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측 "경찰관 직무집행법 4조1항 위반"
국가 측 "피해 인지할 수 있는 상황 아냐"
가해자 증인 신청했으나 CCTV로 대체키로
[서울=뉴시스]홍연우 기자 = 스포츠센터 대표가 직원을 엽기적으로 살해한 '막대기 살인사건'의 피해자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첫 재판에서 양측이 출동 경찰관들의 구조 의무를 두고 맞붙었다.
원고 유족 측은 출동 경찰관들이 경찰관 직무집행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지만, 피고 국가 측은 피해를 인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에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12부(부장판사 성지호)는 15일 오후 2시40분께부터 피해자 유족 3명이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 1차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청구액은 9억여원이다.
이날 유족 측은 "피고 대한민국이 구조 의무를 위반했다. 그 근거는 경찰관 직무집행법 4조1항"이라고 주장했다. 경찰관 직무집행법 4조는 보호조치에 관한 규정으로, 경찰관은 술에 취해 자신 또는 다른 사람의 생명·신체·재산에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사람을 발견했을 때 보건의료기관이나 공공구호기관에 긴급구호를 요청해야 한다.
유족 측은 "핵심은 출동 경찰관들의 과실 여부고, 이를 판단하려면 당시 현장에 있었던 사람의 증언이 필요하다"며 가해자 한모(41)씨를 증인으로 불러 달라 요청했다.
다만 재판부는 가해자가 직접 범행에 대해 증언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사건 발생 장소를 비추고 있는 폐쇄회로(CC)TV 기록을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피고 대한민국 정부 측은 출동 당시 (경찰관들이) 피해를 인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 따라서 범죄 행위 자체를 인식할 수 없었다고 반박했다.
앞서 가해자 한씨는 지난 2021년 12월31일 오전 술에 취해 피해자를 폭행하는 과정에서 70㎝ 가량의 막대를 몸 안에 찔러 넣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살인)를 받는다. 그는 지난 4월 대법원에서 징역 25년이 확정됐다.
그는 음주 상태에서 피해자 A씨의 몸을 조르고 주변에 있던 봉으로 여러 차례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한씨는 A씨의 바지와 속옷, 양말을 벗겼고, 막대기로 찔러 살해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씨는 피해자를 폭행하던 중 "스포츠센터 내에서 어떤 남자가 누나를 때리고 있다"며 세 차례 허위로 신고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출동한 경찰은 피해자가 반팔 차림에 하의가 벗겨진 채 누워있는 것을 발견했지만, "직원이 술 취해 자고 있다. 도망간 남성과도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한씨의 말을 믿고 피해자의 하의를 패딩으로 덮어준 후 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구한 손해배상액은 사망 당시 만 26세였던 피해자의 기대수입(만 60세까지 근로 기준)과 유족들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로 산정됐다.
유족 측은 가해자 한씨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지난달 7일 승소했다.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14부(이진웅)는 유족 3명에게 8억원 상당의 배상액을 물어주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가해자는 이 배상액을 물어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으로 알려져 유족들이 국가배상을 청구했다.
다음 변론기일은 내년 3월8일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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