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 및 노동관계법 개정안 2·3조 개정안
사용자 범위 확대·손해 배상 청구 제한 등 '갈등'
노동계 "노동권 보장" vs 경제계 "파업만능주의 조장"
[서울=뉴시스] 동효정 기자 = 여야 대립이 첨예했던 '노란봉투법'이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법 2·3조 개정안을 말하는 해당 법안은 2014년 법원이 쌍용차 파업 노동자들에게 47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내리자 시민들이 이를 돕기 위해 성금을 모아 노란 봉투에 전달하면서 '노란봉투법'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노란봉투법 갈등의 핵심은 2조와 3조로 노사 관계에서 사용자 범위를 원청업체 등으로 넓히고 노동조합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일부 제한하는 내용이다.
노조법 2조는 근로자, 사용자, 노동쟁의 등에 대한 정의를 내린 조항이다. 현행법에서는 사용자를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라고 규정했다.
개정안은 여기에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그 범위에 있어서는 사용자로 본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이 개정안이 시행되면 사용자의 범위를 '원청업체' 등으로 넓힌다는 의미로 직접 계약 관계가 아닌 원청 사용자와 하청 노조 간 단체교섭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수천개에 달하는 협력사가 원청인 대기업에 단체 교섭 등을 요구할 수 있다.
예컨대 임금 인상, 구조조정 반대 등을 요구하는 하청 노조가 사측과 원활하게 협상이 되지 않으면 원청인 대기업을 찾아가 직접 협상을 요구할 수 있다.
노조법 3조는 손해배상 청구의 제한에 대한 내용이다. 현행법은 "사용자는 이 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경우에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하여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명시됐다.
개정안은 여기에 법원이 '적법하지 않은' 행위로 보고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경우에도 손해배상 범위를 제한하는 내용을 추가했다.
그동안 불법 파업은 불법 행위의 집단성만 인정되면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으나 노란봉투법에서는 법원이 불법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할 경우 배상자별로 귀책 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해야 한다.
노동계는 이를 두고 기업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막을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경제계는 과격한 파업 초래를 우려한다.
노란봉투법이 개정안대로 시행되면 노조가 불법 점거 및 파업 등을 통해 회사의 기물을 파손하는 등 손해를 입도 파손 의도가 없었다는 취지로 법정에서 얘기할 경우 개인별 귀책사유 기여도를 증명하기 어려워 법원은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할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이다.
또 노란봉투법은 노동쟁의 개념을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분쟁에서 '근로조건'에 관한 분쟁으로 확대한다.
근로조건까지 노동쟁의 개념이 확대된다면 기업의 법인 신설, 인수합병(M&A), 신공정 도입 등의 활동이 '근로조건에 영향을 준다'면 노조의 동의를 받아야하고 노동쟁의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현행법상 사업조직 통폐합, 구조조정 등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경영상 조치는 파업의 근거가 될 수 없었으나 개정안이 시행되면 민·형사상 책임이 면제되는 파업의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있다.
노동계와 야당은 노란봉투법이 무분별한 손배소 제기와 가압류 집행을 제한할 수 있는 노동권 보장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경영계와 여당은 불법 파업과 파업 만능주의를 조장해 산업 현장에 혼란을 야기시킬 수 있다며 이를 반대하는 입장이다.
한편 야당이 노란봉투법을 강행 처리했으나 정부·여당의 건의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국회에 돌아온 법안이 다시 가결되려면 재적의원 3분의 2(200명) 이상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해당 법안은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게 된다. 이에 노란봉투법을 둘러싸고 경제계를 포함한 정치·사회적 갈등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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