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안경무 기자 = 멀리서 보면 폭스바겐 대표 준중형 SUV 티구안인가 싶은데, 다시 보면 덩치가 훨씬 크고, 직선을 바탕으로 단단한 인상을 뿜어낸다. 폭스바겐 준대형 SUV '투아렉' 얘기다.
폭스바겐 내부에서 "회사의 모든 기술을 한데 모은 차"라고 평하는 이 모델을 지난 20일부터 22일에 걸쳐 시승했다.
2002년 출시된 투아렉은 '폭스바겐 최초의 SUV' 타이틀을 갖고 있다. 투아렉 출시 전 폭스바겐은 골프(해치백), 비틀(쿠페), 제타(소형 세단), 페이톤(대형 세단) 등이 주력이었다.
라인업에서 SUV가 없었는데 당시 폭스바겐그룹 회장이었던 고(故) 페르디난트 피에히 박사가 "최고의 SUV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투아렉 개발에 기술을 총동원했다. 이 결과 투아렉은 오늘날 폭스바겐 프리미엄 SUV의 역사를 상징하는 모델이 됐다.
뛰어난 승차감과 주행 성능
차량에 장착된 에어 서스펜션은 주행 모드에 따라 차체 높낮이를 조절한다. 이를 통해 공도는 물론 험로에서도 주행 안정감이 뛰어나다.
시트 아래엔 폭스바겐그룹의 자부심인 MLB Evo 플랫폼이 자리 잡고 있다. 이 플랫폼은 차량의 뼈대 역할을 한다. 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투아렉은 파워트레인을 적절히 배치해 이상적인 중량 배분과 무게 중심을 갖췄다.
슈퍼카 레벨인 벤틀리 벤테이가, 람보르기니 우루스, 포르쉐 카이엔 등이 투아렉과 같은 플랫폼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Evo 플랫폼의 가치를 잘 보여준다.
주행 성능은 동급 SUV 중에서 월등하다. 2023년형 투아렉엔 새로운 V6 3.0 TDI(디젤) 엔진이 탑재됐다. 이는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과 8단 자동 변속기와 결합, 최고 출력 286마력, 최대토크 61.2 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실제 고속도로에서 엑셀러레이터를 밟으니 공차중량 2271㎏의 투아렉은 마치 코뿔소처럼 달려나간다. 체감상 시속 100㎞까지 속도를 높이는 데 걸리는 시간(제로백)은 수 초에 불과하다. 투아렉의 공식 제로백은 6.3초다.
기어를 P단으로 놓았을 때 디젤 엔진 특유의 소음은 있지만, 뛰어난 주행 성능이 이 소음 불만을 상쇄하기에 충분하다.
편의사양 디테일 강화…경쟁 차 대비 합리적인 가격
운전석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12.1인치 디지털 콕핏(계기판)과 한국형 네비게이션을 포함한 15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다. 터치 반응성이 다소 아쉽지만 크게 불편한 수준은 아니다. 이를 통해 직관적인 차량 조작이 가능하다.
실제 운행하면서 만족도가 높았던 편의사양은 시트 조절 기능이다. 투아렉 1열(운전석, 조수석)엔 18개 방향으로 조절이 가능한 '에르고 컴포트(ErgoComfort) 시트'가 기본 적용돼 있다. 이를 통해 운전자들은 자신에게 가장 맞는 시트 포지션을 찾을 수 있다.
아울러 전 트림에 스마트폰 무선 충전 및 앱커넥트, 파노라마 선루프를 적용했으며, 프레스티지 모델부터는 4존 자동 에어컨 기능을 장착했다. 1열뿐 아니라 2열에서도 자리별로 원하는 실내 온도를 세팅할 수 있다.
투아렉의 마지막 매력 포인트는 합리적 가격이다. 프리미엄, 프레스티지, R-Line 총 3가지 트림으로 출시된 2023년형 투아렉 가격은 8990만원부터다.
동일한 차급 경쟁 차종으로 꼽히는 메르세데스-벤츠의 GLE SUV는 1억1190만원, BMW X5는 1억1160만원이 시작한다. .
그러나 뛰어난 성능과 합리적인 가격을 갖춘 이 차의 판매량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투아렉은 577대 팔렸는데, 이는 폭스바겐 전체 판매량(7819대)의 7% 수준에 그친다.
업계에선 결국 폭스바겐의 브랜드 포지셔닝이 투아렉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분석한다. 국내 소비자들 다수는 대중 브랜드의 최고 성능 차량을 구입하느니 프리미엄 브랜드의 일반 성능 차량을 사려는 심리가 강하다.
하지만 이 편견을 깨고, 수입 준대형 SUV를 경쟁력 있는 가격에 구입하려는 실용성을 중시한다면, 투아렉의 매력은 그야말로 차고 넘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