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당직 멀어진 권성동·윤한홍도 압박 커져
국민 눈높이 맞춘 인적 쇄신 가속화한 분위기
이른 시일 내 결단…총선 출마 여부 등 밝힐 듯
[서울=뉴시스]최영서 기자 = 친윤 핵심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에 이어 김기현 당 대표가 사퇴하면서 남은 당 주류 의원들이 더욱 거센 압박에 직면했다. 특히 '원조 윤핵관'으로 분류됐으나 혁신위원회 희생 요구에 응답하지 않은 권성동·이철규·윤한홍·박성민 의원의 거취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권·윤 의원이 핵심 당직과 멀어진 탓에 대상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이들이 윤석열 정부 출범 때부터 원내 대표를 맡는 등 대통령 측근 실세로 부각됐던 만큼, 어떤 형태로든 희생이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이들 역시 빠른 시일 내에 불출마 및 험지 출마를 결단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 대표는 이날 오후 5시께 출입 기자단에 보낸 입장문에서 "오늘부로 국민의힘 당대표직을 내려놓는다"며 사퇴를 선언했다. 지난 3월8일 전당대회에서 대표직에 선출된 지 281일 만이다.
앞서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내년 총선 불출마 및 험지 출마를 요구한 대상은 당 지도부, 중진, 대통령과 가까운 의원이다. 대상으로 지목된 이들은 한달 넘게 대답을 내놓지 않다가 전날 장제원 의원이 처음으로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물꼬를 텄다.
장 의원 선언 후 당 안팎의 시선은 김 대표에게로 쏠렸다. 김 대표는 혁신위의 희생 요구 이후 줄곧 갈등을 빚는 모양새를 만들어 '자기 부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당 안팎으로 김 대표가 대표직까지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내부 분열이 가속화하자 김 대표는 이날 전격 사퇴를 선언한 것이다.
현재까지 권·이·윤·박 의원은 특별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원조 윤핵관을 자처했던 권 의원은 전날 장 의원 불출마 선언 후 윤 의원과 회동했는데,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을 위해 불출마 결단에 동참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일각에서는 권·윤 의원이 최근 당무와 멀어졌다는 점에서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권 의원은 지난 7월 원내대표를 사퇴했다. 이 의원만 사무총장을 지냈다가 지난 10월 강서 보궐선거 참패에 책임을 지고 사퇴한 뒤 인재영입위원장에 맡고 있다.
영남권의 한 초선 의원은 이날 뉴시스에 "(권·윤 의원은) 1년 반 넘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이 상황에 대해 책임을 논하기 어렵다"며 "'너도 물러나라고 너도 물러나라'는 것은 옳지 않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통령과 가까운 '핵심 권력'으로 인식돼 있는 의원들이 희생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국민 눈높이에 맞춰 구체적인 행동을 보여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한 초선 의원은 "이철규 의원은 당 인재영입위원장을 하면서 지금도 실세 총장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며 "권력 중심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은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른 영남권 의원은 "대통령을 너무 팔고 다닌 사람들은 그만 물러나야 한다"며 "대통령을 잘못 모신 데 대한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나"라고 비판했다.
한 재선 의원은 "억울할 수는 있겠지만 국민들 눈에 어떻게 보일지는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총선을 4개월여 앞두고 본격적인 인적 쇄신에 나선 가운데 이들 역시 조만간 결단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 의원은 당 험지인 구리 출마를, 권 의원은 불출마를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 핵심 관계자는 "(윤핵관) 4인방으로 묶이는 순간 결심을 해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그렇게 하게 만들 것이다. 이 흐름을 어떻게 막겠나"고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