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수사팀 불기소' 처분에 "공수처 의지 없어" 재정신청

[서울=뉴시스]정유선 기자 = 차규근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김학의 1차 수사팀'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재정신청을 했다.

차 연구위원은 9일 오후 경기도 과천 공수처를 찾아 재정신청서를 제출했다.

재정신청은 고소·고발인이 수사기관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법원에 판단을 구하는 제도다. 법원이 재정신청을 받아들이면 검사는 공소를 제기해야 한다.

이날 차 연구위원은 "고발 당시부터 공수처의 수사 역량이나 여건을 고려했을 때 제대로 해낼 수 있을까 의문이 많았다"며 "공수처마저 이 사건을 불기소 처분함으로써 사건의 수렁에 빠지게 된 것 같아 매우 안타깝고 실망스럽다"고 불기소 처분에 대한 심정을 밝혔다.  

차 연구위원은 공수처 수사 과정에 대해 "공소시효가 (고발로부터) 4개월 밖에 남지 않은 특수한 사건이므로 8월 말보다 일찍 압수수색했어야 했다"며 "기록 입수 뒤에도 저에게 연락을 했더라면 기꺼이 나갈 용의가 있었지만 아무런 연락이 없었고 고발인 의견서 8건을 제출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걸 보며 공수처가 의지가 없구나 느꼈다"고 말했다.

공수처 수사3부(부장검사 박석일)는 전날(8일) 특가법상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당한 김 전 차관 1차 수사팀 3명 전원을 불기소 처분했다.

공수처는 "2013년 수사 당시의 상황과, 2019년 재수사단 수사 당시의 상황은 수사 착수 배경, 수사의 주된 방향, 수사 여건, 수사 규모에 있어서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며 "피의자들이 혐의를 명백히 인식해 수사를 개시할 수 있을 정도의 단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고 불기소 이유를 밝혔다.

차 연구위원은 1차 수사팀과 재수사단의 수사 규모에 차이가 있었다는 점에 대해 "2013년에도 필요하면 검사 인력 증원을 요청할 수 있었던 것 아닌가"라며 "그런 해명을 했다는 것과 공수처가 그걸 수용해 불기소 처분했다는 게 정말 어이없다"고 비판했다.

차 연구위원은 1차 수사팀이 특가법 위반 혐의 사실을 명백히 인식하고도 의도적으로 직무를 유기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공수처 판단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경찰 단계에서 일명 '김학의 동영상' 원본이 확보됐고 건설업자 윤중천씨의 운전기사로부터 성접대와 사건 청탁에 대한 구체적 진술도 나왔으므로, 수사팀이 김 전 차관과 윤씨가 특가법에 규정된 '죄를 범한 자'임을 명백히 인식했을 것이란 주장이다.

차 연구위원은 "뇌물공여자가 '공무원한테 1억원 줬어요' 라고 진술해야만 특가법상 죄를 범한 사람으로 인식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인가"라며 "피고발인들이 검사로서 어떻게 이러한 해명을 할 수 있는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정의의 마지막 보루인 법원에서 공수처 불기소 처분의 당부를 판단받겠다"고 했다. 

차 연구위원은 지난 7월 1차 수사팀 검사들이 김 전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며 이들을 공수처에 특수무유기 혐의로 고발했다.

공수처는 8월30일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 검찰로부터 수사기록을 확보했다. 하지만 윤모 전 부장검사 외에 주임검사와 수사검사로 현재까지 검찰 재직 중인 검사들은 공수처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고 서면질의서에도 답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의 공소시효는 김 전 차관이 무혐의 처분을 받은 2013년 11월11일로부터 10년인 오는 10일 자정까지였지만, 재정신청에 따라 재정결정이 확정될 때까지 진행이 정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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