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아버지' 샘 올트먼, 제2의 '오펜하이머' 될까

기사등록 2023/11/21 17:21:55

오픈AI 올트먼 해고 이면엔 AI 인류 번영론 VS 인류 위협론 헤게모니 쟁탈전

올트먼 MS에 합류 AI 조직 이끌듯…MS 기술 수익화 속도 낼 듯

"무분별한 AI기술개발이 인류 파괴할 수 있다" 신중론자들의 우려 확산

[뉴시스]샘 올트먼이 자신의 엑스(X·전 트위터) 계정에 올린 사진. (사진=엑스 캡처) 2023.11.20 *재판매 및 DB 금지
[뉴시스]샘 올트먼이 자신의 엑스(X·전 트위터) 계정에 올린 사진. (사진=엑스 캡처) 2023.11.20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오동현 기자 = '부머(boomer·개발론자)' VS '두머(doomer·파멸론자)'

'챗GPT의 아버지'라 불리는 샘 올트먼이 자신이 공동 창업한 오픈AI에서 해고된 배경을 두고 여러 추측들이 난무한 가운데 인공지능(AI) 기술의 수익화를 우선하는 세력과 AI가 인류에 해를 끼치지 않도록 안전을 담보해야 한다는 신중론자들간 헤게모니 쟁탈전의 결과로 해석하는 시각도 제시되고 있다.

가령, 올트먼은 AI 기술을 조기 사업화해야 한다는 '부머'론자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반대로 올트먼 축출을 주도한 오픈AI의 또 다른 공동 창업자 일리야 수츠케바는 인류에 안전한 AI 개발을 지향하는 인물로 평가된다.

오픈AI 이사진은 총 6명으로 구성돼 있었다. 세 명의 공동 창업자인 올트먼과 그레그 브록만, 슈츠케바는 사내이사다. 무보수 사외이사로는 페이스북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지낸 애덤 디앤젤로, 'AI 거버넌스' 전문가인 타샤 맥컬리와 헬렌 토너가 참여한다.

그러던 중 지난 17일(현지시간) 올트먼과 브록만이 각각 CEO와 이사회 의장에서 해임됐다. 수츠케바를 비롯한 다른 이사들은 올트먼과 브록만이 인류의 안전보다는 영리적인 목적에 따라 AI 사업을 확장하는 것에 대해 우려한 것으로 전해진다.

올트먼과 브록만은 AI 전문가인 다른 이사들과 달리 사업가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비영리 재단이었던 오픈AI를 현재의 기업으로 탈바꿈하는데 주도한 이들이다.

이번 사태에 대해 김명주 서울여대 바른AI연구센터장(정보보호학과 교수)은 "쿠데타"라고 표현했다. 오픈AI 이사회가 영리 사업을 더욱 확장하려는 올트먼의 계획보다는 안전한 AI 기술 개발을 위한 비영리 연구에 다시 집중하기 위해 올트먼을 전격 해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해고는 독립적인 멤버들로 구성된 이사회 결정에 의해 이뤄졌지만, 그 핵심 주도 멤버 중 하나가 공동 창업자이자 동료 이사인 수츠케바라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스츠케바는 '딥러닝의 창시자' 'AI 대부'로 불리는 영국 컴퓨터 과학자 제프리 힌튼의 수제자로, 미래 AI 기술을 바라보는 관점이 힌튼과 다르지 않다. 힌튼은 "성급한 AI 기술 개발이 인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AI 기술의 위험성을 경고해온 신중론자다. 그는 AI 위험성을 경고하기 위해 지난 10년 간 몸담았던 구글을 퇴사했다.

올트먼과 개발진 품에 안은 MS만 이득…"인력 받아줄게"

결과적으로 볼 때, 오픈AI의 올트먼 해고 사태는 마이크로소프트(MS)만 좋은 일이 됐다.

처음엔 MS도 당혹스러웠다. 오픈AI에 13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 49%의 지분을 갖고 있는 MS마저 해고 발표 1분 전에 그 사실을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오픈AI 임직원들과 투자자들이 반발하며 해고 발표 하루 만에 다시 올트먼 복귀설이 제기됐지만, 오픈AI 이사회가 트위치 설립자인 에멧 시어를 임시 CEO로 선임한다고 발표하며 올트먼 해고에 쐐기를 박았다.

그런 올트먼에게 MS가 손을 내밀었다. 오픈AI 이사회를 향해 올트먼을 복귀시키라는 임직원들과 투자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올트먼은 MS에 합류해 새로운 AI 조직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MS는 올트먼에게 조직의 전권을 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트먼과 브록만은 자신들을 따르는 기술자들과 함께 MS에서 AI 기술 기반의 영리 사업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오픈AI 직원 수백명이 현 이사진의 사퇴를 요구하며 MS로 집단 이직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사티아 나델라 CEO는 "오픈AI 직원들이 이동을 할지 말지는 선택에 달려있다"면서 "두 가지 선택 모두에 열려 있다"고 말했다.

[레드몬드(워싱터주)=AP/뉴시스]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 자료사진. 2023.10.02.
[레드몬드(워싱터주)=AP/뉴시스]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 자료사진. 2023.10.02.
MS 입장에서도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회사의 인재를 대거 영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만큼, 마다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반면, 회사의 상징과도 같던 올트먼과 브록만을 잃은 오픈AI 직원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진 상태다.

비영리 재단 오픈AI의 타락?…통제 불가능한 AI 경쟁 촉발

오픈AI는 2015년 올트먼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등의 주도로 설립된 비영리 재단이다. 출범 당시엔 "안전한 AI를 구축하고, AI의 이점을 가능한 모두에게 균등하게 배분하는 것"이 목표였지만, 이를 위해선 많은 자금이 필요했다. 결국 2019년 3월 자회사이자 영리기관인 오픈AI LP를 설립하고 그해 7월 MS로부터 10억 달러를 투자 유치했다. MS는 오픈AI LP의 지분을 받았다.

이때부터 오픈AI는 비영리 재단이라는 정체성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배구조상 MS가 오픈AI 이사회에서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진 못했지만, 오픈AI가 사실상 MS에 의해 휘둘리고 있다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오픈AI 공동 창업자였던 머스크는 "오픈AI가 MS에 의해 통제되는 최대 수익회사가 됐다. 내가 의도했던 것과는 전혀 다르다"고 질타한 바 있다.

그러나 MS의 투자가 있었기에, '챗GPT'도 공개될 수 있었다. 챗GPT는 사람의 어떤 질문에도 즉각적인 답변을 내놔 세상을 놀라게 했다. 특히 인간의 업무 효율성을 높여주는 도구로 인기를 끌며 단숨에 1억 사용자를 확보했다. 심지어 그림까지 그려주며 인간의 창작 영역에 도전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지난해 11월 등장한 챗GPT의 후폭풍은 거셌다. 구글, 메타, 바이두, 알리바바 등 미국·중국의 빅테크 기업은 물론, 네이버, 카카오 등 한국 기업들까지 LLM(거대언어모델) 개발에 몰두하며 경쟁적으로 생성형 AI 서비스를 내놨다.

사실 구글은 기술력이 없어서 생성형 AI를 대중에 공개하지 못했던 것이 아니다. 올해 1월 말 구글 기술책임자는 파이낸셜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구글은 챗GPT보다 더 뛰어난 생성형 AI들을 이미 개발해서 가지고 있지만, 잠재적 위험을 통제할 방법을 찾을 때까지는 공개할 수 없다"고 했었다. 이런 구글의 기조는 '딥러닝의 창시자' 'AI 대부'로 불리던 제프리 힌튼 전 구글 부사장의 철학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세상의 반응은 달랐다. 챗GPT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자, 구글 역시 열흘 만에 입장을 번복하고 생성형 AI '바드(Bard)'를 공개했다. 결과는 썩 좋지 못했다. 챗GPT와 마찬가지로 생성형 AI의 환각 현상을 극복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대중에 공개하는 꼴이 됐다. 이로 인해 구글과 알파벳의 주가는 폭락했다.

김명주 교수는 "당시 구글이 검색엔진 위축이라는 마케팅 논리에 밀려 열흘 만에 바드를 전격 공개했던 것"이라며 "당시 제프리 힌튼 구글 부사장의 실망이 컸던 것으로 안다. 그는 통제하지 못하는 위험을 가진 생성형 AI 전쟁에 오직 마케팅 논리로 무리하게 뛰어든 구글을 결국 떠났다"고 전했다.

제프리 힌튼도 퇴임 일성으로 "앞으로 인류는 AI로 인해 얻을 이득보다 AI의 위험을 줄이기 위한 비용을 두 배 이상 더 들여야 한다. 지금 나는 인공지능(딥러닝)을 만든 것을 후회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이미 생성형 AI라는 화살은 활시위를 떠났다. 뛰어난 능력에 비례하는 엄청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면서 "챗GPT, 바드, 클로바X 등 생성형 AI에 대한 '미성년자 사용금지'에도 불구하고 추가적인 통제를 위한 '글로벌 규제'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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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아버지' 샘 올트먼, 제2의 '오펜하이머' 될까

기사등록 2023/11/21 17:21:55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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