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조위 구성·활동기간 단축 등 쟁점사항 수용
"대통령 거부권 행사 명분 없어…공표해야"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이 9일 야당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은 야당의 강행 처리에 반발하며 표결에 불참했는데, 더불어민주당은 여당의 요구를 수용해 수정안을 상정한 만큼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명분이 없다고 압박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10·29 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에 대한 수정안' 재석의원 177명 전원 찬성으로 가결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표결을 앞두고 집단 퇴장했고, 야당 주도로 단독 처리됐다.
앞서 민주당 등 야당이 지난해 4월 발의한 이태원참사 특별법은 지난해 6월30일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돼 지난해 11월29일 국회 본회의에 부의됐다. 원안은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국회가 특별검사을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국민의힘은 피해자 지원에 초점을 맞춘 별도 특별법을 지난해 12월11일 발의했다.
여야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자 김진표 의장은 지난해 12월21일 국회의 특검 임명 요청권을 삭제하고 법 시행 시기도 4월 총선 이후로 미루는 중재안을 냈다.
여야는 이 중재안을 토대로 이날 본회의 직전까지도 막판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민주당은 김 의장 중재안을 바탕으로 협상안을 수용해 수정안(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 대표 발의)을 본회의에 올렸다.
최종 수정안은 중재안에 담긴 특검 임명 요청 조항 삭제와 4월 총선 후 법시행은 모두 포함됐다.
핵심 쟁점인 특조위 구성 조항은 일부 변경됐다. 전체 인원은 11명으로 동일하지만 구성 요건 및 비율이 조정됐다. 원안에는 국회의장이 1명, 국민의힘이 4명, 민주당이 4명, 유가족단체가 2명을 각각 추천하게 돼 있다.
최종안은 여당과 야당의 몫은 그대로 두고 국회의장과 유가족 단체 추천 내용을 '국회의장이 관련 단체 등과 협의해 추천하는 3명으로 한다'고 적시했다. 국민의힘은 유족단체가 야당 성향이기 때문에 특조위가 편향적으로 구성된다고 주장해 왔는데 이러한 반발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상임위원은 5명에서 3명으로 줄었는데 유가족 단체 몫을 없애고 국회의장과 국민의힘, 민주당이 각각 1명씩 추천하기로 했다.
특조위 활동 기간은 기본적으로 1년이며, 연장 기간은 6개월 이내에서 3개월 이내로 단축했다.
유가족의 범위는 희생자의 배우자·직계존비속·형제자매로 규정했다. 유가족 외의 피해자의 경우 10·29이태원참사피해구제심의위원회의 심의·의결에 따르기로 했다.
법안에는 조사위원회의 영장청구 요건을 '정당한 이유 없이 2회 이상 거부할 때'로 강화하고, 관할 지방검찰청 검사장 외에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처장에게도 영장 청구를 의뢰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조사위원회의 활동기간 동안 이태원참사 관련 범죄행위의 공소시효를 정지하도록 한 조항은 삭제했다.
민주당이 원안이 아닌 수정안을 본회의에 올린 것은 여당의 협조를 압박하는 것은 물론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에 대응하기 위한 조처라는 해석이 나온다.
견해차 큰 특조위 구성 등을 놓고 여당의 요구를 수용한 만큼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역풍을 맞을 것이란 계산도 깔려 있다.
박주민 의원은 수정안 제안 설명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민주당은 뼈를 깎는 심정으로 이러한 수정안을 제출하게 됐다"며 "원안에서 후퇴한 수정안을 제출하게 되어 마음이 매우 무겁다. 유가족분들의 의견을 100% 반영하지 못해,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이 자리를 빌려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원안을 대표 발의한 남인순 의원은 눈물을 흘리며 "강추위 속에서 오체투지를 하며 걸음을 옮기는 참담한 상황을 우리 국회가 이제는 끝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특별법은 정쟁의 대상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민생법안"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수정안은 중재안뿐 아니라 여야 합의 과정에서 제기된 특조위 구성 및 활동 기간 단축 등을 전향적으로 수용했다"며 "쟁점 사항을 수용해 해소한 만큼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명분이 없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을 두 번 죽이는 일만큼은 절대로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여당이 요구한 특조위 구성을 수용했기 때문에 국민의힘이 정쟁으로 치부하고 표결에 불참하는 것은 명분이 약하다"며 "향후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검토할 때도 압박과 부담이 클 것이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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