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은행권 향한 강경 발언 이어가며 업계 긴장감 고조
은행권 "정부 정책 따르고 사회공헌 확대, 횡재세는 이중과세" 항변
[서울=뉴시스] 이정필 기자 = 최근 은행권을 향해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소상공인이 은행의 종노릇, 갑질을 많이 하는 독과점, 너무 강한 기득권층'이라는 강경 발언을 이어가면서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3일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가계와 기업의 부채 관리를 위해 금리를 내리라고 하면 내렸고 올리라고 하면 올렸다"며 "산불 화재와 홍수 등 각종 재난재해에 잼보리까지 이슈마다 은행들이 나서 금융지원을 해왔는데 공공의 적으로 몰아가는 건 억울하고 섭섭한 측면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사실 통신과 정유, 에너지 등 특성상 독과점인 산업이 많은데 유독 은행에만 과도한 질타가 몰리는 것 같다"면서 "은행처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 보호에 실질적인 금융지원을 적극적으로 하고 사회공헌을 많이 하면서 늘려나가는 산업도 없는데, 그런 부분이 상대적으로 높은 연봉과 퇴직금에 묻혀 희석되는 게 아쉽다"고 전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엄연히 정부가 아닌 주주가 주인인 영리기업인데 초과이익을 환수하는 횡제세를 도입하는 건 이중과세를 적용한다는 것"이라며 "고금리 이자장사 비판을 받아들이더라도 저금리나 대내외 환경이 좋지 않아 실적이 떨어졌을 때는 손실분을 보전해줄 것은 아니지 않냐. 정부 입장은 이해하지만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인 이유 등으로 갈라치기를 하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은행들이 독과점의 울타리 안에서 손쉽게 이자장사로 많은 돈을 벌어 그들만의 급여 잔치를 벌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은행들은 적극적인 영업으로 이익을 늘렸고, 이에 비례해 취약계층 금융지원과 사회공헌을 확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업계는 예대금리차나 순이자마진(NIM)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 높지 않다고 반박한다. 또 각종 수수료 면제 등으로 비이자수익이 줄어든 상황에서 리스크를 안고 신사업을 추진하기에는 제한이 많아 이자이익 비중이 높은 것이라고 항변한다.
세계은행과 블룸버그,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등 국내외 금융권 통계에 따르면 주요국 은행 NIM은 2021년 기준 미국 2.77%, 중국 2.16%, 영국 1.84%, 호주 1.67% 등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1.59%로 캐나다와 같은 수준을 보였다. 이탈리아 1.07%, 독일 0.96%, 일본 0.54%, 프랑스 0.52%, 러시아 0.52% 등은 우리나라보다 낮았다.
지난해 말 기준 미국 상업은행의 NIM은 2.93%로 국내은행(1.62%%)보다 1.31%포인트 높았다. 미국 5대 은행의 NIM 평균은 2.67%로, 국내 5대 은행(1.63%)을 1.04%포인트 웃돌았다.
미국 5대 은행으로는 JP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은행, 웰스파고, US뱅코프가 들어갔다. 투자은행 기반인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제외됐다. 국내 5대 은행은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이다.
미국 5대 은행의 지난해 평균 순이자이익 증가율은 23.3%로, 국내 5대 은행(22.2%)을 상회했다. 미국 5대 은행그룹의 순이자이익 증가율은 21.6%로, 국내 5대 은행그룹 평균(18.7%)을 웃돌았다.
금융노조는 최근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성명서를 내고 "한국의 전체 은행 자산 대비 5대 은행의 비중은 8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21번째로 낮은 수준"이라며 "우리나라 은행의 순이자마진은 2021년 기준 1.6%로 OECD 38개국 중 18번째로 낮은 중위권 수준"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미국은 수수료 등 비이자이익 비중이 높고 리스크를 감수한 투자은행 업무가 강한 반면, 국내는 건전성 관리에 집중해 충당금을 더 쌓는 등 각국이 처한 규제와 환경 등 상황이 달라 단순 비교는 어렵다"며 "이번 정부 들어 대통령과 금융당국이 은행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면서 업계는 서민층 지원과 사회공헌 역할을 더 잘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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