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스캠' 창구된 데이팅앱…"신원 확인 의무화해야"

기사등록 2023/11/26 07:00:00

애인인 척 금전 요구하는 '로맨스 스캠'

작년 피해액 40억원 달해…조직 범죄화

"가입 시 신원 확인하고 위험 고지해야"

[서울=뉴시스] 김남희 기자 = #30대 남성 김씨는 앱을 통해 만난 여성에게 "카드를 분실했으니 신용카드를 빌려 달라"며 카드를 받아 600여만원을 결제했다. 다른 여성에게도 "사업 계약금이 부족하다" "BMW 차량 명의를 네 명의로 변경하고 담보 대출을 받아 달라"고 속여 수천만원을 빌린 뒤 갚지 않았다. 김씨는 이런 방식으로 여성 4명으로부터 2억1500여만원을 편취하다 사기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피해자와 애정 관계를 형성한 뒤 금전을 요구하는 '로맨스 스캠' 사기가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범행 창구로 이용되는 데이팅 앱의 이용자 보호는 미비하단 지적이 제기된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지난 24일 발간한 '온라인 데이팅 서비스 이용자 보호 강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일부 데이팅 서비스는 회원가입 시 별도의 본인 확인 절차가 없다. 이로 인해 허위 계정을 만들어 소비자를 유인하거나 애인으로 위장해 사기를 치는 '로맨스 스캠'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국가정보원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집계한 로맨스 스캠 피해액은 92억2000만원에 달한다. 피해액은 2020년 3억2000만원, 2021년 31억3000만원, 2022년 39억6000만원으로 매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로맨스 스캠 국제 범죄조직까지 만들어지고 있다. 수원지법은 지난 9월 로맨스 스캠 범죄조직에 가담해 '자금 전달책' 역할을 한 70대 남성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 조직은 국내외 조직을 관리하는 총책, SNS 계정으로 피해자를 유인하는 유인책, 범죄수익금을 계좌로 송금하는 조달책, 범죄수익금을 인출해 전달하는 인출책 등으로 역할을 나눠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데이팅 앱을 통해 만난 사람이 원치 않는 연락을 계속하는 스토킹 피해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보고서는 "특히 허위 계정은 강력범죄 위험을 높이고 범인 검거를 복잡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그러나 데이팅 앱 등에 대한 현행법상 규제는 사후 대처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실정이다. 스토킹, 사기, 성범죄가 일어난 후에야 처벌할 수 있는 구조다.

보고서는 이용자 보호를 위해 데이팅 서비스 사업자가 회원가입 시 신원을 확인하고, 위험을 고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온라인 데이팅 사업자에게 신원 확인을 의무화하는 법은 현재 국내에서 실시되지 않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2012년 '인터넷 실명제'에 대해 "적용 범위가 광범위해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이용자 및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불이익을 준다"며 위헌 결정을 한 바 있어 신원 확인 법제화에 면밀한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데이팅 앱 사업자 측에 '안전 이용에 관한 고지'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상대방의 허위 정보 제공 가능성, 개인정보 공유 금지, 금전적 요청에 따른 송금 금지 등을 이용자에게 미리 알리도록 하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텍사스주와 뉴저지주, 코네티컷주 등에서 온라인 데이팅 서비스의 안전 고지를 법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자율 규제의 일환으로 앱 내에서 이용자가 피해를 신고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 필요도 있다. 현재 데이팅 앱 등은 단순 채팅 서비스만 제공해 범죄로 이어지는 사례를 제대로 모니터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코로나19 시기 사회적 거리두기로 만남 어플을 통한 사기 사건이 늘어난 경향이 있다"며 "완전히 가짜 계정을 만들거나 해외에 서버를 두고 가상화폐를 요구한다. 상대방이 돈을 요구하면 일단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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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스캠' 창구된 데이팅앱…"신원 확인 의무화해야"

기사등록 2023/11/26 07:00: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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