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사진 같은 그림이 아니라 그림 같은 사진이다. 분가루가 얹힌 검은 포도알과 금박의 포도알은 극사실주의적인 회화성이 돋보인다.
금산윈도우갤러리에서 올해 첫 전시로 펼친 사진작가 고려명의 개인전 'THE PODO'전은 신선한 충격을 선사한다. 포도를 오브제로 작업한 작가의 신작 8점이 전시됐다.
하이퍼리얼리즘을 추구하는 작가의 세밀한 관찰력이 작용했다. 독일제 대형 카메라에 우주관측용 특수필름을 넣어 아날로그식 정통 사진 기법으로 대상을 근접 촬영했다. 덕분에 검게 윤이 나는 포도알 표면에 앉은 분가루, 주름까지 선명하게 보여준다. 작은 오브제를 초고화질로 촬영해 크게 확대, 프린트한 기법으로 거대해진 과일의 존재감이 압도한다.
회화적 재료를 필름 위에 덧입혀 더욱 화려한 색채까지 영역을 확장하다 최근에는 다시 흑백에 대한 재정의를 시작했다. 블랙의 어두운 포도 위 수놓아진 금박의 포도알에는 탱화에서 비롯한 정신과 가치를 담았다.
왜 하필 포도일까?
"포도는 비어있는 동시에 가득 차 있으며 시드는 모습마저 아름답다. 작품을 보는 이가 시련이 있다면 위로를 받고, 고민이 있다면 넣어두고 좋은 시기에는 에너지를 비축했다가 다시 꺼내갈 수도 있는 '나만의 감정은행'으로 사진을 감상해 주셨으면 한다. 그런 방식으로 예술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미적 가치와 작품 자체가 가지는 에너지, 순환의 가능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릇이 깨끗해야 담을 수 있지 않나. 포도는 숨기고 있는 것이 없다." 전시는 22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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