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개국 압도적 찬성한 휴전 결의 의미는…"美·이스라엘 고립 심화"

[서울=뉴시스]신정원 기자 = 12일(현지시간) 유엔 총회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하마스 휴전 촉구 두 번째 결의는 세계적으로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상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이스라엘의 보복이 자위권을 넘어선 과잉 대응이란 시각이 점점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유엔은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개최한 긴급 총회에서 회원국 193개국 중 153개국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결의안을 채택했다.

반대표를 던진 국가는 10개국에 불과했고, 영국 등 23개국은 기권했다. 반대표를 던진 국가는 미국, 이스라엘을 포함해 체코, 과테말라, 라이베리아, 미크로네시아, 나우루, 파푸아뉴기니, 파라과이 등이다.

이것은 지난 10월27일 첫 번째 결의안 통과 때보다 휴전을 지지하는 국가가 33개국이나 늘어난 것이다. 당시엔 찬성 120표, 반대 14표, 기권 45표였다.

한국을 포함해 지난번 기권했던 국가 중 25개국 이상이 이날 휴전 요구를 지지했다.
 
알바니아, 호주, 캐나다, 덴마크, 에스토니아, 에티오피아, 핀란드, 그리스, 아이슬란드, 인도, 이라크, 일본, 라트비아, 모나코, 북마케도니아, 필리핀, 폴란드, 몰도바, 산마리노, 세르비아, 스웨덴, 튀니지, 투발루, 바누아투, 잠비아 등이다.

크로아티아와 피지는 반대 투표에서 찬성 투표로 입장을 바꿨다.
 
마찬가지로 지난번에 반대표를 행사했던 헝가리, 마샬군도, 통가는 이번에 기권했다.

더욱이 이번 결의안엔 하마스에 대한 비판도 빠졌다.
 
"하마스의 극악무도한 테러 공격을 명백히 거부하고 규탄한다"는 내용을 추가한 미국의 수정안과, '하마스가 억류 중인 남은 인질들의 즉각 석방'을 담은 오스트리아의 수정안은 모두 부결됐다. 수정안 통과를 위해선 3분의 2가 찬성해야 하는데 미국은 84표, 오스트리아는 89표의 지지를 받는데 그쳤다.

AP통신은 이와 관련해 "미국과 이스라엘의 고립이 심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후세인 알셰이크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사무총장도 "팔레스타인 주민들에 대한 공격 중단을 촉구하는 유엔총회 결의안은 이스라엘의 국제적 고립을 보여주며 이 결의를 즉각 이행할 국제적 의지를 요구한다"고 논평했다.

데니스 프랜시스 유엔총회 의장은 이날 회의를 주재하면서 "세계는 민간인에 대한 공격, 인도주의 시스템의 붕괴, 국제법과 국제인도법에 대한 심각한 무시를 목격하고 있다"면서 "가자지구에서 얼마나 많은 이들이 더 목숨을 잃어야 하는가. 더 이상 시간이 없다. 대학살은 멈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리야드 만수르 팔레스타인 대사는 표결 후 "오늘은 총회에서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 역사적인 날"이라고 환영했다. 또 미국을 향해 "전 세계 수십억 명의 의지를 간과해선 안 된다. 우리는 며칠, 몇 시간 내에 미국이 이스라엘의 침략을 중단하도록 강제하는 결론에 도달하길 희망한다"고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발언도 이스라엘에 좀 더 강경한 어조로 바뀌어 주목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유엔총회 투표에 앞서 워싱턴DC에서 개최한 별도의 자금모금 행사에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무차별 폭격'으로 국제적 지지를 잃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현재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정권은 역대 가장 보수적인 정부이다. 그들은 두 국가 해법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장기적 해법을 찾기 위해 "이스라엘 정부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총리는 이날 가자지구의 '지속 가능한 휴전' 노력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크리스토퍼 럭슨 뉴질랜드 총리는 공동성명에서 "가자지구 민간인을 위한 안전한 공간이 줄어들고 있다"고 경고하면서 "하마스를 물리치는 대가가 모든 팔레스타인 민간인의 지속적인 고통이 될 수는 없다"고 역설했다.
 
유엔총회 결의는 안보리 결의와 달리 법적 구속력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엔총회의 메시지는 세계 여론의 중요한 척도로 여겨진다고 AP는 의의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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