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 후 배추 가격은 평년 수준으로 회복
소금 등 가격 상승으로 김장 비용 부담
"배춧값만 5만원 더 써…포기 수 줄였다"
상인도 한숨 "다른 재료값 올라 의미無"
[서울=뉴시스]임철휘 박광온 기자 = "김장에 드는 돈 생각하면 배추 파는 내가 봐도 김장을 안 할 것 같아."
6일 오후 서울 강북구 수유전통시장에서 야채 가게를 운영하는 이모씨는 배추 세 포기를 담아 놓은 그물망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작년에는 한 포기당 3000원 정도 했는데 지금은 포기 당 5000원은 한다"며 "세 포기 담은 망 하나에 1만5000원이다. 체감상 1.5배는 비싸졌다"고 했다.
김장 성수기인 11월로 접어들었지만 고물가 속에 소비자도 상인도 시름에 빠졌다. 고공행진 하던 배춧값은 정부 대책에 최근 안정세를 되찾았지만, 소금·고춧가루·대파 등 김장 부재료 가격이 크게 오른 데다 전반적인 먹거리 물가 상승 폭도 큰 탓이다.
이날 수유전통시장에서 뉴시스와 만난 전미애(62)씨는 당초 40포기로 계획했던 김장을 절반인 20포기로 줄였다. 그는 "김장 비용이 많이 늘어서 부담된다"며 "전통적으로 해오던 김장은 더는 없을 것 같다"고 전했다.
종로구 통인시장에서 만난 권모(72)씨는 차를 몰고 가다가 다른 데보다 싼 가격표를 보고 차를 세웠다고 했다. 해남산 배추를 근처 가게보다 2000원 가량 저렴한 3000원에 팔고 있어서다. 유통 비용을 줄여 가격을 깎았다는 게 가게 주인의 설명이다.
권씨는 "다른 양념 재료가 비싸져서 배추에서 드는 비용을 줄여야 한다"며 "전반적으로 물가가 다 올랐다. 특히 소금은 2배 이상 오른 것 같다. 평소 김장하는데 20만원 정도 들었다면 올해는 30만원은 썼다"고 말했다.
상인과 흥정을 하던 김모(67)씨는 "원래는 강원도 영월산 배추로 김장을 했었다"며 "작년에는 40포기에 30만원 정도 들었는데 올해는 박스당 8000원씩 올라서 배춧값만 5만원 정도 오른 셈"이라고 토로했다.
소비자들의 '김장 포기'가 늘면서 상인들의 한숨도 늘었다. 수유시장의 이씨 가게도 이날 김장철이 무색하게 손님들의 발길이 뜸했다.
이씨는 "10월 넘어서도 배춧값이 계속 올라 걱정이 컸다. 올해는 사람들이 (김장 배추를) 많이 안 살 것 같아서 작년의 절반 정도만 주문했다"면서 "배춧값은 떨어졌다지만, 다른 재료들도 값이 많이 올라서 배춧값 내린 게 의미가 없다"고 토로했다.
근처에서 야채 가게를 하는 박모씨는 "여름에 폭우랑 폭염이 계속 이어지다 보니 배춧속이 다 비고 물러서 수확량이 크게 줄었다"며 "그래서 배춧값이 오른 건데 정부는 이제야 대책을 내놓고 있다"고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한국농수산물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배추 1포기당 소매 가격은 평균 3611원이었다. 한달 전(6612원)보다 45.4%, 평년(4133원)보다 12.6% 각각 낮다.
반면 같은 날 기준 굵은소금 5㎏ 소매가는 1만3564원으로 1년 전(1만1828원)과 비교해 15% 비쌌다. 평년(8435원)과 비교하면 61% 높은 가격이다.
정부는 지난 2일 '2023년 김장재료 수급안정 대책'으로 비축물량을 활용한 김장 재료 최대 2만1000톤을 공급하기로 했다. 농수산물 할인 지원 예산도 지난해보다 78% 증액한 245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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