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앞에서는 강경 발언해도 뒤로는 협상 원한다
현 점령지 러시아에 양도하는 조건으로 휴전 의사
전선 교착·지원 약화·국제 정세 등으로 '적기' 판단
[서울=뉴시스] 이명동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조용히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을 위한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매체는 러시아 크렘린궁과 가까운 관계자 2명을 인용해 푸틴 대통령이 조용한 외교 채널로 협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복수의 외교 채널을 통해 이 같은 의사를 표시해 왔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이 바깥으로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강경한 발언을 내놓고 있지만, 뒤로는 장기전에 접어든 전쟁을 끝내 자신을 향한 잠재적 위협을 줄이려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민족의 땅을 되찾겠다는 역사적 사명에 집착하면서도 국민이 평범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매체는 짚었다. 그 결과로 조용히 전쟁을 끝낼 준비가 됐다는 점을 부각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전직 러시아 고위 관료는 "푸틴 대통령은 정말로 현재 위치에서 (전쟁을) 멈출 용의가 있다"면서도 "1m도 후퇴할 의사는 없다"고 말했다.
지난가을 러시아 고위 관료는 소식통에게 휴전 협상을 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과 함께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고집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가을 협상을 위해 러시아 측 인사를 파견한 적도 있다고 매체는 지적했다. 당시 우크라이나가 북동부 전선에서 러시아군을 몰아내자, 푸틴 대통령은 현재 차지한 영토를 받는 대가로 전쟁을 멈출 의사가 있었다고 부연했다.
러시아 측은 교착상태에 빠진 전황, 우크라이나 공세의 여파, 서방의 대(對)우크라이나 지원 약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충돌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해 협상 타결을 위한 적절한 새 시점이 다가왔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전직 러시아 관료는 전황이 러시아에 유리해지면 푸틴 대통령의 생각은 또 변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지난 19일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원한다면 우크라이나, 미국, 유럽과 우크라이나의 미래에 관해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러시아는 국익을 수호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그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소위 '특별 군사 작전'을 계속할 것이며, 러시아에 전략적인 패배를 가하려는 모든 시도가 좌절됐다"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군사동맹 가입을 10년 안에도, 20년 안에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도 푸틴 대통령의 해당 발언을 매체에 재차 확인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지난 20일 "우크라이나가 영국 주장으로 지난해 러시아와 협상을 철회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는 푸틴 대통령과의 직접적인 평화 협상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대신 젤렌스키 대통령은 자국 영토 보전·회복을 포함한 10개 항의 '평화공식(Peace Formula)'을 토대로 우크라이나 전쟁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모든 러시아 점령지에서 완전히 철군이 이뤄져야 평화가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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