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청에서 20분 간 짧은 회동 가져
홍 "듣보잡 설쳐서 당 개판…회복 어려워"
이준석 신당설에는 "김기현 먹잇감 될 것"
인 "도와달라"…홍 "설치는 애들 자동 정리"
[서울·대구=뉴시스] 이승재 한은진 기자 = 홍준표 대구시장은 8일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을 만나 "윤석열 대통령을 이용해먹는 세력들이 문제가 크다"고 비판하면서 "그런 세력들을 혁신위에서 정리해달라"고 당부했다. 인 위원장은 "명심하겠다"고 화답했다.
홍 시장과 인 위원장은 이날 오전 대구시청에서 만나 약 15분간 공개 회담을 가졌다.
홍 시장은 "윤 대통령은 술수를 모르는 사람이다. 앞에서 이 말 하고 돌아서서 뒷머리 치는 그런 권모술수를 모르는 사람"이라며 "평생 자기가 생각한 대로 옳다고 생각한 걸 쳐다보고 살았지 않나.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그걸 이용해먹는 세력들이 문제가 크다. 호가호위하고 이용해먹고, 아마 최근 대통령이 그건 많이 깨달았을 것"이라며 "그래서 자기를 이용해먹는 세력들은 멀리하고 있고, 가까이한들 이 사람들이 윤석열 정권을 위해 일했다기보다 자기 자신의 이익을 위해 하지 않았나 하는 의심을 대통령이 많이 갖고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대통령이 비난받는 것을 참 안타깝게 본다"며 "그런 세력들을 혁신위에서 정리를 좀 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인 위원장은 "명심하겠다"고 짧게 답했다.
홍 시장은 현재 여당 의원들에 대한 강한 비판도 이어갔다.
그는 "문제가 생기면 중진들이 역할을 조정하고, 여야가 타협하고 조정해야 하는데 그런 게 전혀 없다"며 "윤 대통령이 들어오고 난 뒤에 당 위계질서가 무너졌다. 당에 허리가 없다"고 발언했다.
또한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다음에 듣보잡들이 나서서 중진들 군기를 잡는다. 초선도 설치고, 원외도 설친다"며 "대통령과 거리가 가깝다고 설치는 바람에 당 위계질서도 해치고, 당이 개판이 됐다. 이건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난했다.
인 위원장이 나서도 이준석 전 대표의 마음을 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홍 시장은 "그런 식으로 모욕을 주고 조리돌림을 했는데 이 전 대표가 돌아오겠나. 돌아오면 진짜 밸도 없는 놈이 된다. 쉽게 못 돌아올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그런 사태를 만든 게 당 지도부이고, 소위 대통령 믿고 설치는 철모르는 듣보잡 애들인데, 걔들이 당을 다 지배하고 있는 판에 이 전 대표가 들어와서 할 일이 있나"라며 "박사님(인 위원장)이 노력하셔도 이 전 대표가 돌아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전 대표 공천설에 대해서는 "(이 전 대표의 지역구인) 노원에 간들 이 전 대표는 100% 떨어진다"라며 "영악한 이 전 대표가 모를 리 있나"라고 했다.
인 위원장은 "이 전 대표에게 하고 싶은 말은 '죄 없는 자가 돌을 던져라'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홍 시장 말대로 우리는 다 대통령의 얼굴이고, 당의 얼굴"이라며 "책임감 있게 똑바로 해야 한다. (그래서) 아픈 처방을 내렸고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내년 총선에 대한 언급도 이어졌다.
홍 시장은 "이 전 대표가 신당을 만들면 김기현 대표는 (이준석의) 먹잇감 된다. 김 대표는 이 전 대표를 못 당한다"고 발언했다. 또한 "걱정스러운 것은 내년 총선에서 과반을 못 하면 식물정권이 된다"고도 했다.
그러자 인 위원장은 "분위기를 만드는 데 홍 시장이 도와달라"고 했고, 홍 시장은 "듣보잡 때문에 싫다. 설치는 애들은 내년에 자동 정리될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홍 시장은 "(그들이) 총선에 관여하지 말라고 조치를 다 취해놨는데, 지금에 와서 관여할 수도 없고 관여할 필요도 없다"며 "내년에 새 판이 짜인 뒤에 그때 새로 시작하면 된다"고 말했다.
인 위원장은 "연말까지 좀 도와달라"고 재차 언급했고, 홍 시장은 "(지금) 만나서 말하는 게 도와드리는 것"이라고 했다.
양측은 비공개로 회담을 전환한 뒤 5분간 더 이야기를 나눈 이후 헤어졌다. 인 위원장은 따로 소감을 말하지 않고 청사를 빠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