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 눈치보는 국회[기자수첩]

기사등록 2023/12/04 11:16:54

[서울=뉴시스] 홍찬선 기자 = "지난해 계속된 철도사고에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습니까. 국회는 총선을 앞두고 (전국)철도노조의 으름장이 두려워 철도안전을 뒷전으로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입니다”

지난달 철도업계 관계자는 철도산업발전기본법(철산법) 일부 개정안에 대해 묻는 질문에 걱정의 목소리로 이같이 답했다.

당초 정부는 관제와 유지보수는 열차운행과 밀접하다는 이유로 철도시설유지보수의 시행업무를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독점 위탁해 왔다.

그런데 지난해 1월과 7월 대전-김천구미역 KTX 열차 궤도이탈과 대전조차장역 SRT 열차 궤도이탈, 같은해 11월 서울 영등포역 무궁화호 탈선사고 등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철도업계와 국회에서는 철산법 38조의 일부 조항을 삭제하는 개정안을 국토교통위원회에 상정했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번 개정안은 지난해 계속되는 철도사고가 승객들의 피해로 이어지면서 철도 시설유지보수의 시행업무를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위탁한 내용의 단서조항을 삭제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도 '철도안전체계 심층진단 및 개선방안 연구' 연구용역을 발주하고 철도관제, 시설유지보수 업무 등 현재 코레일에 위탁한 업무를 타 기관에 이관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전국철도노동조합이 발목을 잡았다.

철도노조는 이번 논의에 대해 국민동의청원으로 맞서며 개정 중단을 촉구했다. 국회에서 철산법 38조 개정안에 대해 논의하는 즉시 총파업을 강행하겠다고 맞선 것이다.

현재 철도노조는 조합원 2만3000명 중 시설 유지보수의 업무를 담당하는 조합원은 9000명으로 전체 39%를 차지하고 있다. 노조는 시설유지보수 업무에 대한 조항을 삭제하게 되면 코레일 대신 국가철도공단에 이관될 수 있지만, 민간에 위탁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철도노조의 총파업 강행에 국회도 철산법 개정안 심의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일각에서 제기됐다.

지난달 21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 소위에는 안건 상정조차 되지 않았고, 오는 5일 열리는 회의에도 상정의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국토교통 소위는 지난달 회의에서는 "이해당사자인 철도노조, 코레일, 국가철도공단 간 조정이 되지 않고 있다"며 기관 간 합의를 해야 개정안을 상정해 논의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달 열리는 소위가 사실상의 올해 열리는 마지막 회의일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철도업계는 철산법 개정안이 올해를 넘기면 총선 등의 영향으로 폐기수순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철도업계는 국회가 철도노조의 엄포에 복지부동의 자세로 일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다만 국회의 셈법도 복잡하다. 지난 9월 철도노조가 총파업을 강행한 바 있고, 서울교통공사가 지난달 22일 총파업을 하루 앞두고 협상에 타결한 바 있어,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국회로서는 국민 불편을 가중 할 필요는 없다는 판단일 것이다.

그러나 국회가 연이은 철도사고에 재발방지 대책 없이 철산법 개정안 노력에 지지부진한다면 철도사고는 내년에도 반복될 수밖에 없다. 그때도 사고에 대비책은 없었는지 피감기관에 되물을 수 있을지도 국회 스스로가 되짚어 봐야 할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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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노조 눈치보는 국회[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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