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너머 6G②]"네트워크를 잡는 者, 천하를 얻는다" 차세대 통신 패권경쟁

기사등록 2024/01/07 09:30:00

최종수정 2024/01/08 15:57:03

美 통신사·제조사 등 IT 기업 뭉쳐 6G 경쟁력 강화

中 6G 인공위성 최초 발사…6G 특허 최다 보유국

日 관민 연구회 발족…선진국과 공조로 6G 투자

EU 노키아·도이치텔레콤 주도 아래 기술 개발 주도

[서울=뉴시스]윤정민 기자 = "6세대(6G) 이동통신 서비스, 먼 미래 일 아니다."

전세계 이동통신 주도권 경쟁이 5G에서 6G로 옮겨붙고 있다. 이르면 오는 2028년쯤에야 상용화될 예정이지만 기술 선점을 위한 세계 주요국 간 물 밑 싸움이 한창이다. 16세기 영국 탐험가 월터 롤리가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고 말했듯 21세기에는 네트워크 기술 패권을 쥔 국가가 세계 경제를 주무를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4G 시대를 이끈 미국은 빠른 기술 도입 덕분에 페이스북(현 메타),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성장했다.

'통신 굴기'를 선언한 중국은 일찌감치 5G 기술 연구·개발(R&D)에 뛰어들었고 그 결과 화웨이, ZTE 등 통신 장비 기업이 성장했다. 보안 이슈로 이들 기업이 미국발 제재를 겪고 있지만 화웨이는 2022년 기준 세계 통신장비 시장에서 점유율 28.7%로 1위(시장조사업체 델오로 추산)를 달리고 있다.

6G는 초거대 인공지능(AI) 기반 사물인터넷(IoT) 서비스, 도심항공교통(UAM)뿐만 아니라 군사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위성통신이 중심인 만큼 6G가 하늘과 해저 등 공간 제약 없이 빠르고 안정적인 통신을 가능케 하고 데이터 전송·처리 속도도 빨라지기 때문에 AI, 딥러닝을 통한 군사작전 설계, 훈련·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

5G가 상용화된 지 만 5년이 된 지금에서야 4G 대체 기술로 자리 잡았지만 세계 각국이 벌써 6G에 군침을 흘리는 이유다.

네트워크 패권 왕좌 내려올 생각 없는 中, 6G 특허 제일 많다

5G 시대를 이끈 중국은 세계 주요국 가운데 6G 통신 기술 개발에도 가장 앞서 있는 국가로 평가받는다.

2019년 정부 주도 아래 6G 기술연구조직인 IMT-2030가 출범한 가운데 다음 해인 2020년 11월 테라헤르츠(㎔) 칩을 탑재한 6G 인공위성(텐옌-5호)을 세계 최초로 쏘아 올렸다.

정부 주도 투자는 기술 특허에 빛을 발했다. 일본 시장조사기관 사이버 크리에이티브 인스티튜트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6G 관련 특허 출원 건 중 중국이 40.3%로 가장 많았다. 미국이 35.5%로 바짝 쫓는 가운데 일본 9.9%, 유럽연합(EU), 8.9%, 한국 4.2%로 뒤처져 있다.

관건은 반도체 수급이다. 6G 기술이 있더라도 이를 쓸 수 있는 통신 장비가 있어야 하지만 미국이 D램, 낸드플래시, 시스템 반도체 생산 장비에 대한 중국 수출 등을 통제하고 있다. 화웨이, ZTE 등 중국 주요 통신 장비 기업이 반도체 공급망 위기를 극복하면서 6G 조기 상용화에 나설지 귀추가 주목된다.

4G 세상 연 美, 우방국 통신동맹 체결 가능성

5G 주도권을 중국에 뺏긴 미국은 6G 기술을 선점해 4G 시대 영광을 되찾겠다는 각오다.

미국에서 6G 기술 개발을 이끄는 주체는 넥스트 G 얼라이언스(Next G Alliance)다. 이 협의체는 미국통신사업자연합(ATIS)이 출범한 단체로 미국 3대 이통사(AT&T, 버라이즌, T모바일)와 함께 에릭슨, 노키아 등 통신 장비 기업과 인텔, 퀄컴 등 반도체 기업, 마이크로소프트 등 소프트웨어 기업, 시스코 등 하드웨어 기업 등 IT 기업 대다수가 참여해 있다.

연방 정부도 차세대 네트워크 리더십 회복에 발벗고 나섰다. 2021년 하원에서 6G 경쟁력 강화를 위한 미래 네트워크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6G의 안전한 개발과 배포를 돕고 중요 인프라에 대한 사이버 공격으로부터 보안을 강화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2022년에는 6G 선도를 위한 기술자문위원회도 출범했으며 같은 해 G7과는 6G 인프라 개발 확대·보급 등을 내용으로 한 '글로벌 인프라 투자 파트너십'도 발표했다.

'몰락한 IT 왕국' 日·'LTE 최초 상용화'만 한 EU "6G는 우리가 쥔다"

미국과 중국에 가려져 있지만 3G 시대를 이끈 일본, 세계 최초 LTE 서비스를 상용화한 유럽연합(EU)도 과거 영광을 되찾고자 6G R&D에 나섰다.

일본이 본격적으로 6G 연구를 시작한 건 2020년 1월 총무성 주관 '6G 연구회' 발족 때다. 같은 해 7월 일본 통신 기업 NTT가 자국 기업 100여곳과 함께 6G 통신장비 개발에 도전하겠다고 발표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외신은 3G 시대를 이끈 NTT-일본 전자기업 간 협력 모델인 덴덴패밀리가 다시 등장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후 인텔, 노키아 등과 6G R&D 협력체계를 구축한 가운데 지난해 3월에는 SK텔레콤과 함께 6G 이동통신 기술 백서를 발간하며 해외 기업과의 공조도 지속하고 있다.

또 정부 차원에서도 통신업계 선진국과의 공조도 이어가고 있다. 2021년 미국과의 정상회담에서 45억 달러(당시 약 6조4000억원) 규모의 차세대 통신 개발 공동투자하기로 한 데 이어 2022년 영국과도 6G 개발을 위한 산·학·연 공동 노력 촉진에도 합의했다.

유럽 지역에서는 2018년 핀란드 오울루 대학을 중심으로 한 6G 플래그십 프로젝트가 있다. 6G R&D 사업 등으로 2025년까지 3000억원이 투자된 프로젝트다.

EU는 2020년 호라이즌(Horizon) 2020 프로그램 일환으로 조직된 민간 중심 6G 이동통신 R&D 그룹 '헥사 X(Hexa-X)'가 출범시켰다. 또 2021년부터는 스마트 네트워크 및 서비스 공동 사업(SNS JU)을 시작했는데 올해의 경우 6G 관련 연구 27개에 총 1억3000만 유로(약 1850억원)를 지원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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