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당원 압도적 지지…이재명 필적할 유일한 주자"
반 "본인 선거 한번 안 치렀는데…정치 기술자 필요"
[서울=뉴시스] 이승재 기자 = 국민의힘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를 앞두고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추대론'을 둘러싼 당내 찬반 여론전이 가열되고 있다. 당내 주류로 분류되는 친윤(친윤석열계) 인사들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내년 총선 지휘봉을 맡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확고히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비주류들은 한 장관의 정치 경험 부족을 이유로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선임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18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도부 소속 일부 인사는 당내 비대위원장 선호도 등을 파악하고자 주말 동안 원외 당협위원장들과 접촉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한 장관 비대위 체제의 필요성에 대한 설득 작업도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지도부는 한 장관이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등 특검 국면을 돌파할 수 있고, 동시에 영남권 공천 혁신도 추진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주장을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후에 예정된 원내·외 당협위원장 연석회의 전에 유리한 여론 지형을 만들어두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특히, 친윤 주류들은 수도권 당협위원장들이 '한동훈 추대론'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수도권 험지에서 한 장관의 등판을 원할 경우 전체적인 판세도 기울 수 있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수도권 당협위원장들과 많은 소통을 했는데 무조건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며 "수도권에서는 한 장관을 추대해야 한다는 쪽으로 분위기가 잡힐 것 같다"고 말했다.
공개적으로 한 장관을 지지하는 당 지도부의 목소리도 나온다.
장예찬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중요한 것은 정치 경험 이전에 국민들이 누구를 지지하느냐, 당원들이 누구를 원하느냐 아니겠나. 그런 차원에서 국민과 당원들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한 장관이 최우선 선택지로 거론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동훈 비대위' 체제를 반대하는 비주류를 겨냥해서는 "정치 경험이라는 이야기를 앵무새처럼 반복할 게 아니라 새롭고 파격적인 선택의 길을 터주는 그런 중진들의 결단과 헌신이 필요한 것 같다"고 쏘아붙였다.
김병민 최고위원은 같은 날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지금 국민의힘에서 이재명 대표에 필적할 수 있는 유일한 대권주자로서의 여론조사가 나오는 힘을 갖고 있는 게 한 장관"이라며 "만약 그 힘을 갖고 인요한 위원장이 추진했던 개혁과 혁신의 길을 더 가열차게 나설 수만 있다면 판을 한번 제대로 바꿔낼 수 있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한 장관이 와서 가장 먼저 국민이 바꾸라고 하는 당정관계에 대한 주도적인 목소리를 내고 여기에서 실질적인 대통령실을 변화시킬 수 있는 역할을, 그동안 당이 못했던 것을 해낼 수만 있다면 그동안 제기했던 프레임은 완전히 깨지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비주류 측에서는 '한동훈 비대위원장 추대론'에 대한 불신이 존재한다. 윤석열 정부의 황태자로 불리는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으로 선임되면 그간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던 당정관계 재정립이 더욱 어려워질 뿐 아니라 '검찰당'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동훈 카드'를 꺼낼 시점이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총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한 장관을 겨냥한 야권의 집중공세가 이어질 것이고, 이러면 이제 막 발을 뗀 한 장관의 정치 행보에 득이 될 게 없다는 거다.
이용호 의원은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검찰 출신에 대한 국민적 여러 가지 비판 여론이 많다. 그런 상황에서 비대위원장까지 검사 출신을 모셔 오는 부분은 아무래도 선거 프레임으로 좋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한 "제일 문제는 비대위원장이라는 것은 비상 상황에 모시는 사실상 당대표 역할을 하는 분인데 정치 경험이 있느냐는 것"이라며 "평시 같으면 배워가면서 할 수 있지만 지금 선거가 4개월도 안 남은 상태다. 본인 선거 한번 안 치러본 분이 선거를 지휘할 수 있느냐. 이런 부분에서 사실 걱정이 많이 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최재형 의원도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을) 모시면서 그래도 할 말을 하는 검사는 한동훈이었다 이런 말도 있다"며 "그래서 기대도 해볼 수 있겠지만 일단 국민들이 보기에는 약간 과연 그럴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있고 야당도 그런 프레임을 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런 리스크는 안고 들어가야 된다는 걸 감안해야 될 것"이라며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주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과연 내년 총선까지 단기간에 그런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우리가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될 문제"라고 언급했다.
당 일각에서는 김한길 위원장이 적임자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용호 성일종 의원은 김 위원장을 추천했다.
성 의원은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내년 총선) 승부처가 수도권이기 때문에 이 수도권에서 중도 확장성을 가지고 야당을 정확하게 이해하면서 전략 전술을 구사할 수 있는 정치 기술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도부는 이번 연석회의에서 의견을 모아 될 수 있으면 빠르게 비대위를 띄운다는 입장이다. 이르면 이번 주 안에 비대위원장 인선 작업이 마무리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를 마친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으로 사실상 낙점된 것인지에 관한 질의에 "정해진 게 아니라 의견을 수렴해 가는 과정"이라고 답했다.
인선 시기와 관련해서는 "충분한 의견 개진과 수렴 과정을 가져야 하고 (시기를) 특정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