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분기 합산 매출 4억원에 못 미쳐 손실만 눈덩이
주주들 "상장 전 일부러 2분기 실적 감춘 거 아니냐"
[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 하반기 코스닥 기업공개(IPO) '대어'로 꼽혔던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 파두의 주가가 이틀 연속 폭락하며 공모가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실적쇼크 영향이다. 파두의 2분기(4월~6월)~3분기(7~9월) 합산 매출은 4억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사실상 '매출공백'이 발생하면서 투자자들이 대거 빠져 나갔다는 분석이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파두의 주가는 지난 9일 하한가를 기록한데 이어 이튿날에도 전일대비 21.93% 하락하며 1만8970원으로 주저 앉았다. 공모가 3만1500원에 상장 후 4만5000원까지 치솟았던 주가가 3달 만에 1만원대로 고꾸라진 것이다. 이에 따라 상장 당시 1조5000억원에 달했던 시가총액은 1조원이 붕괴되며 8000억원대로 떨어졌다.
앞서 파두는 지난 8일 장 마감후 공시를 통해 실적을 공개했다. 상장 후 처음 공개한 분기 실적이다. 3분기 매출은 3억21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8% 감소했으며, 148억2100만원의 영업 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순손실도 143억7800만원을 기록했다.
올해 1~3분기 누적 매출은 180억4400만원으로, 4분기만 남겨놓은 시점에서 지난해 연매출(564억200만 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뒤늦게 알려진 2분기 매출은 5900만원에 불과했으며 영업 손실 152억7500만원, 순손실 152억5700만원을 기록했다. 파두가 상장 전 제시한 연매출 예상치 1200억원과는 큰 차이가 있다.
파두는 2015년 설립된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회사로, 기업가치 1조 원에 달하는 '유니콘 기업'으로 각광받으며 올해 상반기 기업공개(IPO) 시장 최대어로 꼽혔던 기업이다.
개미 투자자들은 "시총 1조5000억원으로 상장한 회사의 분기 매출이 5900만원에 불과하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며 분노를 터뜨리고 있다.
주주들 사이에선 상장 전 2분기 매출(5900만원)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걸 알면서도 수요예측 단계에서 일부러 공개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파두는 올해 7월 공시한 투자 설명서에선 올해 1분기 실적만 기재했다. 당시 공개한 1분기 매출은 177억원에 달했으며 영업손실은 32억원이었다. 2분기부터 영업 활동이 거의 이뤄지지 않아, 매출은 사실상 공백 상태가 됐으며 손실만 눈덩이처럼 불어난 셈이다.
파두 종목토론방에는 "매출도 없는 회사에 1조5000억원 가치라니" "이런 회사를 뻥튀기해서 상장시키냐" "주관사 사기극 아니냐" 등 격양된 반응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이지효 파두 대표는 3분기 실적에 대해 "2개 분기에 걸쳐 지속된 어려운 시장 상황으로 시장 기대보다 낮은 매출과 수익성을 기록했다"며 "그러나 4분기에 진입하면서 낸드 가격 하락세는 안정세를 보이며 저점을 지나고 있고, AI(인공지능) 중심으로 수요가 조금씩 회복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SSD 설루션이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로부터 주목받기 시작했고 몇 개 분기 정도가 걸리겠지만, 매 분기 고객 기반은 더 강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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