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법 위반 등 공소사실 모두 부인
"자연스러운 행위에 무리한 사법적 잣대"
"증거 목록 접근 안돼 '깜깜이 상태'" 주장
[서울=뉴시스]홍연우 기자 = SM(에스엠) 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시세조종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와 주식회사 카카오 법인이 12일 열린 첫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배 대표 측은 인수합병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지분 매입에 검찰이 무리한 사법적 잣대를 들이댔고, 증거에 대한 열람 등사를 불허해 '깜깜이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됐다는 주장을 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명재권)은 이날 오후 2시께부터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 배 대표와 주식회사 카카오 법인에 대한 1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배 대표 측 변호인은 "배 대표와 주식회사 카카오 모두 공소사실을 전부 부인한다"고 밝혔다.
다만 검찰이 수사 기록 목록에 대한 열람 등사를 불허했고, 전날(11일)에야 일부 증거 목록에 대해서만 접근이 가능해져 구체적 의견을 밝히긴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증거 목록에 접근하는 것은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필수적"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깜깜이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하려는 의도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배 대표 측은 "경쟁적인 인수합병(M&A) 일어날 수 있는 행위에 대해 검찰이 무리하게 사법적 잣대를 들이댄 것이며, 불법적 수단이 개입된 바는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쟁적 M&A 과정에서 지분 매입을 통한 기업적 경쟁이 처벌 대상이 된 것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며 "이를 함부로 범죄로 평가하는 것은 자본시장의 위축, 개인 주주들에 대한 막대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금전적 이득을 위해 에스엠 엔터테인먼트 인수를 추진했다는 검찰 측 주장과 달리, 콘텐츠 플랫폼 기업으로서의 시너지 효과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시키려는 목적의 사업상 판단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대기업인 카카오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진 시세조종에 관한 사건인 만큼 관여자가 많고 수사중인 관계자도 많아 수사 기밀에 해당하는 기록 목록은 제공할 수 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는 아직 기소 전 수사를 하고 있는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지난달 15일 카카오 관련자들과 함께 김 센터장을 시세조종 관여 등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한 바 있다.
검찰 측은 이어 "카카오 측 참고인들이 조직적으로 휴대폰 비밀번호를 제공하지 않고 사실상 증거 은닉하는 행태를 보여 수사가 지연되고 있다"며 "그럼에도 신속히 수사해 늦어도 내년 1월 중순까지는 관련 증거를 제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부연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배 대표는 지난 2월16~17일, 27~28일 사이 에스엠에 대한 기업지배권 경쟁에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사모펀드 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 등과 공모해 총 2400억여원을 투입해 553회에 걸쳐 SM 주가를 공개매수 가격인 12만원 이상으로 상승·고정시키려 시세조종을 한 혐의를 받는다. 이와 함께 관련된 대량 보유 보고의무(5%룰)를 이행하지 않은 혐의도 있다.
주식회사 카카오의 경우, 배 대표가 에스엠 엔터테인먼트 주식에 대한 시세조종 및 대량 보유 상황에 대한 보고 의무를 위반해 양벌규정에 따라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양벌규정은 법인의 대표자나 종업원 등이 업무 관련 위법행위를 할 경우 법인에도 형사책임을 묻는 조항이다.
앞서 지난 2월부터 카카오의 시세 조종 의혹을 들여다본 금융당국이 지난 10월 배 대표 등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사건을 넘겨 받은 검찰이 지난달 배 대표와 카카오 법인을 재판에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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