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이모님' 연내 들어오는데…먼저 시작한 日 어떤가 보니

기사등록 2023/11/23 06:00:00

최종수정 2023/11/23 09:08:49

정부, 연내 외국인 가사근로자 100명 서울 시범도입

인증기관 선정, 출퇴근 가사·육아 제공…기대와 우려

2017년 도입 日어땠나…'파소나' 그룹 사례 살펴보니

'필리핀' 출신…가사 집중·시급 3만7천원에도 수요 ↑

"철저한 교육·관리, 높은 평가·신뢰받아…문화 이해도"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지난 7월31일 오전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고용노동부 주최로 열린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 시범 사업 관련 공청회'가 열리고 있는 모습. 2023.07.31. ks@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지난 7월31일 오전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고용노동부 주최로 열린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 시범 사업 관련 공청회'가 열리고 있는 모습. 2023.07.31. [email protected]
[도쿄=뉴시스] 강지은 기자 = 정부가 이르면 연내 필리핀 등 외국인 가사근로자(가사관리사) 100명을 서울에 시범 도입하는 사업을 추진 중인 가운데, 이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내국인 가사인력 감소와 고령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맞벌이 부부의 가사·돌봄 부담을 덜어줄 것이란 긍정적인 시각도 있지만, 서비스 품질과 신뢰성 등에 대한 걱정스런 목소리도 나온다.

따라서 이 제도를 먼저 시작한 일본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본은 지난 2017년 '국가전략특별구역' 정책에 따라 외국인 가사근로자 제도를 도입, 현재 도쿄와 오사카 등 6개 특구에서 시범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달 17일 이 사업에 참여 중인 일본 도쿄 소재 인재파견 기업 '파소나'(PASONA) 그룹을 찾아 일본의 외국인 가사근로자 운영 현황과 우리가 시범 도입을 앞두고 참고해야 할 점 등을 살펴봤다.

정부, 연내 외국인 가사근로자 100명 서울에 시범 도입 추진

23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부는 송출국과의 협의를 거쳐 이르면 연내 시행을 목표로 고용허가제(E-9 비자)를 통한 외국인 가사근로자의 국내 도입 시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와 맞벌이 부부 증가 등으로 가사 서비스 이용에 대한 수요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내국인 가사업무 인력은 2019년 15만6000명에서 지난해 11만4000명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이마저도 60대 이상이 63.5%로 고령화도 심각한 상황이다.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지난 10월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코베 베이비페어에서 관람객들이 아기용품을 살펴보고 있다. 2023.10.05. ks@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지난 10월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코베 베이비페어에서 관람객들이 아기용품을 살펴보고 있다. 2023.10.05. [email protected]

이에 정부는 우선 서울시를 대상으로 외국인 가사근로자 100명을 시범 도입할 예정이다. 이용자는 상대적으로 수요가 높은 20~40대 맞벌이 부부, 한부모가정, 다자녀가정 등을 중심으로 선정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외국인 가사근로자는 만 24세 이상 외국인을 대상으로 관련 경력·지식, 어학능력 평가를 거쳐 선발한다. 또 범죄이력 등 신원검증, 마약류 검사 등을 실시해 자격을 갖춘 자가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할 방침이다.

특히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가사근로자법)에 따라 정부 인증을 받은 서비스 제공 기관이 외국인 가사근로자를 고용하도록 했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최근 서비스 제공 기관인 민간 업체 2곳을 선정한 상태다.

송출국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필리핀, 베트남 등 16개 고용허가제 국가 가운데, 가사 서비스 관련 자격증 제도를 운영 중인 '필리핀'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외국인 가사근로자는 서비스 제공 기관과 이용 계약을 체결한 가정에 출퇴근하며 가사 및 육아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업무 범위는 협의 중이다. 시간제 및 종일제 등 이용 시간은 이용자 수요에 따라 다양하게 운영된다.

가장 관심이 쏠리는 이용자 부담 비용은 현 시세(시급 1만5000원 내외)보다 낮도록 유도해나갈 계획이다. 고용부는 "수요조사 결과 대다수 가정에서 희망하는 '파트타임' 방식으로 이용할 경우 비용 부담은 더욱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용부와 서울시가 최근 온라인 조사를 실시한 결과, 평균 서비스 희망 이용 횟수는 주 1~3회, 희망 이용 시간은 1회 4~6시간으로 파트타임 가사근로자에 대한 수요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아울러 최저임금법, 근로기준법 등 내국인 가사근로자와 동일한 노동법을 적용받는다. 외국인 가사근로자 숙소는 서비스 제공 기관이 마련하며, 숙소 비용은 가사근로자 본인이 부담할 예정이다.
[도쿄=뉴시스] 강지은 기자 = 지난 17일 일본 '파소나' 그룹의 타무라 후미코 이사가 도쿄 사무실에서 필리핀 가사근로자 운영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고용노동부 공동취재단) 2023.11.23 kkangzi87@newsis.com
[도쿄=뉴시스] 강지은 기자 = 지난 17일 일본 '파소나' 그룹의 타무라 후미코 이사가 도쿄 사무실에서 필리핀 가사근로자 운영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고용노동부 공동취재단) 2023.11.23 [email protected]

日 파소나, '필리핀' 가사근로자 채용…요금은 시간당 4290엔

정부는 외국인 가사근로자 시범 사업과 관련해 그간 가정 수요 조사와 공청회, 토론회 등 각계 의견을 폭넓게 수렴했으며 운영 과정에서 보완해 나가겠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여전히 신뢰성 등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우리보다 먼저 외국인 가사근로자를 도입한 일본은 어떨까.

현재 외국인 가사근로자를 도입한 국가는 일본, 대만, 싱가포르, 홍콩 등이 있다. 그러나 우리처럼 서비스 제공 기관이 외국인 가사근로자를 고용하고, 출퇴근 형태인 나라는 일본 뿐이다. 나머지 국가는 이용자가 직접 고용하며 입주식이다.

일본은 2010년 들어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를 위해 가사 노동에 외국 인력을 활용하자는 여론이 확산됐으며, 정부는 2017년 국가전략특구 정책과 함께 외국인 가사근로자 제도를 전격 도입했다.

다만 일본 지역 전면 적용이 아니라 시범 사업 방식으로 도쿄와 오사카 등 6개 특구를 지정, 해당 지역 내에서만 외국인 가사근로자를 통한 가사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했다.

이 때 지원 기관 공모에 참여해 선정된 곳이 파소나를 비롯한 6개사다. 지원 기관에 선정되기 위해서는 외국인 가사근로자에 적정 임금 지급, 정규직 고용, 내국인 가사근로자와 동등한 처우 등 일정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타무라 후미코 파소나 이사는 "우리는 가사 지원이 아닌 인재를 파견하는 회사지만, 여성이 활약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을 지향하고 있기에 이 사업에 지원하게 됐다"며 "이러한 기준을 충족하려면 상당히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쿄=뉴시스] 필리핀 가사근로자 모습. (사진=파소나 그룹 제공) 2023.11.23 photo@newsis.com
[도쿄=뉴시스] 필리핀 가사근로자 모습. (사진=파소나 그룹 제공) 2023.11.23 [email protected]

현재 파소나가 고용하고 있는 외국인 가사근로자는 총 55명이며 모두 '필리핀' 출신이다. 이는 일본이 설정한 규정이기도 하다. 타무라 이사는 "필리핀은 외국인 가사근로자에 대한 높은 수준의 국가 자격 제도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의 필리핀 가사근로자에 대한 수요는 매우 높다고 한다. 파소나만 해도 코로나19 전에는 고객이 500명 정도였지만, 현재는 620명으로 증가한 상태다. 파소나는 내년에는 외국인 가사근로자를 약 10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타무라 이사는 "코로나19 사태로 잠시 수요가 멈췄지만 반년이 지나고 난 뒤 다시 가사근로자를 보내달라는 목소리가 있었다"며, "여기에 2020년 후반부터 외국인들이 일본에 많이 들어오면서 가사근로자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파소나의 고객 비중을 보면 외국인 40%, 내국인 60%다. 외국인 고객은 영어가 가능하다는 점, 내국인 고객은 특정 일만 지시하면 사생활 등 다른 것은 관심 갖지 않는다는 점에서 필리핀 가사근로자를 선호한다고 한다. 

파소나의 필리핀 가사근로자 업무는 청소, 세탁, 정원 손질 등 '가사'에 집중돼 있다. 육아나 간병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는다. 이는 가사와 육아 서비스를 중심으로 검토 중인 우리의 업무 범위와 다소 차이가 있는 부분이다.

파소나의 가사 서비스 이용 요금은 시간당 4290엔(약 3만7500원)이다. 한국(1만5000원 내외)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높다. 다른 회사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이는 내국인 가사근로자 비용과 같은 수준이다.

타무라 이사는 이에 대해 "앞서 말했지만 우리 회사의 외국인 가사근로자는 '정규직'이다. 정규직으로서 급여를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시급이 4290엔이라고 하더라도 매우 싼 가격"이라며 "그럼에도 이용자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파소나의 이용 고객은 대부분 부유층으로, 세대 소득이 1000만엔(8700만원) 이상인 이들이 많은 상황이다.
[도쿄=뉴시스] 강지은 기자 = 지난 17일 일본 '파소나' 그룹의 타무라 후미코 이사가 도쿄 사무실에서 필리핀 가사근로자 운영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고용노동부 공동취재단) 2023.11.23 kkangzi87@newsis.com
[도쿄=뉴시스] 강지은 기자 = 지난 17일 일본 '파소나' 그룹의 타무라 후미코 이사가 도쿄 사무실에서 필리핀 가사근로자 운영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고용노동부 공동취재단) 2023.11.23 [email protected]

수요 높은 이유는…"철저한 교육·관리와 문화에 대한 이해도"

이를 감안하더라도 일본에서 외국인 가사근로자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파소나는 이용자 자체가 증가한 영향도 있지만, 외국인 가사근로자에 대한 철저한 교육과 관리로 고객과 시장으로부터 높은 평가와 신뢰를 받고 있는 것을 주요한 배경으로 꼽고 있다.

타무라 이사는 "필리핀에서 200~400시간 교육을 받지만 일본에 오면 교육을 또 한다"며 "필리핀 가사근로자는 일본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들의 내셔널리티를 존중하면서도 일본에 적응하는 데 필요한 교육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시간을 잘 지키는 것, 청결도 중요하지만 보기 좋게 청소하는 것 등 일본인의 특성과 일본의 문화를 꼼꼼하게 교육한다. 그렇지만 반대로 이용자에게도 필리핀 문화를 이해하고 그들을 접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타무라 이사는 무엇보다 외국인 가사근로자들이 조직의 일원이라는 인식을 갖고 일하는 것이 고객의 신뢰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우리는 회사 조직에 익숙해진 뒤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단지 스킬만 있다고 일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고객과 트러블이 생기면 스스로 해결하는 것보다 회사로 연락해 지시를 받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고객과의 관계에 있어 어떤 문제가 있는지 파악해 갈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며 "고객의 필요를 충족시키면서 일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일본의 필리핀 가사근로자 월 임금은 평균 20만엔(174만원)이다. 이들은 서비스 제공 기관이 마련해준 기숙사 등 숙소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숙소 비용과 각종 수도·전기·가스 요금을 공제한 금액이라고 파소나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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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이모님' 연내 들어오는데…먼저 시작한 日 어떤가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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