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개월 일한 노동자들 임금 총 1억2800여만원 체불
하청업체 가압류 상태…노동자에게 대금 지급 어려워
[부산=뉴시스]김민지 기자 = #. 부산 영도구청이 발주한 영도구 해안관광도로 설치 공사에서 올 1월부터 건설기계 근로자로 일한 A(50대)씨는 지난 3월부터 8월까지 일한 4350만원가량의 임금을 아직 받지 못하고 있다. 자신의 처지를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산다'고 표현한 A씨는 관공서가 발주한 공사라 믿었음에도 임금체불의 사태를 겪게 돼 절망에 빠진 상태다. 자녀 2명을 뒷바라지하기 위해 끝내 고금리의 제3금융권까지 손을 내밀었다는 A씨는 신용등급이 바닥으로 떨어져 이젠 그마저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 5309만7000원. B(60대)씨가 A씨와 같은 공사에서 건설기계 근로자로 일하며 반년 동안 받지 못한 임금이다. "죽지 못해 살아간다"고 말한 B씨는 인간으로서의 삶의 질이 바닥까지 추락했다고 이야기했다. 관공서가 발주한 공사임에도 이렇게 임금 체불의 사태가 일어나면 자신 같은 서민은 어디서 일을 해야 하냐고 울분을 토했다.
8일 뉴시스 취재 결과 부산 영도 해안관광도로는 지난 4일 개통식에 이어 다음 날인 5일 오전 9시부터 도로 가개통을 시작, 차량 운행이 시작됐으나 해당 공사에 참여한 일부 근로자들은 아직까지 임금을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영도 해안관광도로 건설 사업은 2017년 3월 착공, 태종대 입구와 동삼중리 일원을 연결하는 사업으로 총 사업비 352억원(국비 84억원, 시비 118억원, 구비 150억원)이 투입됐다.
해당 건설공사에서 굴삭기 작업 등을 담당한 건설기계 작업 노동자 4명은 각각 1300만~5300만원의 총 1억2800만원에 달하는 기계대여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C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인데, 안타깝게도 C하청업체가 영도 해안관광도로 포함 여러 공사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타지역 공사에서 재정적 문제가 발생해 해당 공사의 재정 운용에도 가압류가 들어간 상태다. 즉, C하청업체는 가압류를 해결해야만 노동자들에게 대금을 지급할 수 있는 실정이다.
이들은 인건비 개념이 포함된 '기계대여대금'으로 돈을 받고 있어 직불로 처리 가능한 노동자 인건비보다 대금을 더 받기 어려운 실정에 놓여 있다.
C하청업체 관계자는 "노동자 임금과 관련해서는 이른 시일 내에 직불 처리로 지급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건설기계대여대금은 아직까지 지급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며 "회사 사정도 많이 힘든 상태"라고 해명했다.
노동자들은 관공서가 발주한 공사임에도 불구하고, 하청업체의 노동자들이 임금을 제대로 받는지 관공서의 관리·감독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의무 사항이자 기계 대금 지급을 보증해 주는 '건설기계대여대금 지급보증제도'에도 가입하지 못했다.
A씨는 "지급보증제도에 가입하려 했지만 하청의 이해관계 등으로 인해 미처 가입하지 못했다"며 "노동자들이 이런 보험을 의무적으로 가입했는지 여부를 구는 챙겨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B씨는 "타지역의 기초지자체가 발주한 공사에서 비슷한 일이 발생했을 때, 그 지자체는 노동자에게 임금이 제대로 가는지 끝까지 확인했었다"며 "그때와 달리 영도구청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구 관계자는 "노동자들의 임금체불 사태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며 "하청으로 돈이 바로 흘러 들어가면 돈을 다른 곳으로 유용할 수 있으니, 원청을 통해 기계대금 등을 직불 처리할 수 있는 방안을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노동자들은 임금체불의 사태를 낳는 건설업계의 구조적 문제도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관계자는 "최저가입찰제는 물론 공사 발주 시점과 시행 시점의 차이로 공사비 단가가 안 맞는 상황이 생긴다"며 "이런 상황에서 가장 먼저 줄어드는 것은 노동자의 밥그릇"이라고 말했다.
또 "임금 체불과 관련해서 구청에도 민원을 넣고 부산시에도 도움을 요청하지만, 노력 중이라는 말만 한다"며 "관공서가 발주한 공사라도 나은 것이 하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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