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문화계는 어느 해 보다 역동적이었다. K-콘텐츠가 세계적인 영향력이 발휘됐다. 발레리나 강미선이 무용계 최고 영광인 '브누아 드 라 당스' 수상을 시작으로 한강 작가가 한국 최초로 프랑스 권위 있는 문학상인 메디치상 거머쥐는 등 낭보가 잇달았다. 한국 조각가 한진섭은 바티칸 교황청 2000년의 전통을 깨고 베드로 성당에 김대건 신부 성상을 설치했다. 코로나19로 위축됐던 방한 관광객이 1000만명을 돌파했다. 세계 3대 악단은 잇달아 내한, 한국에서 오케스트라 대첩을 펼쳤다. 안타까운 소식도 많았다. 단색화 거장 박서보 화백이 별세했고, 조계종 전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소신공양 입적했다. 특히 경복궁 담벼락 낙서 테러는 전 국민에 큰 충격을 줬다. 2023년을 뜨겁게 달군 뉴스들을 월별로 정리했다.
[서울=뉴시스] 문화부 기자 =
①'워킹맘' 강미선, '무용계 아카데미상' 수상
'브누아 드 라 당스'는 세계 무용계 최고 권위의 상으로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린다. 국내에서는 발레리나 강수진(1999년), 김주원(2006년), 발레리노 김기민(2016년), 발레리나 박세은(2018년)이 이 상을 수상했으며, 강미선은 5번째 한국인 수상자다. '마흔의 발레리나', '워킹맘'이라 수상의 울림이 더욱 크다. 올해로 21년째 유니버설에서 활동 중인 강미선은 2021년 10월 아들 레오를 출산, 국내에 몇 안 되는 '워킹맘' 발레리나가 됐으며, 이후에도 활발한 활동을 벌여왔다.
②갓 쓰고 한복 입은 김대건 성상 바티칸 설치
한복 입은 김대건 성상은 2000년 가톨릭 교회의 전통도 바꿨다. 바티칸 베드로 대성당 총책임자이자 예술성 장관인 마우로 감베티추기경은 "지금까지는 베네딕토회, 프란치스코회, 도미니코회 등 수도회 설립자 성인상들이 이곳에 세워졌는데 김대건 신부를 시작으로 각 민족과 나라를 대표하는 성상을 성 베드로 대성전에 모실 것”이라고 공표했다.
③배우 유인촌, 15년 만에 문체부 장관 귀환
한달간 하루에 두세 건의 행사에 참석하며 쉴 틈 없이 현장 간담회를 열며 문화계 관계자들과 직접 소통했다. 2021년 세계관광기구 최우수 관광마을로 선정된 전남 신안군 '퍼플섬'에서 보라색 재킷 차림으로 자전거를 현장을 둘러보는 등 진취적인 모습을 보였다. 연말에도 1박2일 밀양과 통영을 직접 찾아 남부권 광역관광 개발계획을 발표했다. '로컬100' 캠페인 홍보맨을 자처하며 5대 도시를 잇는 ‘K-관광 휴양벨트’ 구축 육성에 몸을 아끼지 않고 있다.
④'묘법' 단색화 거장 박서보 화백 별세
올해 3월 제주 서귀포시 JW메리어트 호텔에 그의 이름을 딴 박서보미술관 건립 기공식을 가졌다. 당시 환한 모습으로 기공식을 마친 박 화백은 "박서보 미술관은 모든 사람들이 이곳에 와서 마음 속 응어리를 풀고갈 수 있는 곳"이라며 "내 그림이 그들에게 치유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늘 이야기하던 “변하지 않으면 추락한다. 그러나 변해도 또한 추락한다"는 박 화백의 명언은 장지인 장지인 분당 메모리얼 파크에 새겨졌다.
⑤베를린필·빈필·RCO 내한 역대급 클래식 대전
협연자도 화려했다. 조성진은 11월12일 예술의전당 무대에 올라 베를린필과 협연했다. 베를린필의 내한은 6년만으로, 2019-2020시즌부터 상임지휘자로 악단을 이끌고 있는 젊은 지휘자 키릴 페트렌코가 지휘봉을 잡았다. 빈필은 11월6~8일 내한 공연을 가졌다. 투간 소키예프가 지휘하고, 랑랑이 협연했다. 로열콘세르트헤바우는 11월11~12일 내한공연을 가졌다. 파비오 루이지가 지휘봉을 잡고 피아니스트 예핌 브롬프만이 협연했다.
⑥33년 역사 대학로 간판극장 학전 폐관
가수 김광석이 1996년 세상을 떠나기 전 1000회 공연을 한 곳이기도 하다. 소극장 뮤지컬 전설로 꼽히는 '지하철 1호선'은 200석 미만 소극장에서 관객 약 75만명을 동원하며 대학로에 소극장 공연 전성시대를 열었다. 대학로 소극장에 관객들의 발길이 줄어들며 경영난을 겪었고, 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며 더욱 타격을 입었다. 학전은 창립 33주년을 맞는 내년 3월15일 폐관한다.
⑦조계종 전 총무원장 자승스님 '소신공양'
자승스님은 2009년 50대에 총무원장으로 선출됐고, 2013년 재선에 성공했다. 1962년 통합종단조계종 출범 후 4년 임기 두 번을 모두 채운 총무원장은 자승 스님이 유일하다. 퇴임 후 2021년 학교법인 동국대 건학위원회 고문이자 총재를 맡아 조계종 내 가장 큰 권력 두 개를 모두 잡은 '조계종 실세'라는 평을 받았다.
⑧소설가 한강, 한국인 최초 메디치상 수상
작가는 지난해 11월 이 소설로 제30회 대산문학상을 받았다. 프랑스에서는 지난 8월 최경란·피에르 비지우의 번역으로 그라세 출판사에서 출간됐다. 프랑스 출판사 측은 책이 처음 발간됐을 때부터 독자들이 열광했고, 많은 비평가가 최고 평점을 줬다면서 메디치 상 수상도 그 연장선이라고 평가했다.
⑨방한관광객 1000만 명 돌파
방한관광객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750만명에 이르렀지만, 2020년 252만명, 2021년 97만명, 2022년 320만명으로 크게 위축됐다. 정부는 '2023~2024 한국관광의 해'를 선포하고, 전세계적인 방한관광 마케팅에 나섰다. 일본 등을 중심으로 방한객이 꾸준히 증가하며 지난 10월에는 연간 최고치인 월 123만명의 관광객이 한국을 찾았다.
⑩국가유산 경복궁 담벼락 낙서 테러
스프레이 흔적을 지우는 작업이 진행중이다. 문화유산 보존처리 전문가 20여 명이 투입됐고 복구 나흘 만에 50% 정도 작업을 마쳤으나 강추위에 복구작업이 멈췄다. 25일까지 중단 후 재개할 예정이다. 문화재청은 경복궁 담장 외부 9개소에 CCTV 14대가 설치·운영 중에 있고 앞으로 담장 외부에 20여대의 CCTV가 추가 설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경복궁 내 낙서는 더 심각한 수준이라며 시민의식 개선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