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뒤면 50인미만도 중대재해법…"준비 부족" 아우성

기사등록 2023/12/23 14:01:00

최종수정 2023/12/23 14:15:29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앞두고 유예여부 논의

50인 미만 사업장 94% "이행 준비 완료 안돼"

컨설팅 지원 외에도 추가적 인력·예산 있어야

[서울=뉴시스] 서울 시내 한 건설현장. (사진=뉴시스DB)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서울 시내 한 건설현장. (사진=뉴시스DB)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수정 기자 = 50인 미만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을 적용하는 것을 두고 유예 여부가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유예가 이뤄지더라도 기간 내에 적절한 준비가 이뤄지지 못하면 '제자리걸음' 밖에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컨설팅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재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50인 미만 기업, 중처법 이행 어렵다…"예산·인력부족"

23일 중소벤처기업부 등 정부에 따르면,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에게도 법적 책임을 묻는 중처법이 내년 1월27일부터 상시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다만 경영계를 중심으로 전면 적용이 시기상조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2년 재유예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다. 중처법의 적용이 소기업에 많은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상시근로자 50인 미만 기업 1053개를 대상으로 중처법 이행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대부분은 이행 준비가 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기업의 94%는 이행 준비가 완료되지 않았다고 답했으며, 이들 중 87%는 법이 적용되는 내년 1월27일까지 준비 완료가 어려운 것으로 조사됐다.

중기중앙회가 5인 이상 50인 미만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50인 미만 중소기업의 80.0%는 '중처법 시행에 준비하지 못했다'고 응답했으며, '중처법 시행에 상당 부분 준비가 됐다'는 응답은 18.8%에 그쳤다. 중처법 시행 2년이 지났음에도 준비하지 못한 이유로는 '전문인력 부족', '예산부족', '의무 이해 어려움' 등이 꼽혔다.

이러한 기업들에 대한 컨설팅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은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을 대상으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컨설팅 지원에 나섰다. 그러나 지원책이 무색하게 참여기업 중 컨설팅을 본격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곳은 절반에도 이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기업의 60.0%는 중처법에 따른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이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유로는 절반에 달하는 46.7%가 '안전 전문인력 등 업무수행 인력 부족'을 꼽았다. 컨설팅을 받은 즉시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이행할 수 있었다는 응답은 1.3%에 그쳤다. 컨설팅에서 지적받은 사항을 모두 이행하기 위해서는 컨설팅 비용 외에도 평균 6000만원이 추가로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사람 있어야…中企 특성 고려한 법령개정 필요"

[서울=뉴시스] 정윤모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이 지난 8월 오전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유예기간 연장 촉구 기자간담회에서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DB)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정윤모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이 지난 8월 오전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유예기간 연장 촉구 기자간담회에서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DB) [email protected]
컨설팅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인력과 비용이 필요한데,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일이 재원을 마련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이런 탓에 일종의 '공동안전 관리자' 개념도 등장했다. 기업이 모여 있는 산업단지나 공업단지, 업종별 조합이나 단체 협회에서 '산업안전 전문가'를 고용해 기업을 순회하며 안내·지도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이명로 중기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결국은 사람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 (소규모 사업장에는) 산업재해 예방 관련해서 일할 사람이 없다"며 "컨설팅도 지속적인 시스템으로 구축돼야 한다. 외부 전문가가 안내·지도해주면 내부에서 관리 감독자들이 생산 업무 등 여러 업무를 겸직하면서 안전관리 업무를 합동으로 하는 방안도 있다"고 제언했다.

대기업이 자체 재원을 마련해 중소기업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지원하는 방안도 논의된다. 실제로 현대자동차 그룹사들은 지난해 협력업체를 비롯한 중소기업의 안전관리 역량 강화를 지원하기 위해 '산업안전 상생재단'을 출범했다. 현대차 그룹 6개사가 협력·중소업체의 안전관리를 지원할 목적으로 매년 50억 이상을 재단에 출연한다.

재단은 국내 모든 제조·철강·건설업종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이행 의무 지원, 안전관리 컨설팅, 안전 전문인력 양성, 스마트 안전기술 도입 지원 등 다양한 지원 사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규모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아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지적도 나왔다. 시행령에 규정돼 있는 경영책임자 의무가 대기업과 동일하게 의무를 준수하도록 해 부담을 키운다는 것이다. 전승태 한국경영자총협회 팀장은 "규모별 차등을 통해 부담을 줄여줄 수 있게끔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며 "2년 유예 기간 내에 시행령 개정을 해야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 제도적으로 같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중처법의 내용이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복·충돌돼 이행·예측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목소리도 있다. 처벌보다는 예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도입하는 컨설팅이나 공동 안전 관리자 등의 제도는 결국 '눈 가리고 아웅' 밖에 되지 않는다"며 "법을 개선해서 근본적으로 (산업재해를) 해결해야 한다. 이대로 적용하면 큰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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