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달 19일 여학생 납치해 몸값 2억 요구
앞서 지인 속여 대출 타낸 뒤 빚 2억 갚아
사기 혐의로 작년 4월 1심 징역 1년 구속
합의해 2심서 감형…석방된 뒤 납치 범행

[서울=뉴시스]박선정 박광온 기자 = 서울 도봉구에서 등교하던 초등학교 여학생을 납치한 혐의로 구속된 40대 남성이 사기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남성은 당시 지인을 속여 2억원을 빌린 뒤 갚지 않아 1심에서 법정 구속됐다가 2심에서 감형돼 풀려났다. 그는 석방 5개월 만에 납치 범행을 저지른 뒤 부모에게 몸값으로 2억원을 요구하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10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13세 미만 약취 유인) 혐의로 지난달 21일 구속된 납치범 A씨는 과거 2억원대 사기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판결문을 보면 A씨는 지난 2021년 7월 당시 약 2억원의 빚이 있어 지인에게 대환대출금 명목으로 약 2억원을 대출받아 자신에게 주면 자신이 그 채무를 인수하겠다고 약속한 뒤 이를 이행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나에게 돈을 쏴주면 10~20분 안에 돈을 갚겠다. 너의 신용등급에는 전혀 영향이 없다"는 취지로 피해자에게 거짓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피해자는 약 9700만원, 약 9000만원 등 대출회사 두 곳에서 합계 1억8700만원 상당을 대출받은 뒤 대환대출금 명목으로 A씨에게 송금했다.
하지만 A씨는 사실 기존의 빚 2억원을 피해자의 대출금으로 갚은 뒤 신용을 회복해 추가 대출을 받으려는 계획이었던 것으로 적시됐다. 대환대출을 신청한 적도 없었다고 한다.
A씨는 피해자에게 받은 돈으로 기존 채무를 변제한 후 두 달 뒤인 2021년 9월 1억9000여만원 상당의 추가 대출을 받았다.
이 중 9100만원 정도를 피해자에게 주고 나머지는 오피스텔 구입 자금, 선물투자금, 생활비 등으로 쓴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1심을 심리한 서울북부지법은 지난해 4월 "죄질이 매우 불량하고, 피해 금액이 크다. 피해자가 엄벌을 탄원하고 있음에도 피고인은 변명으로 일관하며 반성의 태도를 보지 않았다"며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구속된 A씨는 피해자와 합의해 같은 해 7월 2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받아 풀려났다.
이후 석방 5개월여 뒤인 지난달 19일 초등학생을 납치한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

A씨는 지난달 19일 오전 9시15분께 서울 도봉구의 한 아파트에서 등교 중이던 여자 초등학생 B양을 흉기로 협박해 납치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B양을 흉기로 위협하며 아파트 옥상으로 끌고 간 뒤 옥상 기둥에 B양을 묶어둔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A씨는 B양에게서 빼앗은 휴대전화로 피해자의 어머니에게 "오후 2시까지 현금 2억원을 준비하라. 아니면 딸을 볼 생각하지 마라"는 문자를 보낸 뒤 경찰 신고 등을 확인하려 옥상을 잠시 떠났다고 한다.
B양은 납치된 지 약 1시간 만에 몸을 결박한 테이프를 끊고 탈출했고, 경찰은 당일 오후 A씨 집에서 그를 긴급체포했다. 그는 피해자와 같은 아파트 단지 내 다른 동 주민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채무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다'는 취지로 혐의를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도봉경찰서는 지난달 26일 A씨를 서울북부지검에 구속 송치했다. 검찰은 이르면 이번 주 중 A씨를 기소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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