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칩 뜯어내고 도서관 밖으로…2년 만에 덜미
관리자 있지만, CCTV 사각지대서 도난방지칩 제거
집 근처 시립도서관에서만 1100권…도서관 8곳 순회 절도
책 회수한 경찰, 검거 도운 청원경찰에 감사장
[광주=뉴시스]김혜인 기자 = "읽고 싶어서 한 두 권씩 훔치다 보니···."
광주 지역 시립·구립 도서관을 돌며 2년 간 책 1500권을 훔친 40대가 쇠고랑을 찼다.
20일 광주 남부경찰서에 따르면, 40대 남성 A씨는 2021년 9월 자신이 사는 여관방 근처에 있는 광주시립사직도서관을 찾았다. A씨는 이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집으로 가져온 뒤 대출 기간 내 반납하지 않았다.
이후 또 책을 빌리러 도서관을 찾았지만 장기 연체자로 분류돼 당장 도서 대출이 어려웠다.
A씨의 책 절도 행각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도서관 폐쇄회로(CC)TV 사각지대에서 읽고 싶은 책 표지에 붙은 도난방지용 전자태그(RFID)를 뜯었다. 뜯어낸 전자태그는 책장 또는 책 사이에 감춰 놓았다.
A씨가 도난방지 태그를 뜯은 탓에 책을 가지고 나가더라도, 현관에 위치한 도난 방지기기 경보는 울리지 않았다.
도서관 자료실에는 관계자 2~3명이 상주하고 있었지만 누구도 그의 책 도둑질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일용직 일을 마치거나 쉬는 날에는 어김없이 도서관을 찾았다. 올 때마다 1~2권씩 훔치다가 갈수록 대범해졌다. 큰 가방을 가져 와 한꺼번에 10~20권씩 훔치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렇게 A씨가 2년 간 사직도서관에서 훔친 책만 1100여권이다.
읽고 싶은 책이 사직도서관에 없으면 인근 남구 주월·봉선동, 멀게는 동·서구 시·구립 도서관으로 원정, 책을 훔쳤다.
다 읽은 책은 고물상에 되팔지 않고 방 한 구석에 차곡차곡 쌓아뒀다.
A씨의 범행은 도서관 관계자가 책장 사이에서 뜯긴 전자태그 뭉치들을 발견하면서 발각됐다.
경찰은 지난 9월 두 차례 광주 지역 도서관 2곳에서 책 도난 의심 신고가 접수되자 도서관 방문객들을 교차 검증, A씨를 특정했다.
이 과정에서 도서관 청원경찰이 CCTV를 분석, 수상한 용의자들의 행적을 파악해 A씨를 검거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하기도 했다.
경찰은 지난달 4일 남구 주월동의 숙박업소 달방에서 A씨를 검거했다. 체포 당시 A씨의 26.4㎡(약 8평)남짓한 방 한 편에는 빛바랜 책들이 천장 높이까지 쌓여있었다.
A씨는 "독서를 하면 평온하다. 단지 책을 읽고 싶어서 훔쳤다"고 범행을 시인했다.
경찰은 검거에 도움을 준 청원경찰에 감사장을 수여하고 A씨가 훔친 책 총 1500여권을 분류해 도서관 8곳에 돌려줬다.
A씨는 지난해 음식점에 침입, 현금을 훔쳐 달아난 뒤 경찰 출석 통보에 응하지 않아 수배가 걸려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2021년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광주지역 도서관 8곳에서 책을 훔친 혐의(절도)등으로 A씨를 구속, 검찰로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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