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러 해저 가스관 '노르트스트림' 폭파 배후는 우크라군 대령"

[서울=뉴시스] 이명동 기자 = 우크라이나 특수부대 지휘관이 지난해 9월 러시아의 '노르트스트림' 해저 가스관을 파괴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1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특수전 부대에서 복무한 로만 체르빈스키(48) 우크라이나군 대령이 러시아의 대(對)유럽 가스 수출로인 노르트스트림을 폭파한 배후로 지목됐다. WP와 독일 언론 데어슈피겔은 공동 취재 끝에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이전까지 해당 사건 배후로 우크라이나, 러시아, 미국 등 다양한 국가가 지목됐지만 모두가 이를 부인했다.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다른 유럽 국가 관료를 비롯해 해당 작전을 알고 있는 다른 관계자 등은 체르빈스키 대령을 '조직자'라고 표현했다.

그는 6명으로 구성된 폭파팀의 운송과 지원을 감독했다. 범선을 임대한 뒤 거짓 신원과 잠수 장비를 사용해 가스관에 폭발물을 설치했다. 해당 폭발로 노르트스트림1·2를 구성하는 파이프라인 4개 중 3개가 파열돼 발트해로 가스가 분출됐다.

노르트스트림1·2는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가스관으로, 지난해 9월26일 폭발로 파손됐다. 독일, 덴마크, 스웨덴 등은 이 폭발이 재해나 사고가 아닌 고의적인 파괴 공작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매체는 "체르빈스키 대령은 작전을 계획하거나 단독으로 행동하지는 않았고, 우크라이나 고위 관료의 명령을 받았다"면서 "우크라이나 고위 관료의 명령을 받았고 결국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에게 보고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이 같은 보도에 체르빈스키 대령은 반발했다.

그는 변호사를 통해 해당 폭발에 어떤 역할도 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또 해당 사건을 최초 보도한 두 매체에 성명을 내어 "노르트스트림 공격에 연루됐다는 모든 추정은 근거 없이 러시아 선전에 따라 확산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그는 지난해 7월 러시아 조종사를 우크라이나로 망명시키려는 계획과 관련해 직권 남용 혐의로 체포돼 수도 키이우 교도소에 갇힌 상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자국이 노르트스트림 파괴 사건 배후에 있다는 주장을 거듭 부인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6월 독일 타블로이드지 빌트와 인터뷰에서 "결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며 "증거를 보고 싶다"고 개입설을 일축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모르는 사이에 우크라이나군에서 이 같은 작전을 실행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매체는 지난 6월6일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노르트스트림 폭발 사건 전부터 우크라이나가 가스관 폭파를 준비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CIA 보고서는 해당 작전은 잘루즈니 총사령관에게 직접 보고됐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를 알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도에 관해 논평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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