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톤, 더 크로스 신곡에 AI 음성 지원
20년 간 아티스트 음성 수집·학습해 AI 음성화
더 크로스 멤버 "김혁건 특유의 창법 느껴져"
[서울=뉴시스] 오동현 기자 = 불의의 사고로 가수 생활을 포기해야만 했던 보컬리스트가 인공지능(AI)의 도움으로 잃어버린 옛 목소리를 되찾았다. 음악과 AI 기술이 결합돼 긍정적 시너지를 일으킨 사례다.
수퍼톤은 지난 19일과 26일 2회에 걸쳐 방영된 JTBC 특집 프로그램 ‘리얼라이브(RE-Alive)’에서 선보인 ‘더 크로스’의 신곡에 AI 음성 기술을 지원했다고 27일 밝혔다. 교통사고로 사지가 마비되는 장애를 얻은 더 크로스 멤버 김혁건이 예전처럼 노래할 수 있도록 도운 것이다.
수퍼톤은 김혁건의 목소리와 창법 등을 AI 기술로 복원해 더 크로스의 신곡에 적용했다. 김혁건은 디지털 트윈(현실의 실물을 가상공간에 구현하는 기술)으로 구현된 전성기 시절의 자신과 함께 무대에 올라 듀엣으로 신곡을 열창했다. 장애로 인해 호흡이 짧아져 소화하기 어려운 파트는 디지털트윈의 김혁건이 맡았다.
수퍼톤은 앞서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김현식, 김광석, 터틀맨(임성훈), 임윤택, 유재하 등 고인이 된 가수의 음성을 AI 기술로 재현한 바 있다. 작고한 아티스트의 음성을 AI로 학습해 최신곡을 부르는 모습을 연출하며 아티스트를 다시 추억하는 계기를 만든 것이다.
이번 더 크로스 신곡 작업은 살아있는 아티스트의 목소리에 AI 기술을 접목하는 방식인데다, 듀엣곡이어서 기존 작업보다 더 난도이도가 높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이전 김혁건은 특유의 폭발력있는 샤우팅 창법을 구사했으나 현재는 사지마비로 인해 이전과 같이 노래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수퍼톤은 음원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그동안 방송된 김혁건의 음성 20년어치를 수집했다. 수집된 김혁건의 목소리는 데이터 학습을 통해 AI 음성화했다. 이어 다양한 창법의 보컬 음색을 생성했고, 각 음성 마디마다 유효한 창법을 조합해 가며 최적의 음원을 완성했다.
작업 중 가장 까다로웠던 부분은 김혁건의 전성기 시절 샤우팅 창법을 구현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수퍼톤은 그의 샤우팅 창법을 기술로 모사했고, 이를 신곡에 적용해 4옥타브에 이르는 고음까지 음정을 끌어 올리는 작업에 공을 들였다.
실존하는 김혁건과 디지털 트윈의 김혁건이 완벽한 하모니로 듀엣 무대를 선보이는 데에도 신경을 썼다. 목소리가 조화를 이루도록 AI 음성 생성과 김혁건의 스튜디오 녹음을 수차례 반복하며 음색과 바이브레이션, 화음을 맞췄다.
20년 넘게 김혁건의 목소리를 들어온 더 크로스 멤버 이시하는 "확실히 김혁건 특유의 창법이 느껴진다"며 기술에 대한 놀라움을 드러냈다. 무대를 마친 김혁건은 "AI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이렇게 힘든 컨디션에도 라이브 무대를 성공적으로 보여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교구 수퍼톤 대표는 "이번 협업 사례는 아티스트가 어떤 물리적 한계에서도 음악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의 순 기능을 보여준 것"이라며 "방송 이후에도 더 크로스가 계속 음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기술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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