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김치 구매 3년새 3배 가까이 ↑
"편의점서 파는 1인용 김치로 충분"
올해 김장 비용 19만원대로 예상돼
"김장김치, 시중 판매용보다 맛있어"
1인 가구 늘며 '대가족 김장 문화'↓
[서울=뉴시스]김래현 기자 = 올해도 김장철이 돌아왔지만 온가족이 모여 김장하는 모습은 점차 보기 드물어지는 모양새다. 직접 김장을 담그던 세대가 점차 고령화된 데다가 가족 규모가 줄면서 포장김치를 사다 먹는 문화가 뿌리내린 탓이다.
2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FIS)가 지난 3월 발간한 김치 산업 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포장김치 구입 비중은 2017년 10.5%에서 2020년 31.3%로 3년 새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에 관해 보고서는 "맞벌이 부부 증가와 편의성 추구 경향 등으로 시중에 판매되는 김치를 구입하는 소비자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실제 젊은 직장인 사이에서는 김장 문화를 찾아보기 힘든 분위기다.
서울 강서구에 거주하는 20대 중반 직장인 한모씨는 "김장하려면 도구는 물론 공간도 필요한데 원룸에서는 김장 조건을 갖추기 어렵다"며 "또 젓갈이나 고춧가루같이 냄새나는 재료를 사용하다 보니 이웃들에게 피해를 줄까 걱정도 돼 자취 3~4년간 김장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특히 1인 가구가 많은 청년, 직장인들은 가족이 보내주는 김장 김치가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영등포구에 사는 직장인 황모(29)씨는 "혼자 살다 보니 편의점에 파는 소량의 김치 정도면 충분하다"며 "힘드니까 하지 말라고 해도 부모님은 아직 김장해서 보내주는데 다 못 먹어서 김치가 쉬면 버릴 수도 없고 곤란하다"고 말했다.
중장년층 중에서도 김장을 담그기 보다는 포장김치를 사다 먹는 게 익숙해지고 있다.
부산 연제구에 사는 50대 주부 이모씨는 "예전에는 김장이 친척까지 모이는 대형 행사였지만 자녀들이 독립한 이후로는 김치를 만들어 둬도 먹을 사람이 없어서 김장을 안 한다"며 "집 근처 대형마트에서 김치를 사 먹으니 편하고 맛도 크게 다르지 않아서 앞으로도 김장을 안 할 예정"이라고 했다.
여기에다 김장에 드는 비용과 시간, 노력도 부담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올해 김장 비용은 평균 19만3106원(배추 20포기 기준)으로 예상된다. 1포기를 김장하는 데 9655원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가족 구조 변화로 예전처럼 대가족이 모여 김장을 담그는 풍경을 찾기도 어려워졌다.
지난 9월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통계로 보는 사회보장 2022'를 보면 우리 사회의 1인 가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지난해 750만2000가구(34.5%)를 기록했다. 1인 가구가 늘면서 근처 마트나 가게에서 소포장된 김치를 사거나, 포기 단위로 포장된 김치를 사다 먹는 쪽을 보다 선호하게 된 셈이다.
김장용 배추 수요도 줄어들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올해 4인 가족 기준 김장용 배추 수요는 19.9포기로 집계됐다. 2021년 22.1 포기, 지난해 21.8포기에서 올해도 수요 감소 흐름이 이어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맛과 가족 단합면에서 김장을 직접 담그는 것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경기 의정부시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모(28)씨는 "어릴 때 외가나 친가에 다함께 모여 마늘 빻기 등 김장에 참여하며 즐거웠던 기억이 있다"며 "집에서 만든 김치가 사 먹는 김치보다 맛도 있어서 우리 집은 앞으로도 김장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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