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치 한국 시장 철수로 업계 지각변동 전망
아프리카TV·유튜브·네이버 등 대안으로 거론
아프리카TV, 트위치와 유사성 가장 큰게 강점
유튜브, 대중적이고 해외 시청자 접근성 높아
네이버, 유저 의견 반영될 여지 크다는 기대감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트위치가 내년 2월 한국 시장에서 떠나겠다는 결정을 내리면서 국내 인터넷방송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에는 대격변이 예고되고 있다.
트위치에서 활동하던 스트리머와 팬들이 모두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상황이 3개월 뒤 벌어지게 된다. 이에 따라 현재 방송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아프리카TV와 유튜브는 물론 새로 시장에 뛰어들게 될 네이버까지 트위치의 빈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7일 IT업계에 따르면 트위치는 전날 "2024년 2월27일부로 한국에서 사업 운영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한국에서 망 사용료 부담이 너무 커 사업을 지속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트위치는 지난 2017년 7월 국내 서비스를 시작해 지난해부터는 기존 1위 업체인 아프리카TV를 따라잡는 수준으로 점유율을 높였다.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 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트위치의 국내 월간활성이용자(MAU)는 약 246만명으로 아프리카TV(230만명)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팔로워 수가 수십만명에서 수백만명에 달하는 인기 스트리머도 다수 배출했다. 한동숙, 풍월량, 괴물쥐 등 유명 게임 스트리머들이 트위치에서 활동하고 있고 침착맨, 오킹 등은 특유의 입담으로 연예인 못지 않은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 '버추얼 걸그룹' 돌풍을 일으키며 빌보드에 입성했던 '이세계아이돌(이세돌)' 멤버들도 모두 본업은 트위치 스트리머다.
트위치가 한국에서 철수한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업계는 술렁이고 있다. 트위치에서 활동하고 있는 스트리머들과 유저 수백만명이 함께 보금자리를 옮기는 대이동이 3개월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현재 트위치의 대안으로 거론되는 플랫폼으로는 아프리카TV와 유튜브가 있다.
아프리카TV는 트위치와 업계 1·2위를 다투고 있는 토종 기업이다. 인터넷 방송 스트리밍 서비스를 주력으로 하고 있으며 별풍선 같은 후원 시스템이 활성화돼 있다는 게 강점이다. 방송 문화나 유저들의 연령대에 있어서도 트위치와 가장 유사성이 크다. 이 때문에 전날 트위치의 철수 계획 발표 이후 아프리카TV의 주가는 30% 가까이 폭등하기도 했다.
유튜브는 가장 대중적인 영상 플랫폼이라는게 강점이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80% 이상이 매일 한 시간 이상 유튜브를 사용한다. 또 해외 시청자들도 쉽게 접근성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이 때문에 지금도 다수의 스트리머들이 시청자층을 넓히기 위해 트위치와 유튜브에서 방송을 동시 송출하고 있다.
댄 클랜시(Dan Clancy) 트위치 최고경영자(CEO)는 전날 라이브 스트리밍에서 "스트리머들과 그들의 커뮤니티에 아프리카TV나 유튜브 등과 같은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인지하고 있다"며 "스트리머들이 트위치 서비스 내에 알림 기능(Onsite Message)을 활용하고 타 서비스들로 연결되는 링크를 게재할 수 있도록 지원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아프리카TV와 유튜브 측도 트위치 스트리머들과 유저들이 자사 플랫폼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지원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플랫폼 이동에 거부감을 느끼는 트위치 이용자들이 상당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아프리카TV의 경우 BJ(인터넷방송 진행자)들이 후원을 유도하기 위해 자극적인 방송을 하는 플랫폼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존재하는게 걸림돌이다. 또 대형 BJ들이 플랫폼 내 여론을 주도하는 분위기가 있어 트위치 스트리머들이 정착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유튜브는 스트리밍 전용 플랫폼이 아니라는 약점이 있다. 방송과 채팅 사이에 수초 가량의 지연 현상 발생해 스트리머와 시청자 사이에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점은 늘 문제로 지적됐다. 또 이용자 층이 너무 광범위해 방송 분위기가 기존 스트리밍 플랫폼과 다르고, 악플 등에 대한 대처가 어렵다는 것도 단점으로 지적된다.
이 때문에 적지 않은 스트리머가 네이버에서 내년 출시하는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새 플랫폼은 기존 트위치 이용자들의 의견을 반영하면서 운영될 여지가 가장 크다. 또 국내 대기업에서 운영하면 플랫폼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현재 트위치에서는 대부분의 스트리머와 유저가 일제히 새 플랫폼으로 이동하면 이전과 큰 차이 없이 방송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는 여론이 형성되는 분위기다.
네이버가 준비 중인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 '치지직(가칭)'은 지난 5일 직원들을 대상으로 시험 서비스를 시작했다. 오는 19일 치지직의 공개 시험 서비스를 출시한 뒤 내년 중 정식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네이버는 서비스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트위치 스트리머들과도 접촉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네이버 관계자는 "이전부터 게임 커뮤니티를 운영해왔고 스트리밍 서비스는 커뮤니티의 속성도 강하다. 우리는 동영상 라이브 기술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커뮤니티 기능을 좀 더 확장해보자는 생각에서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를 준비하게 됐다"며 "준비하는 과정에서 MCN(크리에이터들의 소속사), 시청자들도 많이 만나보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네이버가 준비 중인 스트리밍 플랫폼에 대한 낙관적 전망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트위치나 아프리카TV의 인터넷방송 문화는 '서브컬처'의 성격이 강하다. 유사한 취향을 가진 젊은 이용자층이 방송 문화를 주도한다. 이 때문에 전 국민이 사용하는 대중적인 플랫폼인 네이버에서는 이런 분위기가 형성되기 쉽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방송 중 음주, 흡연, 신체 노출 등에 대한 규제가 기존 플랫폼에 비해 강할게 적용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전에도 카카오TV, TV팟 등 국내 대기업이 운영하는 인터넷방송 스트리밍 서비스가 있었지만 성공을 거두진 못했다. 현재 네이버TV도 스트리밍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지만 이용자가 많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터넷방송 만의 '날 것'의 느낌이 있는데 네이버가 그걸 전부 살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기업의 규모가 클수록 사회적 책임이 커지기 때문에 다른 플랫폼에 비해 관리가 강화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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