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금지 총회, 휴가 중 참여…취업규칙 위반 성립될까

기사등록 2023/12/11 07:00:00

회사가 '금지' 안내했지만 연가 중 총회 참석

"취업규칙 위반" 사유로 해고 등 징계 조치

법원은 "근로 의무 없다면 위반한 것은 아냐"

뉴시스DB.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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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회사가 금지한 임시총회에 참여했더라도 연가 중 행위가 이뤄졌다면 취업규칙을 어긴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원은 근로제공 의무가 없는 상태에서 취업규칙을 위반하는 행위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최수진)는 한 사단법인 대표 A씨 등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정직 및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지난 10월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씨는 2008년 설립된 비영리 사단법인 대표로, 회사는 상시근로자 100명의 근로자를 두고 저소득 국가 빈곤층을 위한 사업을 수행해왔다. 아울러 법인의 사원에 해당하는 회원의 자격에 관해 준회원, 특별회원, 명예회원 등으로 구분하고 권한을 달리 정해왔다.

사건은 2021년 4월 A씨가 부서장급 직원 B씨를 포함해 6명에 대해 해고 등 징계 조치를 내리며 시작됐다.

B씨 등은 그해 2월 회사가 정회원에서 제명된 이들이 소집한 임시총회에 참석해 현 이사진에 대한 해임안을 의결하고 새로운 이사진을 선출하는데 동의했다.

A씨 측은 당시 회사가 임시총회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참여 금지를 알리는 안내문을 게시했음에도 불구하고 B씨 등이 근무 중 허락 없이 출석해 업무상 비밀을 유출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A씨는 회사 취업규칙을 근거로 징계사유가 발생했다며 B씨에게는 해고 조치를, 나머지 5명에 대해서는 정직 2~3개월의 조치가 내려졌다. 이 회사 취업규칙 57조는 '업무상 비밀을 누설해 회사에 피해를 입힌자' '회사의 명예 또는 신용에 손상을 입힌 자' '회사 규율과 상사의 정당한 지시를 어겨 질서를 문란하게 한 자' 등에 대해 징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B씨 등은 징계에 재심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하지만 지방노동위원회에 대한 구제 신청이 받아 들여지면서 상황이 변했다. 지노위는 B씨 등이 임시총회에 참석한 것은 취업규칙이 정한 징계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번에는 A씨가 반발해 중앙노동위에 재심을 신청했는데, 결론은 동일했다. 중노위 역시 비영리 단체의 회원으로서 권리를 행사한 행위를 취업규칙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결국 A씨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 역시 노동위원회와 동일한 결론을 내놨다.

재판부는 A씨가 주장하는 것처럼 B씨 등에 대한 취업규칙에 근거한 징계 처분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B씨 등이 사원으로서 총회 출석권을 행사했던 당시 '연가'를 사용했던 만큼, 근로제공의무가 없는 상태에 있던 이들에게 근로자로서 취업규칙 위반 행위를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A씨는 자체 정관상 정회원이 아닌 준회원, 특별·명예회원에게만 총회 의결권이 인정되지 않으며, B씨 등은 준회원의 신분을 가졌다는 주장도 펼쳤는데 재판부는 이 역시 배척했다.

재판부는 "B씨 등이 정회원인지 여부에 대해 당사자간 다툼이 있다 하더라도 이는 사단법인 구성원인 사원으로서 지위 및 권리행사와 관련된 문제일 뿐, 이를 근거로 근로자로서 비위행위를 인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또 "원고 주장처럼 B씨가 업무상 기밀을 누설해 피해가 발생했다고 볼 증거도 없다"며 "해당 임시총회 등이 무효라거나 위법하다고 인정할 만한 객관적 증거도 찾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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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금지 총회, 휴가 중 참여…취업규칙 위반 성립될까

기사등록 2023/12/11 07:00: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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