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범종교 반려동물 축복기도회 개최
"4가구 중 1가구 키워…동물권도 인권만큼 보장해야"
"양육 이어 장례의식도 중요…반려인 '펫로스 증후군' 관심 필요"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동물권은 곧 우리의 환경권과 연결됩니다."
최근 서울 대한성공회 본당에서 만난 대한성공회 생명기후연대 대표인 오동균 대한성공회 청주산남교회 신부는 "자연환경과 인공 환경 사이 중간 지대에 반려동물이 있다"며 "동물권도 인권만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간 가까이에서 사는 동물일수록 인간에게 의존해 살아갑니다. 이는 인간에게 의존하는 동물의 생존권은 그들 스스로 지킬 수 없으니, 인간이 책임져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동물에게도 인간과 공존하는 환경에서 살아갈 권리가 있습니다."
오 신부는 지난 10월21일 성공회대 야외공연장에서 '2023 가을 반려동물 축복기도회'를 열어 화제를 모았다. 동물권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원불교 시민사회네트워크와 공동으로 연 첫 행사였다.
축복기도회는 '생명을 위한 기도의 시'를 시작으로 열반 동물, 입양 동물, 아픈 동물, 학대당한 동물, 보호소에 있는 동물을 위해 기도했다. 성공회 사제들과 원불교 교무들은 합장과 기도로 참석한 반려동물들과 반려인들을 축복했다.
오 신부는 "축복기도회는 범종교적 연대로 가능했다"고 했다. "이전에는 우리 성공회 생명기후연대 소속 사제들이 각자 나름대로 해왔던 동물축복식이 이번에 타종교와의 연대 차원에서 원불교 단체가 함께하면서 성사된 것이죠. 매년 개최할 계획입니다."
사실 성공회나 천주교 사제들이 성 프란시스 축일에 반려동물 축복해 온 전통은 현대까지 이어지고 있다. 성 프란시스는 13세기 이탈리아 탁발 수도자다. 복음적 열정, 가난 실천, 모든 피조물들과 교감을 이룬 성인으로 유명하다.
오 신부는 동물축복식을 '동물권의 상징적 예식'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13년 대전에 있는 성공회 교회에서 일할 때부터 동물축복식을 진행해 왔다.
"성공회 교회마다 열리는 동물축복식에는 강아지, 고양이뿐 아니라 햄스터, 카멜레온 등 다양한 반려동물들이 참여하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합니다."
고양이 2마리와 강아지 1마리를 키웠던 오 신부가 동물권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고양이들의 죽음을 경험했기 때문이었다.
8년 전 유기된 고양이 2마리를 입양했다. 그중 한 마리를 요도염에 걸려 떠나보내야 했다. 요도염에 걸려 소변을 보지 못했던 고양이에게 응급처치를 해주면 된다는 사실을 몰랐다. 당시 수의사는 오 신부에게 그 사실은 말하지 않고 고양이 치료비가 50만 원이니 돌아가 고양이를 치료할지 생각해 보라며 집으로 돌려보냈다.
오 신부는 고양이에게 응급처치를 해 주지 못한 채 집으로 데려올 수밖에 없었고 다음 날 고양이는 숨을 거뒀다.
"끔찍했습니다. 만약 이 상황이 인간에게 일어났다면 어떻겠습니까. 저는 그 수의사가 의사라면 사람에게도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경험이 인권과 동물권이 같은 개념이란 생각을 하게 된 동기입니다."
다른 고양이마저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으로 떠나 보냈을 때 오 신부는 "병원에서 더 이상 고양이의 치료가 어려우니 고양이를 괴롭게 하지 말고 안락사를 시키자는 것에 할 수 없이 동의했었다"며 "아직도 왜 죽었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마음에 가슴이 먹먹하다"고 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4가구 중 1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으로 집계됐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22 동물보호 국민 의식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반려동물 양육가구 비율은 25.4%로 나타났다.
반려동물 양육만큼이나 장례의식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오 신부는 반려동물을 잃었을 때 힘들어하는 반려인들의 상실감, 즉 펫로스 증후군에 대한 종교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인들에게 죽은 반려동물을 기억하는 장소로 교회 한 편에 수목장을 조성하는 아이디어를 제안하기도 했다.
"반려인들이이 먼저 죽은 반려동물들을 추모하는 예식을 갖추면 그 예식이 바로 사회적 건강성을 회복하는 집단무의식적 장치가 됩니다. 인간에게는 그런 집단무의식 공간이 필요하거든요."
오 신부는 반려견을 화장한 후 애도하는 교인의 이야기도 들려줬다. 극진히 사랑했던 반려견이 죽자 무척 수척해질 정도로 슬퍼했다. 이후 죽은 반려견을 수원 근처에서 화장할 곳을 찾았다. 반려견을 화장한 후 그 재를 가져와 집 한쪽에 위패처럼 뒀다.
"굉장히 슬퍼하는 것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 반려동물을 잃은 사람들에게 슬퍼 만 하라고 몰아가서는 안 됩니다. 사람들이 슬퍼하면서 죽은 반려동물을 애도하고 기억하는 마음을 아름답고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죽은 반려동물을 잘 기억하는 추모 문화가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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