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2022년 10월 1335명 대상 설문조사
'0.5m 높이의 지진해일에 대한 위험성' 질문
'약간의 파도 정도…문제되지 않아'가 절반
[서울=뉴시스]임철휘 기자 = 전날(1일) 일본 혼슈 중부 이시카와현 노토(能登) 반도에서 규모 7.6의 강진이 발생한 가운데, 상당수 시민들이 낮은 높이의 지진해일을 단순 풍랑처럼 생각해 그 위험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2022년 10월11~14일 시민 1335명을 대상으로 지진해일의 위험성 인식을 설문조사 한 결과, '0.5m 높이의 지진해일에 대한 위험성'을 묻자 절반 이상(53.6%)이 '약간의 파도 정도이므로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피해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는 응답도 5.7%에 달했다. '매우 위험하므로 대피해야 한다'는 답변은 40.7%에 그쳤다.
반면 안전 관계자(121명 대상)의 경우 응답자의 절반 이상(52.1%)이 '매우 위험하므로 대피해야 한다'고 답해 일반 국민과 인식차가 드러났다.
기상청은 지난해 4월 이런 설문 내용이 포함된 지진해일 특보 해설서를 발간하고 "많은 사람이 지진해일을 풍랑처럼 생각해 그 위험성을 인식하지 못한다"며 "지진해일주의보가 발령돼 재난 문자를 받았을 경우, 해안가로 가거나 대피하지 않는 등의 위험한 행동에 대한 응답비율이 높다"고 지적했다.
실제 전날 일본 강진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가장 활발히 공유된 게시글 중 하나도 낮은 높이의 지진해일이라도 주의해야 한다는 경고 글이었다.
해당 글을 작성한 누리꾼은 30㎝ 높이의 지진해일 강도 실험 영상과 함께 "여러분 30㎝의 지진해일(쓰나미)만으로 사람이 휩쓸려 갑니다. 결코 30㎝라고 가벼이 봐선 안 됩니다. 그냥 개울가의 30㎝와는 달라요"라고 경고했다.
쓰나미로도 불리는 지진해일은 해저에서 강진이 발생하거나, 화산이 폭발해 해수면 높이가 급격히 변하면서 발생하는 파장이 매우 긴 파도다.
일반적으로 수직단층운동에 의해 진원의 깊이가 80㎞ 이하로 얕은 강진이 발생하면 지진해일도 발생한다.
지진해일은 수심 5000m인 곳에서 여객기와 비슷한 시속 약 700㎞에 이른다. 수심이 얕아질수록 전파속도는 느려져, 수심 100m에서는 시속 약 110㎞, 수심 10m에서는 시속 약 36㎞다.
다만, 해안가에서는 지진해일이 범람해 밀려오는 데다 바다로 다시 쓸려나갈 때의 속도가 밀려올 때의 속도보다 더 빠른 경우가 많아서 낮은 높이에도 그 위험은 여전하다.
지진해일이 0.2~0.3m 높이일 경우 사람들은 쉽사리 움직이지 못하거나 대피하기 어려워진다. 선박·어업시설에 피해가 나타나는 것도 이 단계다.
해일 높이가 0.5m가 되면 가옥의 1층이 침수되기 시작하고, 1m가 되면 대부분의 사람이 사망하게 된다. 가옥은 전파·반파된다. 3m에는 가옥 2층이 침수되기 시작하며 5m에 이르면 2층이 완전히 수몰된다.
박순천 기상청 지진화산연구과장은 "지진해일은 단순 높이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며 "20~30㎝면 무릎 정도 오는 건데 괜찮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지만, 물이 고여 있는 곳에서 걷는 것과 물이 계속해서 밀려오는 상황에서 움직이는 건 다르다. 5~10분 주기로 계속 많은 물이 밀려 들어오는 만큼 높이가 낮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