은 여성들을 강제 단속할 법적 근거 없이 피해자 등을 여성수용시설에 강제 수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진실화해위는 "'윤락행위 등 방지법'에는 경찰과 보건소, 행정기관이 여성수용시설 입소 대상자를 강제로 단속·구금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없었다"며 "경찰관직무집행법 상 보호조치 대상자에 요보호여자가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다. 식품위생법시행규칙, 전염병예방법시행령, 성병검진규정 등 단속의 근거로 삼은 법 규정에서도 강제 구금을 설명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은 확인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진실화해위는 대부분 여성수용시설이 자의에 의한 중도 퇴소를 불가능하게 둔 사실을 확인했다. 또 원생들이 도망치는 것을 막기 위해 높은 담과 가시철조망, 쇠창살 등을 설치했던 사실과 일과시간 이후에는 외부에서 출입문을 잠그고, 초소를 설치해 원생들을 감시하는 등 외부 소통을 차단한 사실을 확인했다.
진실화해위는 "특히 여성수용시설은 폭력, 상해, 구타, 가혹한 기합 등 원생들을 보호하지 못했다"며 "원생들에 대한 적절한 의식주, 의료적 처우 등 기본적인 생활을 지원하지 않았으며, 실질적인 기술 훈련을 수행하지도 않았던 것이 인정됐다"고 밝혔다.
진실화해위는 국가(보건사회부,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 동두천시, 의정부시, 평택시)에 이 사건 피해자 등 11명에게 사과하고 이들에 대한 피해와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라고 권고했다.
진실화해위는 이 사건 외에도 '전남 영암 군경에 의한 민간인 희생사건(3)' '전남 해남 군경에 의한 민간인 희생사건(3)' '전북 고창 적대세력에 의한 희생사건(4)' 등 집단희생 사건과 '덕적도 어민 부부 불법구금 등 인권침해 사건(故 김모씨 등 2명)' '형제복지원 인권침해 사건(3)' '긴급조치 위반 불법구금 사건' 등 인권침해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 결정도 내렸다.
'긴급조치 위반 불법구금 사건'은 강원도 철원군에서 공동농업 농장을 운영하며 당시 재야인사인 고(故) 백기완, 함석헌, 선우휘 등과 교류하던 방동규씨가 1974년 대통령 긴급조치 위반으로 불법 구금된 사건이다.
방씨는 긴급조치 위반으로 1974년 3월4일 영장 없이 연행돼 구속된 후 수사기관에서 최소 57일간 불법구금된 것으로 조사됐다.
군검찰은 3월18일 사건을 경북도경으로부터 송치받아 같은 해 4월29일 기소유예로 처분을 했는데, 방씨는 이 43일 동안 재판 등 형사처벌도 받지 않은 채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진실화해위원회는 국가에 대통령의 위헌적 긴급조치의 발동, 강압적 수사방식, 기소와 재판절차 없이 장기간 수감된 것에 대해 신청인과 그 가족에게 사과하라고 권고했다. 또 실질적인 피해 회복을 위해 기소유예 처분에 대한 구제 절차 등 조치를 취하라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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