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외무 "유럽 정치인, 준비·합의 없이 결정"
[서울=뉴시스] 이명동 기자 = 헝가리가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 가입협상 개시를 막아섰다. 회원국 만장일치로 신규 회원국 가입 등을 정하는 EU에서 이 같은 행보에 나서면서 헝가리는 자국의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친(親)러시아 성향의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우크라이나를 향해 EU 가입과 계속적 재정 지원을 차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우크라이나를 두고 세계에서 가장 부패한 국가라고 폄하하며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오르반 총리가 지난 10일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취임식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난 뒤에도 이 같은 기류에는 변화가 없다.
지난 11일 시이아르토 페테르 헝가리 외무장관은 "어떠한 압력에도 굴복하지 않겠다"면서 정부 방침을 공고히 했다. 우크라이나 가입을 두고 사실상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만장일치 동의를 요하는 의결 구조에서 헝가리의 반대표 하나가 거부권 기능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유럽 정치인 대다수는 완전히 준비되지 않고, 유럽의 미래에 관한 전략적인 합의가 결여된 채로 중요한 결정을 내리려고 한다"고 꼬집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EU 장관들을 향해 헝가리로 인한 피해를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쿨레바 장관은 EU 가입협상 개시 가능성을 모든 결정의 모체라고 지적했다. 동시에 오는 14~15일 열리는 EU 정상회에서 가입협상 개시를 이끌어내 달라고 강조했다.
EU 본부에 주재하는 각국 대사는 우크라이나의 EU 가입협상을 두고 헝가리를 설득할 방법을 고심 중이다.
한 외교관은 "매우 어려운 한 주가 될 것"이라면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와 만남조차 오르반 총리에게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가 원하는 것은 돈, 권력, 인정이다"라고 짚었다.
지난달 8일 EU 집행위원회는 우크라이나가 회원국 가입협상 개시를 위한 모든 요건을 충족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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