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 금지…카슈미르 反정부기류 의식[이-팔 전쟁]

기사등록 2023/11/08 17:27:41

이슬람교 종교 지도자들에게 이·팔 전쟁 관련 언급도 금지

印, 카슈미르 내 인도 통치 끝내라는 요구로 비화될 것 염두

[뉴델리=AP/뉴시스]지난 10월27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한 학생 운동가가 가자 지구에서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에 항의하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지원하기 위해 모이는 동안 구금에 저항하고 있다. 인도 당국은 공동체의 화합과 법과 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며 전쟁이 시작된 이후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연대를 표현하는 시위를 대체로 중단했다. 2023.11.08.
[뉴델리=AP/뉴시스]지난 10월27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한 학생 운동가가 가자 지구에서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에 항의하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지원하기 위해 모이는 동안 구금에 저항하고 있다. 인도 당국은 공동체의 화합과 법과 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며 전쟁이 시작된 이후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연대를 표현하는 시위를 대체로 중단했다. 2023.11.08.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서방에서부터 이슬람 국가들에 이르기까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에 대한 항의 시위가 대서특필되고 있지만 친 팔레스타인적인 입장으로 유명한 카슈미르 지역에서는 인도 정부가 시위를 전면 금지했다고 AP통신이 8일 보도했다.

인도 당국은 이슬람교도가 다수인 카슈미르에서 어떠한 연대 시위도 금지했으며, 이슬람교도 종교 지도자들에게도 설교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갈등에 대해 언급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고 주민들과 종교 지도자들이 AP통신에 말했다.

이 같은 시위 제한조치는 인도가 분쟁지역인 카슈미르에서 인도의 통치를 끝내라는 요구로 비화될 수 있는 모든 형태의 시위를 억제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AP가 짚었다. 분석가들은 또한 나렌드라 모디 총리 하에서 인도의 외교정책이 팔레스타인에 대한 오랜 지지에서 벗어나 변화한 것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카슈미르는 인도와 파키스탄이 분할 통치하고 있지만 양국 모두 이 지역 전체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며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모디 총리는 카슈미르를 인도령으로 두는 것이 아니라 직접 통치하는 방식으로 목표로 한다. 힌두교 인구가 국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인도에서 유일하게 이슬람 인구가 과반인 지역이 카슈미르다.

인도는 지난 달 7일 하마스의 공격을 강력하게 규탄하고 이스라엘과 연대를 표명하는 한편, 민간인 사망자가 늘고 있는 가자지구에서 국제인도법을 지킬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카슈미르에서는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시위가 금지된 상태다. 

이슬람 성직자이자 분리주의자 지도자인 미르와이즈 우마르 파루크는 "무슬림의 관점에서 팔레스타인은 우리에게 매우 소중한 존재이며, 우리는 근본적으로 그곳의 압제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며 "그러나 우리는 침묵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전쟁이 시작된 이후 매주 금요일마다 가택 연금 상태에 있으며, 카슈미르의 주요 도시인 스리나가르에 있는 이 지역 최대 모스크에서 금요일 기도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카슈미르인들은 오랫동안 팔레스타인과 강력한 연대를 보여왔고, 이전 가자지구에서 벌어진 전투에서도 종종 대규모 반이스라엘 시위를 벌였다. 그러한 시위들은 인도 통치의 종식을 요구하면서 수십 명의 사상자들이 발생하는 거리 충돌로 번지기도 했다.
      
확고한 힌두 민족주의자인 모디 총리는 이스라엘과의 연대를 신속하게 표명하고 하마스의 공격을 "테러"라고 부른 세계 지도자들 중 한 명이었으나, 지난달 12일 인도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안전하고 인정된 국경 내에서 이스라엘과 평화롭게 함께 사는 팔레스타인의 주권적이고 독립적이며 생존 가능한 국가"를 설립하는 것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2주 후, 인도는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휴전을 요구하는 유엔 총회 투표에서 기권했다. 이는 인도의 기존 투표 관행에서 벗어난 것으로 이번 투표에서 하마스의 10월7일 공격을 비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권했다고 밝혔다.

수브라만얌 자이샨카르 인도 외무장관은 "그것(기권)은 정부의 견해는 아니다"라며 인도의 기권을 정당화했다.  

인도의 외교 정책은 역사적으로 팔레스타인측을 이미 지지해왔다. 1947년 인도는 이스라엘 건국을 위한 유엔 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인도는 1970년대 팔레스타인 해방기구를 팔레스타인 대표로 인정한 최초의 비(非)아랍 국가였으며, 1980년대에는 팔레스타인 해방기구에 완전한 외교적 지위를 부여했다.

이러한 관계는 1999년 인도가 카슈미르를 놓고 파키스탄과 분쟁을 벌이고 이스라엘이 인도에 무기와 탄약을 지원한 이후 안보 관계로 확대되면서 변화했다. 인도와 이스라엘의 관계는 수년에 걸쳐 꾸준히 성장해 왔으며, 이스라엘은 러시아에 이어 인도의 두 번째로 큰 무기 공급국이 됐다.

모디는 2017년 인도 총리로는 처음으로 이스라엘을 방문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듬해 뉴델리를 방문해 인도와 이스라엘의 관계를 "천국에서 맺은 결혼"이라고 불렀다.
      
AP에 따르면 카슈미르에 관해 인도 당국은 공동체의 화합과 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며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전쟁이 시작된 이후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를 표명하는 시위를 상당 부분 중단했다.

AP는 "친팔레스타인 시위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경찰에 잠시 구금된 사람들도 있다"며 "카슈미르에서 강제적인 침묵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뿐만 아니라 종교적 의무를 위반하는 것으로 여겨진다"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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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 금지…카슈미르 反정부기류 의식[이-팔 전쟁]

기사등록 2023/11/08 17:27:41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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