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4m가 넘는 대작 '목탄 드로잉'은 강렬한 생의 의지를 뿜어낸다. 작품 제목은 '멧돼지 사냥(Die Eberjagd)'. 마치 세계사의 우화처럼 이국적인 그림은 베를린에서 작업하고 있는 한국 화가 빈우혁(42)의 작품이다.
석회화 건염으로 어깨를 사용하지 못하던 시기 티어가르텐 공원을 산책하면서 눈여겨본 풍경과 동상을 화폭으로 옮겼다. 49장의 드로잉을 결합해 시간의 변화를 보이는 그림은 '멧돼지 사냥'이라는 제목처럼 인간과 동물이 벌이는 긴장의 에너지가 폭발한다.
검은 목탄에도 놀랍도록 거친 생기가 넘치는 건 작가가 거듭한 고민의 결과다. 보이는 정경을 어떻게 이차원 평면에 옮길 것인가, 정경이 품고 있는 비가시적인 정보를 어떻게 거르고 축약할 것인가에 천착했다.
빈우혁 개인전 '멧돼지 사냥'전이 서울 한남동 갤러리 바톤에서 오는 12일 개막한다. 베를린으로 이주한 이후 즐겨 찾던 공원의 정경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들을 시리즈로 선보여 왔던 작가가, 뜻하지 않았던 휴식기를 보낸 후 보다 성숙하고 유연해진 태도로 임했던 신작들을 선보인다.
갤러리바톤은 "자연이라는 본질을 화폭에 오롯이 전이할 수 있는지. 그런 점에서 넓게 펼쳐진 정경에 집중하던 그간의 방식에서 선회한 빈우혁의 이번 전시는 수면의 일부, 고목 주변의 이끼 등 미시적인 대상을 추상성이 강조된 화려한 색조로 풀어낸 점이 눈에 띈다"고 소개했다.
화가 빈우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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