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고금리·PF 대출 경색…건설업계 도미노 부도 우려
올해 건설업계 폐업 신고 총 496건…"17년 만의 최대치"
부채비율 높은 건설사 선별…부동산 PF 재구조화 필요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전국 사업에서 PF 연장이 거부 사례가 잇따르면서 건설업계를 중심으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알짜사업지로 꼽히는 서울 강남 등 일부 사업장에서도 PF 연장을 거부하는 사례가 나오면서 내년 부동산 시장의 위기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유동성 부족 등으로 건설업계의 위기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미분양 적체와 건설 원자잿값 급등, PF 대출 경색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도미노 부도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실제 이달에 건설업계의 폐업 신고가 17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달에만 총 41개 종합건설업체가 폐업을 신고했다. 올해 들어 폐업 신고 건수(변경·정정·철회 포함)는 총 49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97건)보다 67.0% 급증했다. 이는 지난 2006년(530건) 이후 17년 만의 최대치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미분양과 PF 대출 중단이 여전한 데다 공사비까지 오르면서 위기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일부 지방 협력업체는 이미 문을 닫았고, 자금 경색이 풀리지 않으면 건설업계의 도미노 부도가 현실화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알짜사업 단지로 꼽히던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PF 대출 연장 거부 사례가 나왔다.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청담동 프리마호텔을 아파트·오피스텔로 개발하는 '르피에드 청담'의 브릿지론(단기 차입금)이 만기일인 지난 18일 연장되지 않았다. 이 사업의 시행사는 대지면적 5462㎡(1652평) 규모의 프리마호텔 자리에 최고 49층 높이의 한강 전망 주상복합을 개발할 예정이었다.
이를 위해 금융기관 26곳에서 총 4640억원 규모 브릿지론을 받았다. 이 중 1800억원(39%)의 자금을 선순위로 대출했던 새마을금고가 만기 연장을 거부한 것이다. 브릿지론은 토지매입 등 사업초기 소요되는 단기 차입금을 말한다. 브릿지론은 본 PF로 넘어가는 일종의 가교 역할을 한다. 금융당국이 나서면서 르피에드 청담 브리지론 만기 1년 연장됐고, 위기를 가까스로 모면했다.
주택 수요가 가장 많고, 특히 고급 주택에 대한 선호가 많은 청담동에서 PF 대출 연장 거부 사례가 나오면서 건설업계에서는 도미노 부도가 현실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지난 9월 대주단 협약에 따라 부동산 PF 연장 또는 추가 대출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체감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PF 대출 만기연장을 하더라도 사업이 다시 진행되는 게 아니다"며 "고금리 기조에 부동산 경기마저 위축되면서 PF 대출 만기연장 일부 시행사나 건설사에게 도움이 되겠지만 한시적인 효과에 그칠 것"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PF 재구조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자기자본 없이 다른 자본으로 사업을 하고, 부채가 많은 건설사 등이 우리 경제의 심각한 위기로 작용할 수 있다"며 "정부의 PF 대출 만기 연장 등 지원책이 필요하지만, 부실 건설사와 부채비율이 높은 곳에 대해서는 구조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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