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하트트래블' 개발한 LGU+ 사내벤처 'D사내벤처TF'
남여 12명 선발 1박2일 여행…"연애 프로 컨셉 차용, 방송 노출 부담은 없어"
데이팅 서비스 가입자 900여명, 매칭률 48%에 달해
[서울=뉴시스]윤정민 기자 = #1. 30대 남성 A씨는 운명의 짝을 만나기 위해 한 커플 매칭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남녀 12명이 경기 모 펜션에 모여 1박2일간 진행된 프로그램에서 A씨는 살면서 처음 본, 본인 이상형에 제일 가까운 여성 B씨를 알게 됐다. 캠핑장 장작불 앞에 앉아 B씨와 많은 대화를 나눴던 A씨는 프로그램 종료 후에도 주기적으로 연락한 끝에 사귀게 됐다. 6개월이 지난 지금 A씨는 B씨의 평생 반려자가 됐다.
#2. 20대 남성 C씨는 친구 D씨와 함께 커플 매칭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C씨는 같은 프로그램에 참여한 여성 E씨가 마음에 들었고 열심히 게임을 한끝에 그녀의 속마음을 알 수 있는 찬스를 얻었다. 그녀가 고른 첫인상 1등 남자는 누구였을까 궁금했던 C씨. 하지만 C씨는 E씨가 D씨에 마음에 두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충격에 휩싸인 C씨는 D씨와 E씨 간 커플이 되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봐야 했다.
tvN '하트시그널'이나 ENA·SBS Plus '나는 솔로'에서 볼 법한 두 이야기는 방송사, 데이팅 전문 회사가 아닌 LG유플러스 청년 사원들이 만든 데이팅 서비스 '하트트래블'에 나온 것들이다. 사원들이 직접 사랑이 고픈 청년들의 사연을 꼼꼼히 읽으며 커플 성사 가능성을 판단한 뒤 자리를 만들어 준 것이다.
서비스를 시작한 지 6개월밖에 안 됐지만 이들의 눈썰미는 '큐피드'급이었다. 지금까지 서울, 경기 가평, 강원 강릉, 부산 등에서 프로그램을 여러 차례 진행했는데 매칭률이 48%에 달했다.
6개월 만에 신혼부부 배출한 하트트래블…"수십명 신청서 꼼꼼히 읽은 덕분"
LG유플러스 청년 사원 박세훈 팀장(PM), 박수영 책임, 김소연 선임은 사내벤처 'D사내벤처TF' 설립 후 지난 4월 하트트래블을 시작했다. 이 서비스는 연애 프로그램 콘셉트로 한 기수당 남녀 총 12명을 선발해 1박2일 여행을 제공한다.
참가자들은 자기소개, 다양한 액티비티(요트 투어, 캠핑, 바비큐 파티 등), 일대일 대화 등을 진행하며 서로를 알아간다. 모임 종료 전 마음에 드는 이성을 선택한 뒤 매칭 시 연락처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마무리된다.
지난 4월 첫 프로그램 진행 후 가입자 수는 880명(지난달 기준)에 달했고 연령대로 보면 20대는 37%, 30대는 59%였다. 프로그램별 경쟁률은 최소 4~5대 1이었다. 남녀 신청 비율도 5.7대 4.3으로 비등비등하다.
D사내벤처TF(이하 창업팀)는 지난 18일 서울 용산구 LG유플러스 본사 사옥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하트트래블이 처음부터 주목받을 수 있던 이유에 대해 '하트시그널' 등 연애 프로그램 인기와 프로필 비공개 등 다른 데이팅 앱과의 차별점에 있다고 밝혔다.
김 선임은 "데이팅 앱이 많은데 대부분 본인 프로필을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해야 한다. 결혼정보회사 같은 경우에는 맞선 느낌이 있다"며 기존 데이팅 서비스 불편사항을 개선해 하트트래블에 녹여냈다고 말했다.
박 PM도 "지원 이유를 보면 '하트시그널'과 같은 경험을 해보고 싶었다는 신청자도 있다"면서 방송에 노출되는 등 공개적으로 데이팅 커뮤니티에 참여했다는 걸 꺼리는 사람들이 신청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창업팀은 참가자를 선착순으로 받지 않는다. 신청서에 적은 사는 곳, 직업, 나이, 성격, 가치관, 키, 학력, 이상형 등 23개 문항(선택 항목 포함)으로 2배수 선발한다. 그 후 자기소개서 등 정성적 항목으로 이 신청자와 잘 어울리는 다른 신청자가 있는지 파악한다.
창업팀이 가장 기억에 남는 커플로는 이달 결혼식을 올렸던 하트트래블 1호 커플을 꼽았다. 이 커플은 지난 4월 가평 여행을 진행한 1기 모임에서 연을 맺었다. 창업팀도 신청 받을 때 두 남녀가 서로 잘 맞을 것이라고 예상했다며 가장 기대했던 조합이라고 말했다.
박 책임은 "프로그램 종료 후 커플 유지 여부 등을 추적하지 않기 때문에 청첩장을 받고 나서야 1호 커플 결혼 소식을 알게 됐다"며 사업을 운영하는 데 큰 보람을 느꼈다고 밝혔다.
"고스펙자만 참여 가능? 전혀…모임 끝나니 단톡방도 만들어"
창업팀은 이 서비스가 짝을 만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커뮤니티 기능도 한다고 밝혔다. 김 선임은 하트트래블에 대해 "만나는 것 자체가 즐겁고 자연스럽고 재미있는 만남을 추구하는 데 목표를 뒀다"며 실제로 프로그램 종료 후 짝을 맺지 못했더라도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을 만들어 지금도 꾸준히 모임을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방송에 나온 연애 프로그램처럼 고학력, 고소득 등 일명 '엄친아', '엄친딸' 같은 사람만 참여할 수 있는 서비스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박 책임은 "우리 주변에 볼 수 있으면서도 그동안 기회가 없어 커플이 되지 못했던 사람들을 연결해 주는 것도 또 하나의 목적"이라며 하이엔드 서비스가 아니라고 말했다.
창업팀의 내년 계획은 하트트래블 내 프로그램 다양화, 앱 출시, 분사다. 박 PM은 "직장인이 대부분 신청한다는 점을 고려해 주말 위주의 1박2일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며 "여행이 부담스럽거나 가벼운 모임을 선호하는 신청자를 고려해 주말 저녁 미팅만 진행하는 라이트 프로그램을 출시했고 2박3일 장기 프로그램 등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D사내벤처TF는 내년 1월 '케미컴퍼니'라는 이름으로 분사할 예정이다. 분사 후 현재 인터넷 사이트로 신청하는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해 모바일 앱, 인공지능(AI) 기반 매칭 시스템을 만들 계획이다.
박 책임은 이미 AI 매칭 시스템 개발을 위해 신청서 기반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면서도 "신청서에 기입한 이름, 전화번호 등은 외부에 노출되지 않도록 마스킹한 채로 웹 서버에 저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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