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단절로 놓치는 '위기학생 골든타임'…법적 근거 필요

기사등록 2023/11/29 10:45:00

최종수정 2023/12/04 14:22:38

[위기 학생, 함께 돕자②]복합 위기 학생 늘어나

실태 파악 못해…법적 근거 없어 정보 공유 꺼려

아동학대, 가정 생활고 징후 파악해도 연계 불가

학생맞춤통합지원법, 교육청별 시스템 구축 근거

정보 통합 관리하고 보안 강화, 지역 간 연계 추진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27일 서울 마포구 구립마포청소년문화의집에서 열린 사회관계장관회의에 앞서 센터를 이용하는 청소년의 드럼 연주를 감상하는 모습. 2023.11.29. kmn@newsis.com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27일 서울 마포구 구립마포청소년문화의집에서 열린 사회관계장관회의에 앞서 센터를 이용하는 청소년의 드럼 연주를 감상하는 모습. 2023.11.29. [email protected]


생활고, 정신 건강, 기초학력 저하, 학교폭력. 우리 학생들이 겪는 위기는 다양하고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많다. 그럼에도 '골든 타임'을 놓치고 안타까운 비극을 겪는 학생들이 끊이지 않는다. 위기에 놓이기 전에 찾고, 모두가 함께 돕는 새로운 안전망이 필요하다. 국내 최대 민영뉴스통신사 뉴시스와 교육부는 공동 기획 '위기 학생, 함께 돕자'를 통해 학생맞춤통합지원법을 대안으로 소개한다.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위기 학생을 돕는 기관과 제도는 많지만 정작 위기를 겪기 전에 조기 발굴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정보의 단절'이 꼽힌다.

이에 따라 긴급 개입이 필요한 위기 학생의 경우 보호자의 동의 없이도 학교가 개입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생이 상급학교에 진학하거나 전학을 가더라도 지원이 단절되지 않도록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법적 근거 마련도 요구된다.

29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학생 수는 줄지만 생활고에 따른 교육복지, 정서 불안, 기초학력 저하 등으로 학교의 도움이 필요한 학생의 비율은 늘어나는 추세다.

중3 중 국어·영어·수학 기초학력 미달(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1수준) 비율은 2012년 2.2%에서 지난해 11.1%로, 고2는 같은 기간 3.0%에서 10.8%로 올랐다.

저소득가구에 학비를 지원하는 '교육급여' 총 수급자는 2019년 29만2418명에서 지난해 31만206명으로 불어났다. 2017년 다문화 학생은 4만6954명, 특수교육대상자는 8만5012명이었으나 올해 각각 18만1178명, 10만9703명으로 증가세다.

당국이 손을 놓고 있던 것은 아니다.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 학교와 기초학력 선도·시범학교, 정서 지원을 위한 위(Wee) 프로젝트 기관, 다문화교육 정책학교와 한국어학급 등 취약 대상에 따른 지원을 확대했다.

문제는 당국의 제도가 학생을 중심으로 설계돼 있지 않고 위기 상황별로 짜여져 있다는 데서 출발한다.

예를 들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가정에서 방임되는 학생이 학교에서 기초학력 부진을 겪는다고 가정하면, 학교에서는 당장 성적으로 눈에 띄는 학력 저하 문제만 대응하기 쉽다. 그러나 생활고와 방임도 학생의 성장과 학습을 방해하는 요소임에는 분명하다.

현장에서는 이런 복합적 위기를 겪는 학생이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하지만 정작 당국 차원에서 사업별 지원 학생 규모가 아닌 복합위기 학생에 대한 구체적인 실태가 파악된 적은 없다. 법적 근거가 미비해서다.

학교에서 실무자가 의지를 갖고 접근하려 해도 한계가 있다. 개인정보보호법 상 학생을 지원한 이력의 기록과 수집, 저장과 연계가 어렵기 때문이다.
[세종=뉴시스] 현행 교육 당국의 위기 학생을 지원하는 제도를 보여준 모식도. (자료=교육부 제공). 2023.11.2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 현행 교육 당국의 위기 학생을 지원하는 제도를 보여준 모식도. (자료=교육부 제공). 2023.11.2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런 지적은 교육부 의뢰로 지난 2021년 11월과 12월 두 차례 교육복지 담당자와 전문가 5명을 상대로 수행된 표적집단면접(FGI) 결과에서도 드러난다.

한 지역복지센터 센터장은 "현장에 있는 교육복지 전문 인력(교육복지사)들은 한 명 한 명 아이를 만나거나, 학부모를 만나거나, 알음알음 비공식적으로 정보들을 받아서 수집을 하고 있다"며 "개인정보 보호법에 걸리는 부분일 수 있어 두려움이 생기긴 했다"고 했다.

학교에는 교육복지사, 교육지원청과 시도교육청에는 교육복지 조정자가 있다. 이들은 정규 공무원이 아니기에 교육비나 교육급여 수급 같은 정보를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나이스)에서 열람할 권한이 없다. 따라서 비공식적인 방식으로 정보를 알아가는 것이다.

기초생활수급, 가정의 방임 등 아동학대와 같이 지방자치단체 등의 개입이 필요한 경우는 더욱 어렵다. 학교 내에서도 정보 공유가 쉽지 않은데 지자체와 외부 전문기관에 학생의 정보를 공유할 법적 근거는 없다.

보호자도 때로는 학생 지원의 장벽이 되기도 한다. 보호자와 연락이 닿지 않거나 지원을 거부하는 경우 긴급하게 개입해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 역시 없다.

정부가 위기 요인별 사업 중심 지원에서 벗어나 위기 요인을 통합적으로 지원하고 위기 학생을 발굴해 관리하는 '학생맞춤통합지원체계' 도입에 나선 이유다.

이를 뒷받침하는 법률인 '학생맞춤통합지원법'은 지난 5월31일 국민의힘 김병욱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법안은 시도교육감이 나이스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사회서비스정보시스템을 연계해 통합관리를 위한 '학생맞춤통합지원정보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게 했다.

교육부는 법이 제정되면 시도별로 시스템을 구축하고 지역간 연계도 하도록 할 계획이다. 법에는 비밀유지 의무와 처벌조항을 두고 보안을 강화해 학생의 민감한 정보가 잘못 활용되는 일이 없게 한다는 방침이다.

법안은 원칙적으로 학생에게 지원을 제공하려면 보호자 동의를 구하도록 했다. 하지만 학교장이 학습, 심리, 진로, 안전을 현저하게 위협 받거나 다른 학생을 위협할 상황에 놓인 학생은 소정의 절차를 거쳐 보호자 동의 없이 긴급지원 후 사후 통보하도록 정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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