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칸막이 없는 전남 버스, 기사·승객 모두 불안[초점]

[나주=뉴시스]김혜인 기자 = 전남 나주시 시내버스 기사들이 운전 중 승객에게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잇따랐다. 버스운전자 보호 칸막이 설치율은 그러나 3%에 불과하다. 

특히 군 단위를 운행하는 농어촌버스는 칸막이 설치 규정조차 없어 안전 운행을 위한 제도 개선과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4일 전남도에 따르면, 나주 지역 시내버스 132대 중 안전칸막이가 설치된 버스는 4대(3%)뿐이다.

시내버스 보호벽 설치는 2009년부터 의무 사항이지만 나주 시내버스의 경우 법 개정 10년이 넘도록 설치가 지지부진하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규칙은 시내버스의 경우 운전 좌석 주변에 운전자를 보호할 수 있는 칸막이벽 시설을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나주를 제외한 다른 전남 4개 시(목포·여수·순천·광양)의 경우 관련법에 따라 시내버스에 안전칸막이가 설치돼 있다.

보호 장치가 부재하면서 운전기사들이 폭력에 노출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13일 광주 광산구의 버스정류장에서 버스 번호를 착각한 승객이 나주 시내버스에 올라 기사를 폭행했다.  

앞서 지난 1월15일에도 나주에서 취객이 시내버스 운전기사를 수십차례 때려 기사의 고막이 파열됐다.

더욱이 군 단위를 운행하는 '농어촌 버스'의 경우 운전기사 보호막 설치 규정이 없어 기사들이 외부 충격에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신안을 제외한 전남 16개 군 농어촌 버스는 가림막 설치율이 '0%'다.

운송업계와 전문가는 운전기사의 안전이 시민의 안전·편의와 직결된만큼 보호 장치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어느 나주 버스기사는 "그동안 여러 차례 버스 내 기사 보호막 도입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다가 올해 두 차례나 버스기사 폭행 사건이 일어났다"며 "조속한 안전장치 도입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종표 도로교통공단 광주전남지부 안전교육부 교수는 "기사가 불안정한 환경에 노출돼 있을 경우 교통 사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1차적으로 보호 격벽을 설치해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군 단위를 운행하는 마을버스의 경우 운전자 보호 법령이 전무한 데다가 차체가 작아 가림막을 특수 주문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지자체가 예산을 지원하거나 관련 법령을 제정해 운전자와 승객 모두의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나주버스 회사측은 재정난을 이유로 안전칸막이 설치가 지연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나주교통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와 가스비 인상으로 회사 누적 적자가 70억원이 넘어가면서 재정난을 겪고 있다"며 "내년부터 교체될 버스에 보호벽을 장착해 나가겠다"고 했다.

광주·전남 지역 운전자 폭행은 5년간 매년 증가하고 있다. 전남은 2018년 60건에서 2022년 121건으로 배 늘었고, 광주는 같은 기간 84건에서 147건(75%)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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