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인사, 불확실한 정세 속 '경영 안정' 도모
이재용 회장, '사법 리스크'도 반영한 듯
내년 사내이사 사장 4명 임기만료, 대규모 인사예고
올해 인사는 "징검다리성 소폭 인사" 분석 나와
[서울=뉴시스]이현주 기자 = 삼성전자가 '한종희-경계현' 2인 대표 체제를 이어가기로 결정하며 연말 정기 인사를 마무리했다. 불확실한 글로벌 환경 속에 경영 안정에 더 중점을 둔 것인데, 일각에서는 2인 대표 체제의 힘을 일부 분산시키며 차기 리더십을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7일 정기 사장단 인사에 이어 전날 임원 인사까지 모두 발표하며 내년도 경영진 인사를 마쳤다.
이번 인사는 반도체 장기 불황에 따른 실적 부진 속에 DX(디바이스경험) 부문의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과 DS(반도체) 부문의 경계현 대표이사 사장를 유임시키며 '투톱 체제'를 유지했다.
과거 삼성전자는 2018년부터 김기남 부회장, 김현석 사장, 고동진 사장 등 '3인 대표이사 체제'를 이어오다가 지난해 기존 경영진을 전원 교체하며 한종희-경계현 투톱 체제로 전환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올해 사장단 인사에서 노태문 DX부문 모바일(MX)사업부장을 새로운 대표이사로 선임해 '3인 대표' 체제로 돌아갈 수 있다고 전망했지만 현 체제 유지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이는 불확실한 글로벌 정세와 함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내년에 불거질 수 있어 기존 수장들을 유임해 안정을 꾀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 회장은 지난 17일 삼성그룹 불법 합병 및 회계 부정 관련 혐의로 검찰에서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받았다. 현재 재판이 진행 중으로 내년 1월26일 1심 선고가 나온다.
삼성 입장에서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이 재판에서 무죄 선고를 받고 사법 리스크를 털어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최악의 경우 실형을 받을 수도 있다. 양측 항소가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는 한동안 계속될 수 있어 경영 안정 차원에서 투톱 체제를 유지했다는 분석이다.
단 이 과정에서 투톱의 업무 변경을 통해 일부 사업을 넘겨주며 투톱체제의 힘을 분산시킨 것은 지켜볼 대목이다.
한 부회장은 기존 DX부문장과 함께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생활가전사업부장 등을 맡았지만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자리는 이번에 승진한 용석우 신임 사장이 맡는다. 경 사장은 DS부문장과 함께 삼성전자의 신사업 기술을 연구하는 연구소 SAIT(삼성종합기술원) 원장을 겸직한다.
특히 부회장급 미래사업기획단을 신설해 미래 성장 동력 발굴 사업 조직을 별도로 꾸림으로써 기존 투톱 대표이사들이 갖고 있는 힘을 줄였다는 분석도 들린다. 한 부회장의 일부 업무를 신임 젊은 사장에게 넘긴 것 역시 이같은 해석에 힘을 싣는다.
이번 인사에서 1970년생 첫 사장을 배출한 것도 '세대 교체를 위한 신호탄'이라는 의미와 함께 기존 1960년대생들이 자연스럽게 물러날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이다. 용석우 사장은 삼성전자 사상 첫 '1970년대생 사장'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현재 삼성전자를 이끄는 한 부회장은 1962년생, 경 사장은 1963년생이며 다른 사장들도 대부분 1960년대생이다.
경 사장을 비롯해 노태문, 박학규, 이정배 4인의 사내이사 사장들 임기가 2025년 3월 끝나는 만큼 내년도 인사는 불가피하게 대규모 인사가 될 전망인데 이를 앞두고 올해 인사가 '징검다리성 인사'라는 해석도 나온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2024년까지 현 이사회 체제를 가동하되 2025년 인사에서 대폭 사장단 물갈이를 하기 위해 일종의 징검다리 인사를 했다고 볼 수 있다"며 "내년 연말 단행할 인사가 더 주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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