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024 경제정책방향'…2.2% 경제 성장률 전망
부동산 시장 침체 장기화…건설경기 부진 뇌관 우려
임차인 거주주택 매입·인구감소지역 세컨드홈 稅혜택
SOC 최대 조기집행…비수도권개발부담금 100% 감면
상반기 3% 물가 전망…전기·가스 공공요금 동결기조
[세종=뉴시스] 오종택 박영주 용윤신 임하은 기자 = 새해 한국 경제는 수출 회복세가 확대되겠으나 고물가와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소비가 위축되고, 건설경기 부진도 깊어져 민생경제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란 전망이다.
정부는 물가안정과 경제회복에 총력 대응하며 민생 부담을 덜고, 부동산 파이낸싱프로젝트(PF) 부실이 한국 경제를 뒤흔들 뇌관이 되지 않도록 연착륙을 지원한다.
건설경기가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도록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최대 수준으로 조기집행한다. 역전세난 해소를 위해 임차인이 거주 중인 주택을 매입하면 취득세를 감면하고, 지방 소형주택을 매입해도 1주택자 지위를 유지한다.
상반기 물가상승률이 2%대로 조기 안착하도록 할당관세와 유류세 등 세제지원을 강화한다.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은 최대한 동결기조를 가져간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4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 토론회 : 첫 번째, 활력 있는 민생경제'를 열어 '2024년 경제정책방향'을 확정해 발표했다.
경제성장률 0.2%p 낮춘 2.2% 전망…물가는 2.6% 예측
세계교역이 회복하며 작년 4분기부터 바닥을 다진 수출이 비교적 속도감 있게 개선될 전망이지만 부동산 경기 둔화와 건설수주·착공 부진 등 건설경기 어려움은 경제 성장에 있어 마이너스(-) 요인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누적된 고물가·고금리 부담, 부문별 회복 속도의 차이 등으로 많은 국민들이 온기를 체감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상반기 중 내수와 건설투자 부진, 그리고 3%대 물가가 이어지며 민생의 어려움이 가중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상·하방 요인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올해 한국 경제가 2.2%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작년 하반기 예측했던 2.4%에서 0.2%포인트(p) 하향 조정했다. 대내외 주요기관 중 한국은행(2.1%)보다 높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2.3%)보다는 낮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을 비롯한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개발은행(ADB)과 같은 예측이다.
상반기까지 3%대 고물가가 지속되는 등 더딘 서민 체감경기 회복세가 소비여력을 제약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공급망 불안과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도 불확실성으로 꼽힌다. 특히 건설투자, 건설경기 부진으로 부동산PF, 가계부채 증가 등 잠재적인 위험요인에 대한 우려가 크게 작용할 전망이다.
따라서 정부는 서민 체감경기 회복에 주력하면서 잠재 리스크 요인을 철저히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규제 완화와 투자 혁신 등 경제 역동성을 끌어올리고, 인구·기후위기 대응 등 미래대비 노력도 지속한다.
건설경기 회복이 성장률 좌우한다…SOC 역대급 신속 집행
우선 SOC 예산 26조4000억원을 중심으로 상반기에만 역대 최고 수준인 65%의 재정을 조기 집행한다. 집행을 앞당길 수 있도록 관련 절차를 단축하고, 선지급 한도도 확대한다. 공공투자도 올해 60조원대 규모 투자 계획 중 상반기에 역대 최고 수준인 55%의 집행률 달성을 목표로 집행관리를 추진한다.
얼어붙은 지방 건설 경기에 온기를 불어넣기 위해 올해 한시적으로 비수도권개발부담금 100% 면제하고, 학교용지부담금도 처음으로 50% 감면한다. 준공 후 미분양되거나 착공하지 못한 공공택지 등은 관련 건설사의 유동성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세제지원과 함께 규정을 정비하고, 공기업 역할도 강화한다.
부동산PF 연착륙 방안으로 일시적 유동성 악화로 어려움을 겪는 사업장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매입해 정상화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85조원 규모 유동성 공급도 조속히 집행한다는 계획이다.
윤인대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사전브리핑에서 "부동산PF 시장 안정성 제고를 위해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부동산 개발사업에 대한 추진 방식을 바꾸는 등 보다 근본적인 제도 개선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임차인 매입시 취득세 감면 등 역전세난 해법…'세컨드홈' 인센티브 확대
임차인이 거주 중인 소형주택을 매입하면 취득세를 감면해준다. 60㎡ 이하, 취득가액 수도권 기준 3억원·지방 2억원 이하 소형·저가주택을 매입하면 올해 1년간 한시적으로 최대 200만원까지 취득세를 감면한다. 다세대·다가구 주택으로 아파트는 해당되지 않는다. 나중에 청약을 신청할 경우 무주택자 지위를 유지해준다.
역전세 등을 감안해 등록임대사업자가 LH나 지역주택도시공사에 올해 한시적으로 소형·저가주택을 양도할 수 있다. 거래가 실종된 구축 빌라 등 다세대·다가구 주택 1만호 이상도 LH 등이 공공매입을 추진한다.
기존 1주택자가 인구감소지역 주택 1채를 매입했을 때 1주택자로 간주해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등 주택보유·거래 세제 인센티브를 확대한다. 생활인구 확대와 주택 거래를 유도하기 위한 이른바 '세컨드 홈' 활성화 방안이다.
부동산 시장 활성화 방안으로 5월 종료 예정이던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배제도 1년 한시 연장한다.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동결기조…소상공인·취약층 맞춤 지원
농축수산물 할인지원과 에너지바우처 등 물가관리 대응 예산을 전년대비 1조8000억원 확대해 10조8000억원을 투입한다. 과일가격 안정과 농축산물 원활한 수급을 위해 할당관세 물량 등을 대폭 늘려 신속하게 도입한다.
중앙과 지방공공요금은 상반기 동결 기조로 운영한다. 에너지 공기업 누적 적자 등 인상 요인이 분명한 전기·가스요금도 상반기에는 사실상 동결한다는 입장이다.
김병환 기재부 1차관은 "(전기·가스요금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물가를 2%대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상반기까지 공공부문이 허리를 더 졸라매야 한다는 차원에서 정책 기조를 잡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상반기 공공요금 동결기조가 4월에 있을 총선을 앞두고 민심을 의식한 결정이라는 지적에는 선을 그었다. 최상목 부총리는 "전체적인 경제지표 흐름을 보면 상반기가 굉장히 어렵기 때문에 정치 일정과 관계없이 (경제 정책 시기를) 판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민 생계비 부담을 덜기 위해 학자금 대출금리(1.7%)를 동결하고, 취업 후 상황 연체이자율을 1.2%에서 0.5%로 낮춘다. 햇살론 등 서민정책금융 지원 한도 증액도 연말까지 연장한다.
1분기 영세 소상공인 126만명에 대해 업체당 20만원의 전기료 감면을 지원하고, 자영업자·소상공인 저리 대환 프로그램도 개편해 이자부담을 경감한다. 노인일자리 규모를 103만명으로 확대하고, 직접일자리 지원 인원의 90%를 1분기에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수출 7000억불 달성 355조 공급…투자 반등 R&D 세액공제 확대
수출이 전체 매출의 50%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법인세, 부가세, 세무조사 등 세정지원을 1년 연장한다.
초대형 수주 프로젝트인 해외건설, 방산, 원전 등 해외수주 570억 달러 달성을 위해 수출입은행 '초대형 특별 프로그램' 신설을 검토한다. 해외 건설 400억 달러 수주 달성을 위해서는 국가별·프로젝트별 맞춤형 수주전략을 수립한다.
시설투자 임시투자세액공제를 1년 연장하고, R%D 투자에 대해서는 투자 증가분 세액공제율을 각각 10%p씩 상향 조정한다. 역대 최대인 52조원 시설투자 자금을 공급하고, 국내로 유턴하는 기업 보조금 지원규모도 57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대폭 늘린다.
이와 함께 내수 활성화를 위해 중국 단체관광 비자수수료 면제를 연장하고, 면제대상도 중국을 비롯해 베트남 등 6개국으로 확대한다.
올해 카드사용액이 전년 대비 5% 이상 증가한 경우 증가분에 대해 100만원 한도에서 10% 소득공제를 적용한다. 특별히 상반기에는 20% 소득공제해 내수 회복을 지원할 예정이다.
노후차 교체 개별소비세도 70% 한시 인하하고, 전기승용차도 업계 가격인하에 비례해 구매 보조금을 추가로 지급한다.
최상목 부총리는 "민생경제 회복과 잠재위험 관리에 정책역량을 총집중하는 한편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과 미래세대를 위한 역동경제 구현, 미래세대 동행에도 중점을 두고 '활력있는 민생경제'를 만들어 가겠다"며 “경제정책방향의 세부 과제를 신속히 추진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