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중량·크기 줄이고 가격은 그대로
청년들 "없는 사람들 속이는 기만 행위"
최근 가계 여웃돈 4분기 연속 줄어들어
전문가 "청년들에게 허탈감 더 클 것"
[서울=뉴시스]박광온 김래현 기자 = #. 서울 관악구에 사는 박모(27)씨는 과거 즐겨 먹던 냉동 만두를 오랜만에 샀다가 깜짝 놀랐다. 이전에는 만두로 꽉 차 있던 봉지에 질소만 가득한 채 만두는 몇 개 없었기 때문이다. 박씨는 "용량을 줄였다는 공지도 없는데, 양은 줄인 상태로 같은 가격을 받으니 속은 것 같은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일부 식품업체들이 제품 가격은 그대로 두면서 제품 크기와 중량은 줄이는 이른바 '슈링크플레이션'이 논란이 되면서 고물가로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 사이에선 "없는 살림에 먹는 양까지 속아 더 허탈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28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이달 초부터 편의점 판매 제품인 '숯불향 바비큐바' 중량을 280g에서 230g로 줄였다. 동원F&B도 '동원참치 통조림' 중량을 100g에서 90g으로, '양반김' 중량은 5g에서 4.5g으로 줄였다.
또 국내 구미젤리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인 하리보는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자사 일부 제품의 중량을 100g에서 80g으로 20% 줄이기로 했다. 대상 제품은 하리보 웜즈사워·해피콜라 사워·믹스 사워 등 3종이다.
해태제과도 '고향만두' 용량을 한 봉지 415g에서 378g으로 줄였고, 풀무원도 '냉동핫도그' 제품 1봉지당 개수를 5개에서 4개로 바꿨다.
이처럼 가격은 유지하는 대신 제품의 크기·중량을 줄이거나 품질을 낮춰 간접적인 가격 인상 효과를 노리는 기업의 전략을 '슈링크플레이션'이라 한다. 양이 줄어든다는 뜻의 '슈링크(shrink)'와 물가 상승을 나타내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다.
영등포구에 사는 김모(29)씨는 "최근 물가가 많이 올라 한 번 살 때 최대한 양이 많은 걸 사려고 한다"며 "그런데 공지도 안 한 채 양만 줄이면 그건 청년들의 피 같은 돈을 뺏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평택시에 사는 박모(31)씨도 "혼자 사는 청년들은 보통 같은 가격에 양이 많은 걸 산다"라며 "그런데 같은 가격임에도 기존보다 양이 줄어든 제품을 파는 업체들이 있다는 걸 듣고, 없는 살림에 더 큰 허탈감만 느꼈다"고 전했다.
이처럼 청년들이 슈링크플레이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배경엔 최근 고물가·고금리 상황에서 소비 여력이 줄어든 상황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가계의 여윳돈인 가계(도시, 1인 이상) 월평균 흑자액은 118만1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4만4000원)에 비해 12.1%(16만3000원) 줄었다. 아울러 흑자액의 폭은 지난해 3분기 이후 4분기 연속 줄어드는 추세다.
해당 흑자액은 소득에서 세금·연금 보험료·이자와 식료품을 산 뒤 남은 금액으로, 흑자액이 4분기 연속 줄어들었다는 것은 소비 여력도 그만큼 줄어들었다는 것을 뜻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 청년들은 고물가에 최대한 양이 많은 것을 선택함으로써 돈을 아끼려는 모습들을 보인다"라며 "그런데 사실은 같은 가격에 양이 원래보다 줄어들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 허탈감은 더 클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소비자를 기망하는 행위"라며 "독일처럼 슈링크플레이션이 발생하면 발생 여부를 상품에 부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조치를 취해야, 청년 등 소비자의 올바른 선택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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