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국방, 헤즈볼라 대대적 공격 임박 시사
미군, 홍해 민간 선박 공격한 후티와 첫 교전도
이란, 헤즈볼라 등 배후 세력 통해 갈등 키워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레바논 헤즈볼라와 예멘 후티 반군 등 이란 배후 무장 세력과 이스라엘 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가자지구 분쟁이 이란 등 중동 지역으로 확전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헤즈볼라는 전날 이스라엘 군 초소에 로켓 수십 발을 발사하면서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군이 지난 2일 하마스 부사령관을 사살한 데 대한 "예비적 대응"이라고 주장했지만, 이스라엘 정부 내에선 헤즈볼라에 안일하게 대응해선 안 된다는 경고가 나온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지난 5일 "우린 합의된 외교적 해결의 길을 선호하지만, 모래시계가 뒤집힐 시점에 가까워지고 있다"며 대대적인 공격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스라엘이 지난 1일 가자지구 내 병력 수천명을 철수한 배경이 북부 군사 작전을 위한 병력 조정에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베냐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한 국내 비판이 커지는 가운데, 이를 돌파하기 위해 레바논에서 전투를 확장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미국 행정부는 확전 가능성 고조를 우려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현재로선 이스라엘이 헤즈볼라를 공격할 우려를 더 크게 보고 있으며, 헤즈볼라가 국경을 침범할 경우 이스라엘을 지원하겠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지원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이스라엘이 레바논과 전면전에 나설 경우 성공하기 어려울 것으로도 평가하고 있다.
WP는 사안에 정통한 두 소식통을 인용해 미 국방정보국이 비밀 평가에서 이스라엘 방위군(IDF) 군사 자산과 자원이 가자지구 전쟁으로 과하게 분산된 만큼 헤즈볼라와 전선에서 성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헤즈볼라는 대규모 확전은 피하길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헤즈볼라 지도자인 하산 나스랄라는 지난 5일 연설에서 이스라엘 침략에 대한 대응을 다짐하면서도, 국경 경계 관련 이스라엘과 협상에 나설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홍해 확전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예멘 후티 반군은 가자지구 전쟁 개전 이후 하마스에 대한 연대를 천명하며 홍해를 지나는 민간 선박을 공격하고 있다.
후티는 "이스라엘 관련 선박만 공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국적과 관계없이 여러 민간 선박들이 공격받자 미국 주도로 다국적 연합군이 결성돼 대응 중이다.
지난달 말 제2 해운업체 머스크 화물선이 후티 공격을 받았을 당시 미 해군이 헬기로 대응 사격하는 등 처음으로 교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후티 반군을 직접 공격하는 걸 꺼려왔던 바이든 행정부 기조가 변화하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 해군 제독을 지낸 예비역 4성 장군 제임스 스타브리스는 "현시점 후티 반군에 대한 중대한 군사적 대응이 필요하다"며 "방어만 해선 안 된다는 걸 몇 년 전 소말리아 해적에 대한 경험으로 알고 있다. 이란이 메시지를 받을 유일한 방법이다"라고 지적했다.
헤즈볼라 및 후티와 갈등이 커지면서 배후 세력인 이란으로 확전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 정보 당국은 이란이 미국이나 이스라엘과 직접 충돌은 원하진 않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이란은 미군 기지 및 선박 공격과 핵 개발 등으로 갈등을 키우고 있다.
특히 헤즈볼라와 분쟁이 커질 경우 이스라엘 내 석유화학 공장이나 원자로 등 민감한 시설을 표적으로 삼을 수 있고, 이란도 민병대를 활성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군의 항공모함 배치 등 대응이 확전을 견인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유럽외교협회의 중동 전문가인 휴 로바트는 "미국은 억지력 매트릭스를 구축해, 지역 전쟁엔 관심이 없지만 이란 도발에 대응해 개입할 준비가 돼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며 "이러한 억지력 매트릭스는 확전 동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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