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쟁송 방안으로 대응
홍익표 "역대 어느 대통령도 특검 거부한 적 없어"
김건희 여사 특검 이슈 고리로 정권 심판론 불 지피나
[서울=뉴시스]강주희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이른바 '쌍특검법'(대장동·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자 더불어민주당은 권한쟁의심판이라는 카드를 꺼내 역공에 나섰다.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해 그 경과를 지켜보면서 국회의 재표결에 나서겠다는 게 민주당의 전략이다. 오는 4월 총선까지 김건희 여사 특검 이슈를 부각하며 정권 심판론을 확산시키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가 대통령 본인 및 가족 등에 대한 이해 충돌 여지가 있다며 권한쟁의심판 등 헌법상 쟁송 방안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권한쟁의심판은 국가기관 상호 간이나 지방자치단체 상호 간 또는 국가기관과 지자체 사이에 권한 관련 다툼이 발생할 경우 헌법재판소가 유권적으로 그 분쟁을 해결하도록 하는 절차다.
이에 민주당은 권한쟁의심판을 통해 대통령 가족이 연관된 법안에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가능한지 헌재 판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지난 5일 최고위원회에서 "역대 어느 대통령도 자신이나 자신의 가족과 관련한 특검 검찰수사를 거부한 적은 없었다"며 "결국 본인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국민과의 대결을 선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 상식은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으라는 것이고 누구도 법 앞에 예외 없이 적용하라는 것"이라며 "거부권 행사로 모든 상황이 끝났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어쩌면 국민의 심판과 저항은 이제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도 4일 라디오 '신정식의 뉴스하이킥'에서 "본인과 배우자의 이익을 위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내재적 한계를 벗어난 거부권 행사"라며 "이런 것까지 다 허용이 되면 앞으로 대통령이 되는 사람은 사실상 왕으로 군림할 수도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민주당의 대응에 대해 '당연한 절차'라고 평가하면서도 향후 여론도 주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특검법을 막으려는 국민의힘이나 이를 끌고 가려는 민주당이나 입장은 똑같다"며 "이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여론과 법률의 문제로 직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더 높기 때문에 민주당의 권한쟁의 신청을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을 것 같다"며 "충분히 문제 제기할 수 있는 사안이고 만약 (민주당의 대응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형성 되더라도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겠나"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쌍특검법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자 즉각 거부권 행사를 밝혔다. 이어 지난 4일 법안이 국회에서 정부로 이송되자 정부는 5일 임시 국무회의에서 쌍특검법에 대한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는 안건을 의결했고 윤 대통령은 이를 즉시 재개했다. 쌍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 8일 만이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쌍특검법은 다시 국회로 넘어갔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 다시 의결되려면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 출석의원 3분의 2이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출석의원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표를 얻지 못할 경우 법안은 자동 폐지된다.
재표결에 변수가 생겨 날 수 있다. 쌍특검법에 대한 재표결이 2월 중순 이후에 이뤄질 경우 국민의힘 공천에서 탈락한 현역 의원들이 반란표를 던질 가능성이 있어서다. 이 경우 재적의원 298명 전원이 출석해 199석 이상이 쌍특검법에 찬성표를 던져 의결될 수 있다. 167석인 민주당이 정의당(6석), 기본소득당·진보당·한국의희망(각 1석)과 공조하고, 무소속(10석)의 표까지 끌어오면 국민의힘에서 19석만 이탈해도 가결이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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