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올해 들어 가장 많은 물량 공급 예정
고금리 장기화·내년 분양 시장 위축 전망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내년 분양시장이 더 침체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공급을 더는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어요."
지난 28일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고금리 기조에 내년 총선 등의 영향으로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관계자는 "될 수 있으면 올해 분양을 넘기지 않으려고 한다"며 "비수기지만 내년 시장 상황을 예측할 수 없어 12월에 서둘러 분양힌디"고 전했다.
건설업계가 연말 밀어내기 분양에 나서고 있다. 내달 전국에서 아파트 6만 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이는 월 기준으로 올해 들어 가장 많은 물량이다.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분양 큰 장이 선다.
부동산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내달 전국에서 66개 단지, 5만9438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이는 1순위 청약 물량을 기준으로 집계한 것으로 오피스텔은 제외한 수치다.
전체 분양 가구 가운데 일반 분양 물량은 4만6272가구다. 올해 최대였던 이달(2만5445가구)보다 81.9% 급증한 규모다.
수도권에서 2만5563가구(55.2%)가, 지방에서는 2만709(44.8%)가구가 일반 분양된다. 지역 별로 보면 경기가 1만679가구(34.7%)로 비중이 높다. 이어 인천 6331가구(13.7%), 광주 3944가구(8.5%), 서울 3153가구(6.8%) 등의 순이다.
연말 밀어내기 분양이 급증한 것은 건설업계의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고금리 기조가 내년에도 이어진다는 전망이 나오는 데다, 올해보다 내년에 부동산 경기가 더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건설업계가 그간 미뤄왔던 분양 물량을 털어내고 있는 것이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전통적인 비수기인 12월에 이 정도 물량이 공급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내년 부동산 시장을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보니 서둘러 분양에 나서는 것"이라고 밝혔다.
예년 같으면 공급 부족에 시달리던 부동산 시장에 단비가 될 수 있지만,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미분양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에 주택 수요가 주춤하고 있다.
여기에 악성 미분양과 같은 악재가 여전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5만9806가구로, 7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9513건으로, 전월 대비 1.3%, 전년대비 32%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건설업계가 밀어내기 분양에 나서더라도 냉랭한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연말에 분양 물량이 늘어나는 것은 건설업계가 올해보다 내년에 시장 위축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급등한 원자재 가격이 공사비에 반영되기를 기다리며 착공을 미루다 금리가 치솟으면서 더는 미룰 수 없고, 더 나빠지기 전에 털어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원자재 가격이 대폭 오르면서 분양가를 낮추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고금리 기조에 비싼 분양가 등의 영향으로 신규 주택을 향한 수요가 위축된 상황으로 분양시장의 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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