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비석마을 대상 지구단위계획 용역 중
남구 소막마을, 건축자산진흥구역 지정 추진
적극적 대책·공론화 필요…전문가 의견 제기
[부산=뉴시스]김민지 기자 = 9개로 이뤄진 '피란수도 부산 유산'의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는 부산시는 피란 주거지 2곳인 '서구 아미동 비석 문화마을'과 '남구 우암동 소막마을'의 보존·관리를 위해 힘쓰고 있다.
31일 뉴시스 취재 결과 시는 비석 문화마을의 시가지 보전을 목적으로 한 지구단위계획 용역을 진행 중이며, 이는 올 연말 마무리될 계획이다.
해당 용역은 마을 자체를 지구 단위로 묶음으로써 관리의 용이성을 높이고, 향후 용역 결과에 따라 보존·유지 관리 방안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또 시는 소막마을 일원(약 8910㎡)의 공간환경 통합 관리 등을 위한 건축자산진흥구역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건축자산진흥구역은 '한옥 등 건축자산의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우수건축자산을 중심으로 지역 고유의 공간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관리가 필요한 지역에 대해 지정할 수 있다.
시 관계자는 "소막마을을 건축자산진흥구역으로 지정해 환경을 관리하고, 향후 '피란수도 부산 유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다면 인근 주민들에게 관광개발 등의 긍정적 효과가 돌아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마을은 피란민의 임시거주지라는 역사적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마을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공·폐가와 인구 유출 증가로 환경 보존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소막마을 내 남아있는 소막사를 등록문화재로 등록해 관리하고 비석마을 내 피란생활박물관을 조성하는 등의 보존 움직임도 일부 있었지만, 관리 통합체계가 부실해 경관 관리가 잘 진행되지 않았다.
31일 오전 취재진이 비석마을을 방문했을 때 비석마을 입구에는 탐방로가 그려진 팻말이 세워져 있었지만, 노후화로 인해 그림이 벗겨져 전체 경로를 알아보기 어려웠다.
비석마을에는 '묘지 위에 지어진 집'이 투명 가림막으로 둘러싸여 있었고 당시 생활을 보여주는 피란생활 박물관이 조성돼 있었지만, 사람들의 발길이 적어 한산한 모습이었다.
인근 주민 송모(80대)씨는 "얼핏 보기에는 역사성을 가지고 있는 곳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집 아래를 받치고 있는 비석들과 축대 비석 등에 대한 설명을 들어야만 '이곳이 역사성이 있는 곳이구나'를 알곤 한다"고 말했다.
송씨는 또 "오랜 역사가 이 마을에 그대로 녹아 있는 만큼 잘 보존될 수 있게끔 시나 구청에서 더 관심 가져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고 덧붙였다.
소막마을은 마을 일원의 주택 350동 중 90동(무허가주택 포함)이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으로, 비석마을과 크게 다를 바 없이 한적한 분위기 속 역사를 지켜 나가고 있음이 드러났다.
두 마을을 실효성 있게 보존·관리하기 위해서는 시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과 공론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다.
한국민족문화연구소 차철욱 소장은 "역사의 흔적이 남아 있는 부분은 최대한 지켜야 하겠지만, 모든 부분을 되살릴 수는 없다. 해당 마을에서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의 생활도 고려해서 불편을 최대한 줄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 소장은 또 "행정 관계자와 연구자들, 주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불편한 것을 이야기하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자리가 마련되어야 한다"며 "다방면에 있는 이해관계자들의 협의 하에 진행돼야 다 같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문화유산을 지켜 나가기 위한 시의 적극적인 움직임과 재정 마련 등의 행정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시는 2015년부터 '피란수도 부산 유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해 왔으며, 지난 5월 중순 국내 최초로 근대유산 분야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 목록에 공식 등재됐고 지난 17일 유네스코 세계유산 공식 누리집에 최종 게재됐다.
시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최종 등재를 위해 문화재청의 우선등재목록 선정, 예비 심사, 등재신청후보 및 등재신청대상 선정, 유네스코 현지실사 등 국내외 절차들을 앞두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